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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검은 돈의 유혹 '승부조작' - 完 -

검은돈의 유혹 '승부조작' :: (1) e-스포츠의 승부조작과 마본좌의 몰락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는 8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새마을 운동을 통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발전했다. 프로야구 같은 경우는 2011년 600만 관중 시대를 알리며 흥행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고, 프로축구 또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반으로 많은 팀들이 생겨나면서 대한 축구협회는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리그를 나누는 승강제의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장악하고 있는 e-스포츠 같은 경우는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많은 게임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종종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 간의 맞대결을 보면 대한민국이 e-스포츠 최강국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게 해준다. 

그러나 2010년 e-스포츠에서 경기 승부조작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에 고착되어 있던 사행성 승부조작이 조명받기 시작한다. 프로축구, 배구, 야구 또한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며 많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정정당당하고 냉정한 승부를 보여주어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검은돈의 유혹에 휩싸여 몇몇 유명선수들이 기본적인 도리를 간과하고 승부를 조작했다. 이들은 한때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유명선수들이 프로세계에서 영구 제명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스포츠에 고착되어있는 검은돈의 손길에 대해 집중조명 해본다. 우선 이번 글에서는 첫 번째 순서로 e-스포츠와 관련된 승부조작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마재윤의 승부조작이 밝혀진후 팬들은 스타크래프트 5대천왕에서 마재윤을 제명시켰다 (출처: 디씨인사이드 스타갤러리)

대한민국의 이삼십대 남자라면 한 번쯤은 PC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해봤을 것이다. 98년도 스타크래프트 발매는 대한민국에서 PC방 사업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였다. 대한민국 전역에 퍼진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e-스포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e-스포츠가 등장했을 때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성공적인 출범은 하지 못하였으나, 게임매니아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하며 e-스포츠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또한, 온게임넷과 MBC 게임 (구 gemBC, 현 MBC Music) 등의 케이블 게임 전문방송국들이 e-스포츠를 중계해주면서 대중들로부터 점차 주목받게 된다. 한때 테란의 황제였던 임요환의 기가 막힌 드랍쉽 작전, 적절함의 대가 김대기의 입구 막기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전략들이 등장하면서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순항기에 들어서게 된다.


프로게이머들이 승리를 위한 새롭고 기발한 전략들을 짜내면서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발전하게 된다.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게임들까지 등장하여 현재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서든어택 등 다양한 분야들이 등장하였으나, 스타크래프트야말로 대한민국 e-스포츠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테란하면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서지훈, 전상욱, 변형태, 정명훈, 이영호 등의 스타들이 있었고, 프로토스하면 박정석, 강민, 김택용, 송병구, 오영종 등의 스타들이 있었다. 그리고 저그하면 홍진호, 박성준, 조용호, 김윤환, 마재윤, 박명수, 박찬수 등이 떠오르는데, 안타깝게도 저그에서 이름을 날리던 몇몇 유명 프로게이머들이 2010년 터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게 된다. 특히 2000년대 중 후반 스타리그에서 이름을 날리던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홍진호는 임이최마콩이라 불리며 별들의 별들이었다. 이들 중에서 마재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90년대 후반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출범할 때만 해도 게임이 비주류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에 주목하지 않았고, 스폰서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많은 선배 프로게이머들이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새롭고 기발한 전략들을 짜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e-스포츠 팬들이 점점 늘게 되었고, 대기업들이 e-스포츠 팀에 스폰서를 해주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e-스포츠가 커지면서 승부를 예측하는 불법 온라인 배팅사이트들이 등장하게 된다. 탐욕에 가득 찬 세력들이 경기를 조작하여 불법 배팅사이트를 통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고, 온라인 배팅사이트와 연루된 브로커들이 선수들의 상금과 연봉보다 몇 배 많은 검은돈을 건네면서 프로게이머들을 유혹하게 된다. 

처음 e-스포츠 내에 승부조작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덜 주목을 받았던 마이너리그인 워크래프트 리그 내 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였다. 워크래프트3 또한 블리자드에서 개발한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e-스포츠로서 성장기에 들어서던 중이었다. 하지만 2005년 워크래프트3 프라임리그에서 선수와 해설자로 활약했던 장재영의 경기 맵 조작 사실을 이중헌이 폭로함으로써 워크래프트3 리그가 국내에서 사라지게 되고, 사건 또한 우선 일단락되었다. 대신 이 사건에 의해 국내에서 활동하던 워크래프트3 선수들이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해외 진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워크래프트3 리그보다 더 큰 규모의 리그였던 스타크래프트 내에도 승부조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항간에 떠돌던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 원종서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게 되고, 특히 각종 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던 마재윤과 박찬수, 박명수 형제 등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e-스포츠계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2009년 여름 마재윤과 스프링데일의 인증샷 (출처: http://konayuki.kr/170)영구제명후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하고있는 마재윤 (출처: 데일리e스포츠)

특히 마재윤 같은 경우는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많은 상금도 탔고, 그 유명세를 이용하여 여러 방면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던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승부조작 의혹이 터졌을 때 단호히 자신은 승부조작과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정했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시인하였고 그의 단호한 태도 또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팬들 다수는 그가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되었을 때 끝까지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으나, 그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그는 그를 믿어줬던 팬들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이 종결되면서 마재윤을 포함한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던 모든 선수들이 e-스포츠계에서 영구제명 당하게 된다.

한때는 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트로피에 입맞춤했던 마재윤은 현재 한 개인방송국 사이트에서 방송자키를 하며 살고 있다. 한순간의 유혹이 그를 정상에서 음지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의 방송자키 활동은 오히려 팬들과 다른 e-스포츠 전문가의 반발에 부딪혔다. 우선 그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의혹을 받을 당시 그를 따르던 팬들은 물론이고, 그가 몸담고 있던 CJ엔투스의 조규남 감독이 그를 전폭 지지하면서 자신이 책임을 지고 마재윤을 승부조작 의혹 속에서도 출전시킬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밝혀졌고 마재윤은 그를 믿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조 감독과의 신의까지도 저버린 셈이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e-스포츠 전문가들이 마재윤의 개인방송에 대해 비판했다. 네티즌은 물론 게임 해설가들과 그와 친했던 김택용조차도 그의 개인방송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끊임없는 비판에 마재윤은 개인방송국을 결국 닫게 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였을까? 3개월 만에 그는 다시 개인방송을 재개하게 된다. 

현재 버클리 오피니언의 필진 겸 회장인 스프링데일은 마재윤의 팬이었었고, 승부조작 의혹을 받을 때 마재윤을 끝까지 믿어주었었다. 스프링데일은 2009년 5년 만에 대한민국을 방문, 용산 e-스포츠 경기장을 방문하여 당시 마본좌라 불리던 마재윤과 포옹을 하고 사인도 받고 이야기도 주고받았다고 한다. 당시 스프링데일은 마재윤한테 “마재윤 선수, 제가 미국에서 마재윤 선수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사인좀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2007년 신한은행 S3 때부터 마재윤 선수를 봐오고 있는데요, 이제 다시 우승 꼭 하셔야죠.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하세요.” (출처: http://konayuki.kr/170)라고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응원하던 마재윤은 또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였고 이후에 결과적으로 그와의 신의 또한 져버렸다. 결국, 마재윤은 자신의 방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리그 또한 많은 타격을 받게 되었었다. 90년대 중반부터 많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새로운 전략을 짜내고 열정적인 경기들을 보여주면서 리그가 성장해왔고, 지금과 같이 많은 대기업들이 스폰서를 해주는 대형리그로 성장하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해설가로 활약하며 김캐리라는 별명을 얻은 김태형은 승부조작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선배들의 눈물, 열정과 노력으로 일궈낸 이스포츠를 망치려 드느냐!!!!"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서 많은 선수들의 땀방울과 노력으로 일궈낸 대형리그가 몇몇 젊은 선수들의 돈에 대한 욕심으로 무너질 뻔했었다. 그러므로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던 선수들의 리그 영구제명은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마재윤의 영구제명 후 태도를 보면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당당하게 인터넷 개인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며 얼마 전에는 스타크래프트 과외를 해준다며 고액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상을 누리던 선수가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안타깝긴 하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는 여러 행동이 한때나마 그의 팬이었던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내에서 일어났던 승부조작 사건이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스캔들에 있어서는 시작에 불과하였다.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야구까지 대부분의 국내 빅 리그들 속에 숨어 있었던 승부조작이 드러나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K-리그에 몰아쳤던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에 관해 이야기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