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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버클리에서 꼭 해봐야 하는 7가지 - 完 -

#3-7. 버클리에서 꼭 해 봐야 하는 리서치 - Scientific Research for Undergraduates I : General Idea & Approach

인생을 살면서 해봐야 ‘꼭’ 해봐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해 보고 싶은 것은 셀 수 없지만 주어진 시간은 유한 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가끔 ‘살면서 꼭 해봐야 하는 몇 가지’ 라거나 ‘죽기 전에 해야 하는 몇가지’ 류의 인생 지침서들을 훑어보곤 한다.

너무나도 해볼 것이 많은 버클리에서의 대학생활, 독자들에게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버클리오피니언의 졸업반 필진들이 모여 ‘버클리에서 꼭 해봐야 하는 7가지’라는 주제로 Official Press를 준비하였다.


# Scientific Research for Undergraduates I : General Idea & Approach

필자는 2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교수와의 연락을 통해 2년 동안 Research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를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한다. 흔히 URAP이라고 알려져 있는 Undergraduate Research Apprentice Program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한정된 연구 주제와 인원 때문에 개개인의 특정 관심사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조금 더 간단하게 Research 경험을 쌓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College of Letter & Science에서 Biology, Earth Science, Economics, Math, Physics, Psychology, Statistics를 전공하거나 College of Chemistry 혹은 College of Engineering 에서 공부하는 이공계의 학부생들이라면 Scientific Research라는 단어를 어느 정도 접해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2, 3학년이 된 독자들이라면 이제 막  Math (1A-B, 53, 54),  Physics (7A-B-C or 8A-B-C), Chemistry (1A-B, 3A-B or 4A-B, 112A-B), Biology (1A-B) 와 같은 기초 과목들을 마무리하고 슬슬 upper division course를 듣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앞으로 학부 졸업 전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전공으로 선택한 학과에 어떤 분야가 있는 것인지, 그 중에서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고 과연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필자 또한 정확히 2년 전에는 여러분과 같은 고민하고 있었던 한 명의 이공계 입문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배워야 할 게 많지만, 나름 선배의 입장으로서 이공계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그동안 필자가 겪으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또한 다른 선후배 및 동기들의 경험을 빌려 학부생의 Research에 관한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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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독자 여러분은 Research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먼저 떠올리는가? Research라 쓰고 ‘리서치’라 읽는다, 이것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연구라고 한다. 연구는 이공계 학생이라면 필연적으로 맞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Research (이하 '리서치') 에 대해 아는 전부라면 여러분은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기뻐하길 바란다: “원래 잘 알지 못하던 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가?” – 필자는 바로 이것이 리서치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신이라고 본다. 먼저 리서치의 단어 뜻을 살펴보도록 하자: Research = Re + Search. 여기서 Search는 다들 알고 있듯이 ‘무언가를 찾다 혹은 조사하다’라는 뜻인데, 여기에 ‘Re-‘ 라는 prefix에 의해 ’once again, anew’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즉, 리서치는 이미 발견되어진 어떤 물체 혹은 현상을 탐구하고 다시 재해석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화생물학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이 갈라파고스 군도에 사는 맷새 종의 부리의 생김새가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다른 멧새 종의 부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자체는 리서치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수집한 여러 현상들을 종합하여 진화론이라는 원리를 유추해내는 것은 리서치가 된다. 이와 같이 현상을 탐구하고 그 원리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 바로 과학적 탐구 (Scientific Research)인 것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왜 리서치를 해야하는지 질문해보자. 독자가 어떤 수업을 듣는다고 할 때, 그 수업에서 사용하는 Textbook에 있는 내용들과 교수가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이미 과거에 연구되어 잘 정립되어진 것들이다. 즉, 여러분이 Problem Set이나 Exam에서 보는 Question들은 모두 정답이 존재한다. 하지만, 리서치는 현재진행형이고 Current Question에 대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형이자 문제의 분명한 답이 존재하는 Course Work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만약 독자가 계속해서 Advanced Course를 파고 들면, 점차 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을 빈번하게 마주치게 될 것이고 그것들이 지금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야말로 현재 대학 및 산업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 중에 있는 것들이고, 바로 필자를 포함한 여러분이 그 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가담하게 될 차세대 인력인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기도 하고,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리서치에 의해 밝혀지고 개발된 것들이 쌓이면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것들도 서서히 사회에서 발현되어질 것이다.

여기까지 다룬 내용은 독자가 대학원 과정에 몸담는 순간부터 뼛 속 깊이 느끼게 될 리서치의 일반적인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많은 독자들이 리서치가 본인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버클리의 많은 이공계 학생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업에서 배우는 Textbook의 경계선 바깥에서는 과연 무슨 공부를 하는 것일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바로 그 선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리서치에 대해 조금씩 배운다면, 여러분의 마음에 자리잡았던 공포심이 사라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여러 유명한 대학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학부생 연구경력이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부 때 리서치 경력을 쌓음으로써 대학원에서 큰 방황이나 실수 없이 곧잘 리서치를 해나갈 수 있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취직을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여름방학 때 인턴쉽을 통해 실무경력을 쌓는데 매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턴경력을 쌓는 것이 회사 취직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만큼,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이공계 학생들에게는Course Work을 얼마나 잘 이수했는가 외에도 얼마만큼의 리서치 경력을 쌓았는가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독자들에게 학부생 시절의 리서치를 통해 예비 과학자가 되어보는 경험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필자가 앞서 언급하길,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잘 배우고 괜찮아질 것이라 했지만 사실 학부생으로서 리서치 포지션을 구하는 것도 왠만한 인턴쉽 자리 구하는 것만큼 어렵다 (계속 써내려가면서 느끼는거지만 쉬운게 하나도 없어서 필자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말 일자리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찾아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왜냐하면 경쟁률 자체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낮지만, 지금 독자 여러분은 빡빡한 스케쥴의 CEO를 직접 컨택해서 담판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어느 교수에게 컨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여러분을 괴롭힐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수업을 같이 들었던 교수 중 한 명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며, 제일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이다. 전공 수업 중에 아마 가장 하기 싫은 수업이 있는 반면에 그래도 가장 흥미로운 수업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간혹가다 그것조차 없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 이 경우에도 방법은 있으며 뒤에 설명할테니 좌절하지 말라). 여러분이 좋아하는 수업이라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될테고, 자연스럽게 교수의 세부연구분야에 관심을 가지기가 쉬울 것이다. 수업시간 이후의 Office Hour에 찾아가서 교수의 연구분야에 대해 물어본다면 교수는 아마 신이 나서 설명해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또한 괜찮은 성적으로 수업을 이수했다면, 독자는 충분히 자신감 있게 그 교수 밑에 들어가 학부생 연구참여를 하고 싶다며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듣는 전공수업마다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으며, 혹은 원래 흥미가 있었다고 생각한 과목에서 교수의 괴팍한 강의 진행에 의해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서치 자체는 수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교수는 별로였지만 GSI는 괜찮았다면 그 대학원생에게 도움을 구하는 방법도 존재함을 잊지 말 것). 이럴 때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여러분의 흥미를 유발하는 연구실 (랩 = Lab)을 직접 search해야 한다. 물론, 정말 일자리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후보군을 찾아놓는 것이 좋다. 교수와 어렵사리 컨택이 되어도 여러 가지 사유로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미 랩에 학부생들이 많이 있다거나 아니면 랩의 규모상 학부생을 봐줄만한 대학원생이나 박사연구원 (post-doctoral researcher)이 별로 없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절대 좌절하지 말고 다른 랩에 연락을 돌려야 한다 (필자도 처음에 컨택한 교수가 수업도 같이 들었고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지만, 연로하신 탓에 받아들여지지 못하였다). 그래서 교수에게 컨택하기 전에 교수 밑에 있는 대학원생에게 연락하여 (대학원생에게 연락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랩에 현재 몇 명의 학부생이 있는지, 랩의 규모 및 상황은 어떠한지 등을 사전 조사하면 효율적인 research position search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research position을 구하는 것의 방법론은 독자가 교수와 컨택트가 되었음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필자가 이미 앞서 여러분에게 겁을 줬었던 것처럼 교수는 너무나 바쁜 사람이기 때문에 컨택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실제로 일전에 몇몇 학생들이 필자에게 리서치를 구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가장 걱정했었던 부분으로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2년 전의 필자도 포함) 교수와 컨택하는 것을 자신없어 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무한히 대단한 버클리 교수 앞에선 그저 한없이 미미한 존재가 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필자의 경우 미국으로 건너온지 얼마되지 않은 유학생이었기 때문에 영어도 서툴어서 더 안 좋게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든다면 모두 필요 이상의 걱정이니 안심하길 바란다.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교수와 컨택해서 짝짜꿍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

일단,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아 답답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래서 독자는 교수가 내 이메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교수는 하루에 수 백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신경써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고 너무 바쁘기 때문에 학부생으로부터 온 이메일에 대한 답장은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주로 늦게라도 이메일 답장이 오지만, 한 주 넘게 지났는데도 이메일이 오지 않는다면 직접 오피스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교수님, 제가 당신 연구실에 관심이 있어 학부생 연구참여에 관해 며칠 전에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이 때 교수의 반응은 “(아마 이메일 체크 여부와 상관없이) 아, 미안하네. 내가 읽었는데 너무 바빠서 답장을 주지 못했다네”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 내가 시간이 되니 한번 이야기 해보자” 혹은 “내가 내일 언제 시간이 되니 그 때 이야기 해보자”라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태도로 접근하는게 부담된다면, 앞서 말한대로 비교적 availability가 높은 대학원생을 먼저 컨택한 이후에 그 대학원생을 통해 교수와의 면담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어떻게 교수에게 어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교수가 단번에 Accept할 수도 있지만, 독자와 인터뷰를 한 번 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랩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upper division course를 이수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기본이 된다. 그리고 교수의 랩에서 연구되어지는 것들이 정말 흥미로워 보이고 꼭 배워보고 싶다며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데에 충분한 열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 게임 끝이다. 그 어떤 교수도 자기 밑에서 배우겠다고 찾아온 열성적인 학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만약 마다한다면 그건 교수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일례로 4학년 때 리서치 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Faculty Advisor에게 이야기 하였지만 처음에는 안될 것 같다는 답을 얻었으나 단호한 거절이 아니어서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찾아가 4학년이지만 열심히 잘 해보겠다는 모습을 보여준 끝에 리서치를 시작할 수 있었던 케이스가 있다. 이처럼 꾸준히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면 결국 교수를 잘 구워 삶아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다. 또한, 독자의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일단 교수 입장에서 독자는 똑같은 학부생이고, 영어가 서툰 학생을 이미 많이 접해봤었기 때문에 독자를 굳이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독자 여러분도 교수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자, 이제 교수들을 찾아가 여러분의 준비된 신인으로서의 모습을 한껏 보여줄 차례다. 아마 그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여러분을 보면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고는 흐뭇해하며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1부 끝 – 2부: Specific Points & Case Study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