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슬럼프에 빠진 친구들에게

"김난도 교수의 게으름에 대한 충고"라는 글을 읽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트위터 @kimrando

하루 하루 똑같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지쳐갑니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는 망망대해처럼 넓은데, "어디로 배를 저어야 할 지 모르고 헤매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바람도 순풍이 아니"기에 힘듭니다. (몽테뉴) 하지만 게으름은 육체와 정신을 모두 녹슬게 하고, 마침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모멘텀도 사라지게 만듭니다.

김난도 선생님의 "게으름에 대한 충고"는 게으름에 빠져 꼼짝할 수 없게 된 이들에게 송곳같은 질타를 가하는 글입니다. 다음 글은 김난도 선생님의 글에 대한 제 답글입니다. 청년 실업, 88만원 세대, 양극화, 스펙만능주의, 가치관 혼란 등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것들은 많지만, 다들 힘내시기 바라며 이 글을 띄웁니다.


사랑하는 내 친구에게.

잘 지내는가?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수습했는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만, 자네 영혼이 우는 소리가. 어서 시궁창에서 꺼내 달라고 슬퍼하며 울고 있구만. 꿈은 높은데 현실이 시궁창인가? 하지만 자네에게 묻고 싶네. 꿈은 있기나 한가?

"아직 참된 삶의 의미를 모르겠어. 그래서 난 참된 꿈이 없어."

이것이 자네가 말하는 이유인가? 흔히들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청춘의 고뇌' 뭐 이런건가? 하지만 그건 나태함을 겉멋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네. 자네 말대로라면, 오늘도 셀 수 없이 많은 20대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생의 참 의미를 찾아 '고뇌'하고 있다네.

나도 게으른 삶이 얼마나 편한지 안다네. 하지만 시궁창이 아무리 편하다 해도 언제까지 거기 남아 있을 수는 없잖은가. 시궁창에 오래 있으면 가장 순수한 것들조차 썩어버리고 만다네. 자네 영혼은 냄새나는 시궁창이 아니라 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가고 싶다며 울고 있는데, 자네는 어째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건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인류의 행복에 위해 힘쓰며, 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 한 점 한 점을 진하게 즐겨야할 자네 영혼이, 침대 한 구석에서 썩어가고 있네. 슬퍼해야 할 일일세. 자네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 앞에서 부끄러워야 할 일일세. 마땅히 가슴을 쳐야 할 일일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나태함에서 빠져나오게.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 글을 읽는 이 순간부터'일세. 지금까지 수도 없이 계획하고 실패하고 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내딛는 한 걸음일세.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기엔 우린 아직 너무 어리다네. 하지만 시궁창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지 않겠는가. 위대한 인물들도 시궁창에 빠지곤 하지만,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네. 자네가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한 사람으로써, 나의 충고를 부디 새겨 듣길 바라네.

건강하게. 다음에 바뀐 모습으로 볼 수 있길 바라네.

- Se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