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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담배는 마약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마약의 종류들을 보자면, 아편, 포르핀, 헤로인, 코카인, 대마초, 메사돈, 페치돈, 해쉬쉬, 해쉬쉬오일, LSD, 메사암파타인, 바르비탈산류, 야바, 엑스터시, 펠플루라민 등으로 남용, 오용할 경우 엄격한 처벌을 행하고 있다. 그들이 정해놓은 마약은 어떤 뜻일까? 마약 관리법률 제 2조에 의하면, 마약의 정의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물질로서 중독성이나 탐닉성을 가지고 있어 신체와 정신을 파괴시키는 약물을 말한다. 위 정의에서 중요한 단어들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중독성, 탐닉성, 신체와 정신을 파괴 또는 지배,”로 볼 수 있다. 이것들이 마약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위에 나열된 특징을 다 포함하는 담배는 왜 마약이라고 지칭하지 않는가?

 

중독성/탐닉성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라는 말은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왜일까? 주변에 흡연자가 있다면 또는 본인이 흡연자라면 잘 한번 생각해보자. 그 사람들은 자신에게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담배가 얼마나 건강을 해치고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은 담배 끊는 것을 매우 괴로워하고, 금연시도 중 많은 사람들이 중도포기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중독성이다. 흡연자들의 대부분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 먹자마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심심할 때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실 때마다 찾는 것이 담배일 것이다. 이것이 중독이 아니고 단순한 습관이라면, 담배를 그들에게서 빼앗는다면 허전함만 남아야 할 뿐 손 떨림, 불안함 등 금단현상이 나타나면 안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손 떨림, 분노, 불안함, 현기증, 심한 기침과 가래등 금단현상을 나타내면서, 흡연자들은 마치 담배가 없으면 죽는 것처럼 담배를 찾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은, 이러한 현상들은 마약을 사용하던 사람에게 마약을 끊게 할 때와 증상이 같지 않은가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약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대마초와 한번 비교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가 담배보다 중독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사실상 담배가 지니고 있는 니코틴이 대마초보다 의존성이 6배나 높고, 금단성은 니코틴이 대마초보다 4배나 높다. 프랑스 국립위생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마약류의 위험성을 야기하는 문제라는 보고서안에 마약류를 위험성에 따라 분류 했을 때, 담배가 2, 대마초가 3급으로, 담배가 대마초보다 더 위험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담배는 육체적 의존성과 정신적 의존성이 매우 뚜렷하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반면, 대마초는 육체적 의존성이 담배보다 현저히 낮고 정신적 의존성도 담배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마초는 마음만 먹는다면 육체적으로 힘든 거 없이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의 대표적인 증상, 중독성이 대마초보다 담배가 훨씬 더 높다면, 왜 담배는 마약이 아니란 말인가?

 

신체와 정신 파괴 또는 지배

담배가 마약인 또 다른 이유는, 담배가 육체적 정신적 파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마약을 불법화 한 이유가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이라면, 담배도 마찬가지이다. 담배에는 4000여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있고 그 중 무려 43개의 발암 물질들이 있다. 이러한 발암물질들을 담고 있는 담배는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폐암등 여러 암의 원인이 된다. 심지어 세계 흡연율 1위인 우리나라 주요사망원인이 암일 정도로 담배의 해로움은 심각해 보인다. 세계보건기구 (WHO) 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대략 500백만명 이상이 담배로 인하여 사망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6초당 1명꼴로 담배로 인해 사망을 하는 것이다. 또한 흡연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에이즈와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를 합친 것 보다 많고, 흡연할 경우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의 비해 사망률도 무려 5배 이상 차이 난다고 한다. 이렇게 비교를 해 봤을 때, 담배의 무시무시한 파괴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육체적인 해로움뿐 만 아니라, 마약들의 공통점인 환각 또한 담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담배의 주요성분인 니코틴은 마약인 아편과 같은 수준일 정도로 적은 양으로도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양이 많으면 환각상태 또는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마초 때문에 감옥을 가야 한다면, 어째서 흡연자는 구속 당하지 않는 것인가? 도대체 마약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인가? 대마초가 마약이라면, 그보다 의존성도, 위험성도 훨씬 더 강력한 담배 또한 마약 이여야 한다. 담배의 심각성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오랜 흡연 습관은 손발이 괴사하는 버거씨병에 걸리기도 한다. 반면 대마초는 직접적으로 신체의 괴사 또는 장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러한 심각성을 보고 나서도 담배가 마약이 아니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담배는 이제 마약이 아니다라는 틀에서 정당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