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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국제 :: Worldpost

미국 양당체제의 역사와 개요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체계에서는 여러 개의 당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 개의 당이 각기 다양한 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경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유난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 체제가 두드러져 있다. 이 두 당에 대하여 심층탐구를 하고자 한다.

오는 11월 2일은 2년마다 있는 미국의 선거일이다.현재 민주당이 행정부, 하원, 상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지만 공화당이 하원이나 상원 둘 중 하나를 가져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과연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느 정책이 그리도 다른 것일까? 두 정당의 이념은 어떤 차이가 나는 것일까? 과연 각 정당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흔히 민주당은 진보정당, 공화당은 보수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 틀린 분류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분류이기도 하다. 두 정당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정당의 역사와 정당 내의 분파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GNC, http://www.goodneighboring.org/)

미국은 건국 이래로 두 개의 거대 정당들이 경쟁하는 구도였다.때때로는 20세기 초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진보당과 같은 제3정당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양당 구도였다. 영국에서 독립하여 건국한 이후에는 민주공화당과 연방당의 대결구도였다.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등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은 농촌세력과 인구가 적은 주들을 대표하였으며 반연방주의 정당이었다. 알렉산더 해밀턴, 존 아담스 등으로 대표되는 연방당은 인구가 많은 주들과 도시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었다. 당시 미국의 정치지형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중앙집권세력과 지방분권세력의 갈등 측면이 컸다. 양측 모두가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의 차이는 중상/중공주의와 중농주의가 가져온 것이었다. 주로 인구가 적었던 농업 중심의 주들은 연방정부보다는 주 정부에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기를 바랐지만 공업과 상업 중심의 큰 주들은 연방정부에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기를 바랐다.

1820년경, 이 두 당은 결국 모두 해산하게 된다. 민주공화당의 대다수 세력은 현재까지 내려져오는 민주당을 창당하였으며 민주공화당 일부 세력과 연방주의 세력은 현대의 공화당으로 이어져 오는 공화당계 정당을 창당하게 된다. 공화당계 정당은 국가공화당에서 휘그당으로, 휘그당에서 공화당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연방주의 세력을 대표한다.

현재의 공화당이 나타나게 된 것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이다. 남북전쟁은 산업화 연방주의 세력과 중농주의 지방분권주의 세력이 노예제를 빌미로 충돌을 일으킨 것이었다. 민주당은 농촌을 지지기반으로 두었으며 당시의 농업에는 노예들이 쓰였기 때문에 노예제를 철폐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그에 반해 공화당은 도시인들을 지지기반으로 하였으며 중상주의, 중공주의 성향이었기에 노예제를 철폐하는 것을 지지했다. 결국 노예제가 운영되던 남부의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하였으며 전쟁이 일어났다. 공화당 최초의 대통령인 링컨은 이 전쟁을 성공적으로 승리로 이끌었으며 결국 미국은 하나의 강력한 연방을 이루게 된다. 남북전쟁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정치 지형의 변화 없이 이 당시의 정치 지형이 그대로 이어져내려온다. 반독점법을 통과시킨 시어도어 루스벨트, 국제연맹을 설립한 우드로 윌슨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기준으로 봤을 때 공화당은 전반적으로 자유방임경제, 국제주의를 지지하였으며 민주당은 경제규제와 고립주의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보수주의, 진보주의와는 거리가 있었으며 오늘날처럼 이념에 기반한 당파체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남부 농촌은 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며 북부 도시들은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29년의 대공황 때부터이다. 1932년에 정권을 잡은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가산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해내고 경제 영역에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추진하였으며 사회복지 체제를 정립하고 소수계, 빈곤층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또한 2차대전 당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국제주의적인 대외외교를 확립해 나갔다. 케인즈주의적인 경제 운영, 개인의 권리와 자유, 국제주의에 입각한 외교적 개입을 중시하는 오늘날 미국의 진보주의를 정립시킨 것이다. 루스벨트의 정책을 사실상 모두 그대로 계승한 트루먼 행정부, 케네디 행정부, 존슨 행정부 등이 이러한 정책의 맥을 이어온다.

공화당은 그에 대항해 1960년대의 민권운동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고 예전과 같은 자유방임경제를 지지하고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의 고보수주의 정책을 굳혀나간다. 하지만 80년대에 레이건이 집권하여 신자유주의 통치를 시작한 이후에는 공화당도 국제주의적인 노선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시장방임적인 경제정책,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개입적인 국제관, 개인의 권리보다는 사회 안정과 전통을 중시하는 뚜렷한 보수주의 정당이 되었다. 이러한 신보수주의 정책들은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현재의 공화당은 일반적으로 미국 내의 우파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다. 전통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전통주의자, 미국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군사적인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자 하는 네오콘들, 그와는 반대로 고립주의를 일반적으로 지지하는 구보수주의자들, 자유방임적인 경제를 지지하는 경제적 우파들, 전통 기독교적 도덕관을 중시하는 기독교 우파 등등이 이들의 가장 큰 지지자이다. 전통보다는 자유방임경제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자들과 중도파들도 상당수 있으며 소수의 진보주의자들도 있다. 지역적으로는 60년대부터는 남부와 중부에서 지지가 높다. 공화당원들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군사 개입 외교 정책을 지지하며, 대다수가 자유방임경제를 지지한다. 또한 사회 개혁과 소수 계층 권리 보장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일반적으로 미국 내의 좌파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다. 경제 영역에서는 케인즈주의적인 정부 개입 내지는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국가를 지지하며 사회 영역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 세력,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의 요소를 어느 정도 수용한 중도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일부의 자유지상주의자들과 그리고 주로 남부의 빈곤층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보수주의자들이 있다. 지역적으로는 60년대 이후로는 동북부와 서부의 해안 지역에서 지지가 높다. 민주당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 경제를 지지하나 어느 정도의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며 복지를 중시한다. 소수 계층과 약자들의 권리 보장과 정치적 자유 보장에 적극적이며 외교와 국제협력을 통한 개입 외교를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