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의 봄 (2) : 크메르 루즈의 등장

Posted by 안녕이야기
2010.10.28 17:38 SERIALS/1975년의 봄 - 完 -

크메르 루즈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프놈 펜으로 들어왔다. 민주 캄푸치아, 바로 크메르 루즈가 설립한 정부의 명칭이다. 이 민주 캄푸치아 시대는 아마 캄보디아 역사상 가장 비민주적이고, 상식과 이성이 상실된 시대일것이다.

https://wikis.nyu.edu/ek6/modernamerica/index.php/Imperialism/ColdWarContainment

크메르 루즈는 어떤 자들인가.  20세기 중, 후반, 소련과 미국간의 냉전이 한창일 당시,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회오리속에서 양극으로 나뉘어져 가고 있었다. 유럽엔 철의 장막이 드리워져있었기때문에, 냉전의 여파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스며들어갔다. 어느 한 나라가 공산국가가 되면, 그 주위에 있는 나라들도 순차적으로 공산국가가 될것이라는 도미노 이론을 걱정한 미국은, 1954년에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은, 아직까지도 패전했다고 평가받아지는 불명예스러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미국과 베트남간의 치열한 전쟁이 한창일 무렵, 주변국가였던 캄보디아 역시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로울순 없었다.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반공산주의를 외치는 론 놀같은 자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었던 것이다.

이런 어지러운 시기에, “민주”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크메르 루즈, 그들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어진 이 상황속에서 어디에 속해있었던걸까?

먼저, 이념적 측면에서 바라볼때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살로스 사, 혹은 폴 팟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자가 바로 크메르 루즈의 리더로 알려져있다. 1928년에 태어난 그는, 1949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공산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우월성에 신념을 가지게 된 그는, 시아누크의 왕권주의를 비판하였고, 론 놀의 부패한 민주주의를 소탕하고싶었다. 그래서 1975년 론 놀을 몰아내고 크메르 루즈가 권력을 차지했을때, 공산주의가 캄보디아에 도래할것이라는 예상은 무리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폴 팟은 당시 공산주의의 어미와도 같았던 소련과 크게 관련되어있지는 않았다. 비록 같은 공산주의를 주장했지만, 소련의 위성국가라는 느낌보단, 독립적인 형태의 공산주의 국가를 추구하는 듯했다. 그 이유는 바로, 폴 팟이 추구했던 공산주의는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형태의 공산주의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공산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요소는 바로 노동자들이 일으키는 혁명, 또 그 혁명으로 인한 사회계층의 붕괴일것이다. 허나, 폴 팟이 구상하던 공산주의엔 노동자계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회적 구조들이 붕괴되고 난 후에 생성되는 모두의 평등이라는 개념에 치중해 있었기에, 마르크스 공산주의에 기반한 소련의 비전과 많이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폴 팟이 미국같은 민주주의 서방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협조를 받고싶어했던것 역시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부패한 론 놀을 지지하고, 캄보디아가 감당해야 했던 베트남전의 여파를 제공했던 미국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민주주의의 이념적 지주로 대변되는 헌법, 선거구조, 인권, 삼권분립같은 요소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보인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폴 팟이 진정으로 추구하던 이상은 어떤 형태였나? 1954년 캄보디아로 돌아온 그는, 베트남 공산주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시골지역에 살고있던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공산주의의 이념을 표방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사회계층간의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 빗어지는 불평등함을 없애고, 세속적인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되어 지내는것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산주의이며, 캄보디아인들이 살아야 될 생활방식이라 믿었다. 이런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 크메르 루즈라는 단체로 진화하게 된것이다.

1975년 4월, 폴 팟이 지도하던 크메르 루즈가 프놈 펜에 찾아왔다. 시민들은 부패했던 론 놀 정부를 몰아낸 크메르 루즈를 환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환영의 환호는 곧 비명과 절규로 바뀌었다. 크메르 루즈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정부수립이나 헌법제정같은 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프놈 펜 에서 추방시키는 작업이었다. 총구를 겨누며 도시를 떠나라는 명령에, 프놈 펜의 사람들은 타당한 이유를 들을 겨를도 없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망명길에 올랐다. 바로, 대대적인 크메르 루즈의 문명의 숙청이 시작된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론 놀 정부밑에서 일하거나, 크메르 루즈의 입지에 위협이 될만한 모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군인, 학자, 의사 같은 지성인들을 제거해 나갔고, 시계를 찬 사람, 안경을 쓴 사람같은 지성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하나, 둘 씩 죽여나갔다.

자신들의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있는지 모른채, 사람들은  안락했던 집을 떠나, 걷기 시작했다. 그 긴 망명자들의 행렬속에, 아직 10살이 채 안된 어린 소녀, Luong Ung도 함께 있었다.

http://edinburghfestival.list.co.uk/article/2543-loung-ung/

by 안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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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이런~ 제 글은 쓸데없이 너무 길어서 문제지만, 이런 흥미 진진한 내용의 글은 저같은 독자를 위해서 조금 더 길게 썰을 풀어주셨으면 해요.. 기대하고 있는데 근 2주 마다 업데이트 되니 똥줄이 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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