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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개미가 살아남는 방법

           

 

 

한국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흔히 개미라고 불린다. 몸집이 작고 연약하지만 많은 수의 개미가 모여 큰 무리를 구성하듯 한국 주식 시장의 개미들은 매일 주가와 거래량이 만드는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꿋꿋하게 하나의 거래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개미가 무리를 이루어 협동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것과 달리 주식시장에서의 개인 투자자들은 협동을 할 수가 없다. 모두가 행복하다는 불 마켓, 즉 강세장 에서도 한 투자자가 이득을 취하면 다른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마련인 제로섬 원칙에 의해 개인 투자자들 간의 협동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열리는 매 거래일 마다, 자본 응집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자본의 융단 폭격을 피해 제 살 길을 찾기 바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개미들에게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은, 앞으로의 주식 시장의 흐름이 마냥 좋아 보이지 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양적 완화 축소를 뜻하는 테이퍼링을 가속화 하기로 결정 하였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주택담보부채권과 국채의 매입을 각각 50억 달러만큼 축소 하겠다는 것이 그 계획이다. 추가로, 의장 자넷 옐런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회담에서도 테이퍼링 가속화에 대해 일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언급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전례 없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양적 완화를 위한 금전적 부담에 비해 성과가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소비자신뢰지수와는 달리 미국 시장 내 노동 지표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붙잡고 있으며, 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일월 한달 동안 약 4.7%의 하락을 겪었다. 금융 시장 내에서는 지난 해 꾸준한 경기 회복 뒤 시장이 조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라는 목소리도 존재 하지만, 미국 '연준위'의 출구전략이 오래 전부터 예고 되어 왔음에도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이처럼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사용해 경기 부양책을 꾀할 수 있는 이유는 ‘Too big to fail,’ 즉 대마불사 정신 때문이다. Treasury Bill 이라 불리는 미국 국채의 수요는 시장 내에서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은 조세 수입 이외에도 재정 적자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시장 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고 양적 완화와 같은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마불사 정신에 입각한 전략은 시장 내에서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수적이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해이의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충분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신뢰를 잃은 대마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어떠한가? 대중은 월가 투자 은행의 탐욕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현 경기 침체의 원인은 특정한 개인이나 정부, 혹은 기업에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 미국 정부의 초 저금리 정책이, 그 정책에 기반한 개인들의 과도한 부동산 투기가, 그리고 주택담보부채권과 부채담보부증권에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시도한 투자은행의 결정이 야기한 것이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정점에서 투자은행 JP 모건은 연준위의 대출금 지원에 힘입어 당시 투자은행 자산규모 약 5위의 베어스턴즈 사를 인수하게 된다. 동시에 연준위는 베어스턴즈 사에 단기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하게 되는데, 이는 모럴 헤저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후 JP 모건은 베어스턴즈 사의 인수를 기반으로 자산규모 1위의 투자은행이 되었고, 인수건을 지휘한 JP 모건의 CEO 제임스 다이몬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말 약 2000만 달러의 보수를 지급받게 되었다. 작년 JP 모건의 주가는 S&P 500 지수 평균 상승률 30%를 초과하는 33% 상승을 기록한 것을 미뤄보아, 시장은 JP 모건의 지난 5년간의 행적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JP 모건마저도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부채권의 부실 판매와 베어스턴즈 사 인수건에 관련된 책임을 지기 위해 130억 달러의 벌금을 지불할 것을 미국 법무부와 합의한 바 있다. 결국, JP 모건의 베어스턴즈 사 인수에 관련 해서도 도덕적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금융 시장의 상승폭이 꺾이기 시작하고, 시장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 지 갈팡질팡 하는 투자자들의 수가 늘어가는 지금, 단순히 단기간의 이익만 보려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미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의 금융 규제 주체들이 모럴 헤저드와 과도한 위험 수용을 경계하며 볼커 룰, 자산유동화 증권 특혜 축소 등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주식시장에서 개미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개인들은 협동 할 수 없기에 시장이 존재하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개미들은 매일 생존을 위한 불리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승률 높은 획기적인 투자 전략을 공개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고, 혹 자신의 결정이 시장 내의 도덕적 해이에 기여하는 것은 아닌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말해, 웃지는 못해도 울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