미래를 이끌 UC 버클리의 인재들에게 버클리란? [객원필진 김계현]

Posted by 스프링데일
2011.05.09 14:33 CAL/Alumni/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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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keley Opinion을 이끄는 후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글 한 편을 부탁받았을 때만 해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흔쾌히 수락했지만 버클리 공동체의 수많은 학우들과 공유하는 글을 쓰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대학원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 한동안 모교의 소식은 가슴 속 호기심으로만 남아 있다가 후배와 대화를 나누면서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뒤를 바라보니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정말 많은 것이 바뀌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역동적인 버클리가 새삼 크게 다가옵니다. 제가 신입생이던 시절만 해도 버클리의 한국 유학생 수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적었고 그만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적 활동은 극히 미미했습니다. 만 21살이 되지 않았던 시절 어렵사리(?) 구해서 기숙사 옷장 속에 숨겨뒀던 술을 친구들과 모여 꺼내 마시며 좀더 활동적이고 대표성이 있는 한국인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지금의 버클리는 저와 제 친구들의 과거의 바램을 대부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먼저 버클리를 졸업했다는 점에서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학우들에게 학문적 선배이겠지만, 제가 결코 여러분들의 인생 선배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버클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그 다양성을 함께 교류하고 나누는 거대한 공간이고, 그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경험의 많고 적음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지도 못한 제가 단지 학교 선배라는 이유로 인생의 선배인 것처럼 많은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생의 조언을 늘어놓기도 민망하고, 또한 이미 Berkeley Opinion에 많은 인사들의 값진 이야기와 가르침을 만날 수 있기에 오랜 고민 끝에 학문적인 측면에서 대학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학우들은 나름의 꿈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꿈이 있고 그것을 이루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버클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하여 이곳에 왔을 것입니다. 성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더 뛰어난 곳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공의 의미가 개인마다 차이가 날 뿐 우리 모두는 성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버클리는 저에게도 그러했듯 꿈을 가지고 성공하고자 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저는 성공을 향해 가는 길에 함께하는 대학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대학은 보다 순수하고 근본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대학을 취직을 하기 위한 전 단계이며, 앞으로 일할 때에 필요한 실무적인 지식을 획득하는 곳으로 여길 것입니다. 또한 전공에 따라서 다소 실용적인 측면에 기초를 둔 학문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실용적이고 실무 위주의 경험과 학습에 중점을 둔 대학들도 있지만, 최소한 버클리와 같은 연구중심의 대학들은 학문 자체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어떤 한 가지 기술에 초점을 맞춘 공부보다는 좀더 다양하면서 또 동시에 심도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계신 한 교수님께서 쓰신 책을 읽다가 한국 이공계에 대하여 기술된 부분이 기억납니다. MIT를 졸업하신 그분께서 미국에 와서 느꼈던 것은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미국의 학생들과 비교하여 연구 분야나 전공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자연과학보다는 응용과학, 그 중에서도 곧바로 결과가 나오고 바로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경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식민 지배와 연이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은 분명 전 세계 다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적인 일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나라에서 수백 년에 걸쳐서 이루어온 기술적인 업적들을 단기간에 이루어내고 그것을 통하여 부를 창출해내는 전략이 매우 중요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의 한국은 외국에서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다져놓은 학문적 기반을 “응용” 하여 곧바로 수출하고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품의 생산과 개발에 주력했고, 이는 가난했던 한국에게 단기간에 큰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진국처럼 독자적인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확립하는 시점부터 시작하기엔 너무도 많은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가진 것 없고 다른 나라의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힘없고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를 이룩했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당장은 성과가 보이지 않고 불확실할지라도 먼 미래에 성공을 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경쟁력을 이룰 수 있는 연구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럴 때가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연구의 국가적 지원에는 회의적인 한국의 모습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주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개발을 시작한 나로호 프로젝트가 단 두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앞으로의 진행에 큰 차질을 빚는 것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성질급한 한국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러한 차원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은 대학에서의 학문적 안목이 더 이상 실용주의와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 하게 될 일은 막상 장기적 연구와 투자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만큼은, “단기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공부보다는 좀더 근본적이고,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또 개인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근본적인 학문을 공부한 사람에겐 그것을 좀더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편협적인 것만을 공부한다면 미래의 일 또한 그 분야에만 국한되게 될 테니까요.

위와 어느정도 유관한 측면에서 또한 대학은 실패와 잘못을 두려워하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를 꺼려서는 안 되겠지요. 버클리에서 공부하던 때에 자주 교류하던 재료공학과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Thermodynamic instability of materials에 대하여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이 분야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이자면, 모든 물질은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에너지의 조합에 의해서 그 재료만의 특정한 평형상태의 모양이 존재합니다.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물방울이 구의 모양을 띄는 것처럼, 다른 모든 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표면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그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일반적으로 박막의 경우에는 Aspect ratio (이 경우에는 길이와 두께의 비율) 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열역학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형태입니다. 따라서 확산이 충분히 가능한 높은 온도에서는 그 재료 고유의 평형상태를 이루기 위한 확산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러한 박막은 분해가 되고 때문에 박막을 사용하는 수많은 연구 분야 (반도체 집적 회로 등)에서 이러한 열역학적 불안정성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논문을 찾아보면 집적 회로 분야의 엄청난 성과와 Moore’s Law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듯이 박막 기술 자체에 관한 논문은 굉장히 많지만 동시에 핵심적인 박막의 열역학적 불안정성에 대한 논문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이 현상에 대하여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한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는 거꾸로 생각하면 자신의 박막 연구가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funding등 각종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이러한 것을 인정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많은 학자들도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용기있게 집어내기보다는 ‘해낼 수 있다’ 는 긍정적인 결과에 집중하는 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부족함을 메꾸어 나가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버클리와 같은 훌륭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우들 또한 저와 함께 이러한 대학의 의미를 기억하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글을 쓰고 나니 지나치게 제 생각만 요지없이 늘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일이 과학이다 보니 과학에만 편중된 이야기를 쓰면서 다른 공부를 하는 분들에게 다소 이질감을 주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학문이든 학문이라는 공통분모를 고려할 때에, 대학이라는 곳에서 자신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면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는 함께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에 언급된 버클리의 교수님께서 과학자의 자세에 대하여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을 더듬어 적어봅니다. 저도 성공하기 위하여 미국에 왔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이 우리의 목표이기에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며.

“As you know, I am working on ceramics and its formation. Well, I know this is not really a ‘hot’ field which everybody tries to plunge himself into, but I believe researching on what is popular is not the way a scientist should take. Of course you can achieve a lot working on such hot fields since there are a lot of researches going on but many people tend just to seek ‘research fads’ just because they are hot and much easier to publish their results. Which one would you choose, a group with thousands of students and produces thousands of papers a year, or a group pursuing knowledge for the value it contains? The latter I believe is what a good scientist should take. I will continue researching on what few people work on, ‘cuz I want to be a scientist, not a super star.”

객원필진 소개: 김계현 (Alan Gyehyun Kim)

이 글을 쓴 김계현 씨는 2010년 재료공학 전공으로 UC 버클리 학부 과정을 전공하신 뒤, 현재 MIT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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