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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음주 Fantasy - 完 -

#4-3. 술자리 민폐남 심층 분석 1/2

술, 사람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웃게도, 그리고 울게도 만드는 인류의 기호품.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취하면 사자처럼 흉포해지고, 아주 많이 취하면 돼지처럼 더러워지며, 너무 지나치면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원숭이처럼 허둥댄다는 탈무드의 이야기처럼 술은 인간의 역사에서 그 문화와 시기를 막론하고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왔다.

보드카, 위스키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술들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한국인도 좋은 술 만들기와 술 잘 마시기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버클리오피니언의 세 번째 OP, 음주 Fantasy는 그런 한국인들의 술자리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판타스틱한 사례들을 모아 몇 가지의 시리즈로 나누어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 사례 (제보자)

1. 음주 판타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술자리 민폐남들의 다이나믹함에 대해 공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사례. 술자리에서 꼭 나이를 들먹여가며 무게 잡고, 공공연히 형 대접을 원하는 형님들이 계시다고 한다. 이러는 분들, 꼭 이런 말씀 한 마디 해주시더라. “형이, (또는 오빠가) 살아봐서 아는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속으로 ‘살아봤자 얼마나 더 살았다고’ 라고 반문하고 싶은 걸 참느라 술을 들이키곤 한다. 그냥 상대에게 충직한 조언을 해주면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 술자리가 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진상남들의 끝은 꼭 나이 어린 상대보다 술에 더 취해 온갖 주정을 부려대는 것. 그러나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형이…”. 왜 술을 마시는가. 나이, 성별, 국적 이 모든 다른 점을 일거에 뛰어넘어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고자 섭취하는 게 술 아니냐는 말이다. (4학년 남자)

2. 두 번째 사례 역시 술을 마시는 목적에서 이탈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즐겁게 놀기 위해서,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서 마련하는 자리가 술자리 아니겠는가. 그런데 꼭 분위기에서 혼자 벗어나 가벼운 장난도 너그러이 넘기지 못하며 정색하는 밴댕이 과 남자들이 계시다. 술김에 괜히 ‘센 척’하는, 혹은 허세 부리는 남자들은 (술자리 꼴불견 2위를 차지할 만큼) 구제불능이라는 의견. (졸업생 남자)

3. 필자 개인적으로는 가장 여자를 미치게 하는 술자리남성들의 표본이 바로 이 사례3의 남성들이다. 술을 마시는 또 다른 이유는 괴로움을 그 순간만큼은 잊어보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그런데 도대체 왜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는 사람도, 피해자도 괴롭게 하는지. 그러는 본인의 괴로움도 술이 깨고 나면 배가 되는데, 실로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개중에는 전 여자친구뿐만이 아니고, 친구부터 그저 아는 사이인 여성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대는 남성들이 있는데, 정말이지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이분들에게 휴대폰이라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자격이 있는지 감히 묻고 싶다. (2학년 남자)

4. 전 미국을 포함, 대한민국 한복판 강남대로 마저 금연구역이 되었다. 금연이 트렌드인 이 시대에 발 맞추지 못하고 비흡연자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주시는 진상남들이 있다고 한다. 덧붙여, 얌전히 평소 피우시던 대로 피우면 될 것을 꼭 멋있어 보이려고 온갖 포즈를 취하며 피우는 남성들! 여성분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재수 없고 정 떨어진다”고 했답니다. (1, 2, 3, 4학년 여자)

5. 술자리에서 주량 자랑을 하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는 하겠지만, 도대체 왜 힘 자랑을 하려고 드는지. 술만 들어가면 주위 친구들에게 팔씨름을 하자며 못살게 구는 남자들, 꽤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다가 지면 어쩌려고 그럴까? (1학년 남자)

6. 술 취한 여자한테 집적대는 남자보다 흉물스러운 존재가 술자리에서 보일 수 있을까. 굉장히 절박해 보이며 비신사적이다. 연장선상에서 말하자면 술 취한 상태에서 은근슬쩍 옆자리 여자들에게 기대는 식으로 스킨십을 해오는 남자들, 또 술자리를 순식간에 미팅/소개팅 자리로 만들며 “나 여자 고파서 죽겠어요”라고 티 내는 남자들! 그렇게 여자가 없나요? 당신이 박해일이 아닌 이상, 여자들은 집적거리는 남자를 정말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염두해 두길 바란다. (4학년, 졸업생 여자)

7. Being active는 술자리에서의 기본 에티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몇 남성 분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being active가 잘못하면 being aggressive로 비추어진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 말까지 다 끊어가면서 액티브해 질 필요는 결단코 없으며, 당신이 주도하지 않아도 그날의 술자리는 즐겁기 그지 없을 것이다. 분위기 띄우는 것은 좋지만 튀지는 말아달라는 의견. (대학원생 남자)

8.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 소위 ‘센 척’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타인이 왈가왈부 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겁게 놀고 마시는 자리에서까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과시하듯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술을 잘 마신다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도록 마시면서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하는 것인지. 가령, 맥주 3000cc에 소주 두 병을 탄 것을 원샷하는 막가파! 이런 오바쟁이보다 남들에게 보다 더 직접적이면서 위협적으로 상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바로 술만 들어가면 곧장 폭력을 휘두르는 민폐남들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모 클럽 회장이 바로 이 민폐남이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라고들 입을 모아 제보를 해주었다. 이 글을 보고 혹시 찔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부터 폭력은 자제하길 강력히 당부한다. (4학년 남자)

9. 대미를 장식할 초특급 민폐남이 여기 있다. 술자리를 미팅 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남자들로, 이들은 술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별 불문하고, ‘아는 여자’를 부르라고 생떼를 쓰곤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꼭 ‘예쁜 여자’만을 고집하는 진상 오브 진상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낯짝도 두껍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에 꼭 들어맞는 것 같다. 오죽 절박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술자리는 여자를 찾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런 진상남들의 공통점은 억지로 불려온 여자들하고 분위기 못 맞추며 꼭 이상한 게임을 하자고 제의한다는 것. 다시는 술자리에 발 못 붙이게 하고 싶을 지경이라고 하니, 이것만큼은 제발 주의하자. (졸업생)

# 그들에게 전하는 말

민폐남들에 대한 고발을 알리면서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센 척 하는 남자들이라는 것.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들 대부분은 술이 들어가기 전에도 낯 뜨거울 정도로 센 척 하는 민폐남들이지만, 이들의 객기는 술이 들어가면 악화일로를 걷는다. 그 날의, 혹은 그 주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만든 술자리에서 이들의 존재는 스트레스 덩어리! 이런 민폐남들은 사상 초유의 센 척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스트레스는 경감시킬 지 모르겠다. 사회에 이런 민폐들이 존재함으로써 그 사회는 자꾸 우리들에게 술을 권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그냥 그이들의 성격인데 뭘 이렇게 예민하게 생각 하느냐고. 그런데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한 층 더 심해지는 이들의 센 척은 급기야 방종으로 급변하고, 그러면 정말 짜증이 솟구친다. 거듭 말하지만 술은 당신들이 허세를 부리기 위한 음료가 아니다.
 
담배는 집에 가서 마음껏 피우면 되고, 여자친구는 당신의 능력껏 만들라. 예를 들어, 당신의 능력껏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한 방법이 되겠다. 그녀 앞에서 당신의 센 척을 보여주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의 여자로 콕 찍은 여자도 아닌데, 은근슬쩍 옆으로 다가와서 다리를 맞댄다거나 온몸으로 기대어온다거나, 이런 야비한 스킨십은 도의적으로 정말 잘못된 행동임을 알아두길 바란다. 만일 여러분의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술자리 불청객으로 낙인 찍혀 혼자 술잔을 기울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