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교수의 색다른 수학 사랑

Posted by 숲틱HS
2010.10.24 03:21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정작 교내신문 The Daily Californian를 자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정기적으로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심심할 때 Sather Gate 앞을 지나면서 한 부씩 가져와 집에서 읽어보곤 한다. 아무래도 UC버클리라는 우리 학교는 언제나 역동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웬만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도 않는다. 하지만 2010 8 15일 부의 The Daily Californian의 첫 면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만하였다. 

“… featuring a sex scene and a ritual suicide is not how a world-renowned mathematician typically expresses his love for his subject. But that is exactly what UC Berkeley math professor Edward Frenkel chose to convey his passion for mathematics.”

 “…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수학교수가 섹스씬과 관례적 자살신을 찍는것은 흔한일이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UC버클리 수학교수 에드워드 프렝켈이 수학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방법이다.”

수학교수와 영화, 게다가 섹스씬까지. 정말 흥미로운 조합 아닌가? 과연 이 교수, 에드워드 프렝켈이란 누구일까? 나는 이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한때 내 선생이었던 이 에드워드 프렝켈 교수님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겠다.

UC버클리 수학과 교수로 수학에 관련된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면 1,2학년 때 꼭 들어야하는 수업 중 하나인 Multivariable Calculus를 포함한 몇가지의 수학수업을 가르친다. 내가 기억하는 이 교수의 이미지는 30대 중후반정도로 보이는 훈훈한 꽃중년이다. 깔끔한 외모는 둘째치고, 수업도 꽤나 잘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교수다. (여학생들이 특히나 좋아했었다)

(사진 출처: http://math.berkeley.edu/~frenkel)

이런 훈남교수가, 수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섹스씬과 자살씬까지 찍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미국이니까 이런 거야 뭐 별거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The Daily California에서도 이 이야기를 1면에 다룰 정도로 심도있게 다루었고, 내 주위 외국친구들도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다들 놀라하곤 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면 주류 언론을 타고 더 크게 전파가 되었겠지만그 정도는 아니였다는 게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프랭켈 교수님이 찍은 영화의 제목은 “Rites of Love and Math”라는 26분짜리의 일본영화다. 이 영화는 Reine Graves라는 프랑스 예술가와 함께 찍은 영화로 100,000 유로, 우리 돈으로 1 5천만 원 정도가 들었으며, 만드는 데는 약 한 달여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중적인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예술에 조금 더 가깝고, 매우 추상적인 영화이다. 극 중에서 프랭켈 교수는 수학자로 출연해 사랑의 방정식이 악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괴리감에 자살하는 그런 조금 허무맹랑한 역할을 맡았다.

왜 이런 영화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프랭켈 교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To me, if the viewer comes out with the idea that mathematics and beauty could be said in the same sentence, in the same breath - that's (what I want),"

만약 시청자가 이 영화를 보고 미(美)와 수학이 같은 맥락이라고 느낀다면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사진 출처: http://math.berkeley.edu/~frenkel/RITES/)

나야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교수가 수학을 사랑하는 열정 하나만큼은 매우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과연 적절했느냐가 내가 가진 의문이다.

이 기사를 접하고 문득 들은 궁금점이 하나 있었다 - "교수란 누구인가?"

학생과 선생 사이 혹은 사제관계는 오래전부터 매우 중요시하게 여겨져 왔다. ‘교수혹은 선생이라고 하는 직업은 단순히 교육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학생의 삶을 지도하는 멘토로써의 의미가 컸고, 지금 오늘 이 시대에서도 교수라는 신분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느 정도의 존경과 대접을 받는 직책이다. 그런 교수가 이렇게 자유분방한'영화를 찍었다는 것은 절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의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100년 전 조선시대에 비해서 변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교수의 의미도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선생이란 그냥 나에게 학문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사람을 넘어서 학생에게 지도를 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프랭켈 교수와 잘 알고 그를 존경해서 내 인생의 롤 모델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최소한 나에게 선생이라는 의미를 가졌던 사람이 저런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색다른 충격이였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긴 나지만, 내면의 한국정인 정서로서는 프랭켈 교수의 행동에 반감이 먼저 들었다. 교수로서, 수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롤 모델이 되어야 할 사람이 섹스신과 자살신을 포함한 영화를 찍는게 적절한 행동은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치관 차이일까?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 교수는 수학을 예술을 통해서 표현하려 하였던 것 뿐이다. 만약 미술이나 음악을 한 교수가 비슷한 행동을 하였다면 내가 똑같이 반응했을까? 수학자라는 내가 가진 편견에 어긋낫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교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이 교수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Rites of Love and Math - the Official Trailer from Edward Frenkel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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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캠퍼스 내에서 이런 잘생기신 교수님을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필자와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는 거부감이 들긴 하네요. 그래도 그런 저의 경우에는 조금은 관대하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영상물에서의 자살이나 섹스에 대한 표현은 대체적으로 성인에 한해서만 볼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겠습니다만, 이 교수의 경우는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미 성인인 대학생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저는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재량껏 선택했다고 생각하며, 그 행위가 이 교수님의 직업 유지와는 연결이 되지 않아야한다고 믿습니다. 다만 이차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경우에는 소위 이 교수님이 "투잡"을 뛰셨다는건데, 그 부분이 조금 의심스럽네요. 뭐, 알아서 다 처리하고 영화에 출연하신 것이겠지만.

    영화 리뷰를 보는듯하면서도 대학 교수라는 직업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꼭 봐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흠.. 여기서 또한번 충격적인 문화와 인식에 대한 차이를 느끼네요. 솔직히 선생님/교수님들이 근엄한 자세로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야만 된다는 인식은 지극히 한국/동양정서에서 비롯된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요즘들어서는 이게 많이 왜곡이 되서, 교직에 계신분들중에 마치 대단한감투를 쓰신듯,행동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것같습니다. 오늘아침에 본 기사중, 한 교장선생님이 자기 방에 술자리를 마련해놓고 관사에서 지내고있던 여교사를 불러서 술을 같이 먹으려 했다가 거절하자 막 관사로 찾아가서 욕하고 그런기사가 있더군요. "내가 상사인데, 선생인데 어떻게 너가 나한테!" 라는멘탈리티, 조선시대 장유유서 뭐 이런 문화에서 상당부분 비롯된게 아닌가생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는 선생님과 교수에대한 인식이 참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미국에선 교수들 (물론 좀더 격식을 요구하는교수도 있습니다만,) 한테 그냥 "헤이 에드워드" 하기도 하죠. 고등학교같은경우는 더욱 교사와 사제간의 격식이 희미합니다. 저의 고등학교시절을 회상하면, Mr. Johnson, Ms.Carver, 등 호칭을 사용하긴 합니다만, 한국학생들이 선생님들께 갖추는그런 격식같은거는 거의 찾아보기힘듭니다. 교사와 학생들도 상당히 가까운 친구비슷한 관계가될수있고요. 나이 어린 선생님같은경우에는 학생들과 같이 쉬는시간에 스포츠하면서 놀기도 하고, 방과후에 전화도 하고 밥도같이 먹고 그럽니다. 아무리 학생들이기어올라도 절대 때리지않고 말로 타이르는게 미국선생님입니다. 공포보단 사랑으로 학생들을 다룬다고 할까요?하하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지내지 않았기때문에 자세히까지는모르겠다만, 한국에서의정서는 확연히 다른것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생각입니다만, 에드워드교수의 행동이 일말의 거부감을 자아내는부분은, 학생들이 볼때 느끼는 충격보다는, 미국에서도 교수라는 자리에 따라오는 일종의 아우라 같은게 있고, 교수들의 커뮤니티안에서는 전문적인 지성인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따라오는것같은데요. 그런 관점에서 에드워드 교수의 행동, 특히 자살과 섹스라는 굉장히자극적인 부분을 다뤘다는점에서 충격을 안겨준것같습니다. 웬지 미국학생들이 이 교수의 영화를 보고 "헐..어떻게 교수님이라는사람이 이런걸.." 이라고 느낀다는게 상상이 잘 가지가 않네요..^^

    어떤게 더 옳고 그른것은 아닙니다. 그냥 단순한 문화적관점차이인듯합니다..ㅋㅋ
    • 그런 의미에서 넓은 안목을 기르기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사람들도 많지만.. 하하..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 상황을 다각도로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언급해주신 문화적 관점의 차이점처럼요.
  3. 만약 교수가 이야기하고자는 것이 논문의 형식이 아니라 영화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국인의 입장에서 조금 개방적으로 생각해보면 교수로서 수학을 가르치려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 Facist
    • 2010.11.11 11:33 신고
    이건 일단 영화를 보고 생각해봐야겠군요.. 그런데 영화는 어디서 보지ㅠ
    • 저희들과 같은 학교 분이신가요? 넷플릭스 정도엔 있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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