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에 백인은 2달러, 동양인은 1.5달러, 흑인은 1달러? - 버클리 소수자 우대 전형 시위

Posted by ZeusCrisis
2011.09.27 23:25 CAL/Episode/비화

9월 27일 UC 버클리 앞 스프라울 광장에서 공화당 학생회 학생들이 "다양화를 위한 베이크 세일"을 열고 있다. 왼쪽 아래 인종별로 다르게 적힌 가격표가 보인다. (출처: UPI/Terry Schmitt)

빵 팝니다! 백인은 2달러, 흑인은 1달러, 아시아인은 1.5달러

지난 22일 저녁 UC 버클리 캠퍼스 내 공화당 지지자들의 모임인 버클리 공화당 학생회(Berkeley College Republicans, 이하 BCR)에서 "다양화를 위한 베이크 세일"(INCREASED DIVERSITY Bake Sale)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이벤트를 발송했다. 베이크 세일이란 학생 단체들이 후원금 모금 등의 목적으로 여는 캠페인의 일종으로, 버클리 캠퍼스 정문 앞 스프라울 광장에서는 거의 매일 접할 수 있는 행사다. 그러나 BCR의 베이크 세일 페이스북 페이지는 순식간에 "인종차별적이다", "끔찍하다", "공격적이다" 등의 댓글로 가득찼다. 문제는 판매되는 빵의 가격에 있었다.

27일 오늘 실제로 베이크 세일에 사용된 가격표에 따르면 백인은 2불, 아시아계는 1.5불, 라틴계는 1불, 흑인은 75센트,  아메리카 인디언 25센트에, 그리고 여성들은 각각 25센트씩 깎아준다고 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도 인종 차별적이고 성 차별적으로 보이는 이 행사는, 최근 제리 브라운 (Jerry Brown)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의회 결의안 185호 (Senate Bill 185; 이하 SB 185)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준비된 정치적인 풍자라고 BCR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BCR의 베이크 세일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에 속하는 인종/성 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림에 따라 버클리 캠퍼스는 물론이고 전국 미디어의 이슈로 떠올랐다.

# SB 185, 과연 무엇이 이슈인가?
지난 9일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제출된 SB 185는 캘리포니아 공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UC와 CSU로 하여금 학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 성별, 출신지, 가구 소득을 고려할 수 있게 허가하는 내용이다. 브라운 주지사의 대변인인 에반 웨슬럽 (Evan Westrup) 에 따르면 SB 185는 오는 10월 9일까지 통과 또는 거부가 결정되어야 하는 현안이다. 이슈가 되는 부분은 SB 185의 내용이 입학 전형 과정에서 특정 인종, 성별, 민족에게 특례를 주는 것을 금지한 현안과 충돌하는가의 여부다.

미국에서의 소수자 우대 전형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 재임 시 연방집행명령 10925호 (Executive Order 10925)에 의해 처음 시행되었다. 연방집행명령 10925호는 “누구나 인종, 종교적 신념, 피부 색, 또는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affirmative action)에 나설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60년대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거치며 많은 부분 제도화 되었고, 대학들은 입학 전형에서 소수 인종, 여성, 경제적 취약 계층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으로 적극적인 행동(affirmative action)에 나섰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 소수자 우대 전형 전반을 Affirmative Action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 우대 전형은, 실력은 갖췄음에도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는 역차별의 문제를 자주 야기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는 1996년 제의안 209호 (Proposition 209; 이하 Prop 209)를 통해 “어떠한 공기관도 인종, 성별, 민족에 의거하여 개인 또는 집단을 차별하거나(discriminate against) 우대할(grant preferential treatment) 수 없다”고 주 헌법을 수정함으로써, 인종, 성별, 민족에 의거한 소수자 우대 전형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UC입학 체계에 따르면 응시 학생들은 인종, 가구 소득, 민족을 보고해야 하나, 입학 사정관들은 이러한 정보를 열람할 수 없으며 이 정보들은 오직 통계의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대학들로 하여금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 성별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허가하는 SB 185는 Prop 209에 반하고 소수자 우대 전형을 부활시키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 그러나 SB 185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SB 185는 고려(consideration)할 수 있다는 것만 언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어떠한 우대 정책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Prop 209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보장된 UC 시스템의 독립성에 따르면, SB 185가 통과되더라도 주 정부는 UC 측에 권고(request)만 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SB 185는 실질적으로 Prop 209와 충돌하므로 엄연히 헌법과 충돌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언론 자유냐, 인종차별이냐? 논쟁으로 끓어오른 캠퍼스
그러나 SB 185의 적법성 논란과는 별개로, BCR의 베이크 세일은 그 자체가 커다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물론 정치적 풍자와 이슈 환기의 목적으로 시작된 캠페인이었지만, 흑인 학생 연합(Black Student Union)를 필두로 한 버클리 커뮤니티 내 학생들은 이 행사가 인종/성 차별적인 행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BCR 베이크 세일의 지지자들은 이 행사가 정치적 풍자로 이해되어야 하며, 정당한 언론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5일 오후 UC 버클리 총학생회 (Associated Stud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이하ASUC)는 긴급회의(emergency senate meeting)를 소집, BCR의 베이크 세일의 적법성과 ASUC가 취할 행동에 대해 논의했다. BCR는 올해 ASUC로부터 $3791.11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SUC 헌법에 따르면 ASUC는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등으로 차별(discriminate against)을 일으키는 단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이뤄진 회의에서 BCR에 대해 어떤 공식적 행동을 취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고, 대신 “어떤 학생 단체든, 풍자적이건 진지한 의도에서건 차별을 이용하는 것을 규탄한다”는 안건만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UC 버클리 총장 로버트 버지너 (Robert Birgeneau)는 캠퍼스 구성원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교 행정당국은 ASUC의 결정을 확고하게 지지하며(firmly endorse)”, 이 행사가 의도와 상관없이 캠퍼스 화합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캠퍼스 흑인 학생 연합(BSU)의 회장인 살리흐 무하마드(Salih Muhammad)가 25일 밤 긴급 소집된 ASUC 회의에서 BCR 베이크 세일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BSU를 대변하여, "우리들(의 정체성)이베이크 세일의 가격 정도로 격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We're not open to being reduced to a price at a bake sale")라고 데일리 캘리포니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출처: DailyCal/Kevin Foote)

하지만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BCR은 오늘 27일 아침 예정대로 베이크 세일을 강행했다. 전 UC 운영위원회(Regents of University of California) 위원이자 Prop 209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워드 코넬리(Ward Connerly)는 BCR의 테이블에 참석하여 지지를 표명했다. 지금 이 행사가 인종 차별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 행사는 인종차별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SB 185는 더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 

캠퍼스 앞 스프라울 광장에는 학생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 드러눕는 시위를 통해 BCR의 베이크 세일에 대한 반대를 표시했다. SB 185에 대해 찬성하는 BAMN 등의 학생 단체들도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반면 SB 185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BCR의 베이크 세일을 지지하기 위해 인간 장벽을 만들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에 대비하여 캠퍼스 경찰들이 대기하였으나, 다행히 행사는 경찰의 개입 없이 끝났다. 

베이크 세일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캠퍼스 앞 스프라울 광장에 드러누운 학생들. (photograph courtesy of Joan Tionko)

다음은 27일 베이크 세일이 열리면서부터 오후 2시경 베이크세일이 마무리 될때까지의 유씨버클리 학생 언론사인 데일리 캘리포니안(Daily Californian)의 실시간 중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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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ZeusCrisis, 아모쓰
사진: The Daily Califor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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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kirooh
    • 2011.09.27 23:51 신고
    이슈의 여러 면을 조목조목 잘 짚어주신 글 잘 읽었어요.
    저는 아직도 SB185가 통과되는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할수는 없지만 소수인권을 중요시하는 학생/단체들이 많은 버클리에서는 bake sale과 BCR 에 대한 반대시위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필자분들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 아모쓰
    • 2011.09.28 00:17 신고
    베이크 세일과 BCR의 의견 표출에 반대하는 학생회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버콥의 모토와 같이 의견 표출은 자유지만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합니다. 풍자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백인우월주의와 여러 소수자들을 조목조목 짚어내어 거기에 값어치를 매겼다는것은 분명 사과해야 할 부분입니다. 제대로 풍자를 했더라면 아시안 아메리칸이 백인들 보다 능력에 비해 입학에 불리한 사람들이 많은것을 표현을 했어야 합니다. 백인은 사실 미국 주립대학교에서는 소수인 편이지만 이 시위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사상이 표출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수인종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도 모색할 수 있었을 텐데 굉장히 이슈는 크게 만들었습니다만 비효율적인 평화롭지 않은 시위였다고 생각합니다.
  1. 글 잘 읽었습니다! 어제 정치학과 친구에게 지나가는 말로 듣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캠퍼스 전체가 떠들썩하고 공중파 취재진들이 모여들기까지 했을 정도로 큰 논쟁이었던 행사를 그 전날에서야 알았다는게 조금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학교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전해져 오는 만큼 의식만은 깨어있어야 하겠다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나랑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느끼는 이슈일지라도 같은 사회의 구성원인 만큼 이런 일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 이콘
    • 2012.08.29 23:24 신고
    글잘읽었어요 ㅜㅜㅜㅜㅜ
    저도 이 역사의 현장에 있어보고싶단 생각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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