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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윤일병 사태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의 병영 현실

*이 글은 버클리오피니언의 전 멤버 이가은양이 투고한 글입니다.


 세월호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윤일병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대한민국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28사단 군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윤일병의 사망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20대 청춘을 헌신하는 국군장병들이 적도 아닌 선임병과 상관에게 위협당하고 있는 군의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사건의 전말이 파헤쳐지면서 알려진 군 내 수 많은 구타와 언어폭력 등 가혹행위는 그동안 군 당국의 병영 내 가혹행위가 크게 줄어 문제가 없다던 발언을 일축시켰다. 2, 3의 윤일병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인 것이다. 어쩌면 알려지지 않고 은폐된 사건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하고 있다.

 

관련 병사들이 구속되었지만 윤일병 사태는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영문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군의 궁극적인 목표와 존재 목적은 승리이다. 승리를 위해선 애국심, 충성심, 용맹과 같은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겠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동료애가 첫번째 필요 요소이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무기로 함께 싸울 동료들간의 전우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승리는 커녕 군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군은 동료애라는 텃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현재의 군 시스템은 상관의 명령에는 그게 얼마나 부조리할지라도 침묵하고 따라야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너도 한번 당해보라식의 사건들이 문제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돌고 도는 것이다. 군 내 구성원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일단 군의 시스템 자체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군 당국의 자율적인 대책과 해결을 기다리다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잘못된 병영 문화를 영원히 바로잡지 못할 것이다.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명망가 중심의 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큰 변화를 일으키기 힘들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군사들의 인식과 전세계의 군 문화에 발 맞추기 위해선 부대 운영에 민간인을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민간에 병영생활의 감시를 맡기는 국방옴부즈맨 제도 도입이 이제는 시행되어야 한다. 여태껏 우리 군은 국내 감시 통제 기관으로부터의 통제를 겪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렇기에 외부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계 질서가 그 어느 곳보다 강력한 군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방안들에 약자의 소리는 묻힐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군이 그 구성원인 군인들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존재성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군 당국은 국방옴부즈맨이 군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 아닌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인 것을 직시하였으면 한다. 또한 폭언, 폭력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일반 사회처럼 기본적으로 인권교욱과 심리상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군에서 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안을 유지하되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외부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요즘 군의 적폐 척결을 위한 여러가지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교육을 강화하자는 말도 있고 군대 이전에 사회 자체의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조차 놓치고 마는 실수로 이번 윤일병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대충대충 말로 넘기기식이 아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제대로 고쳐나가야 한다. 하루빨리 병영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지금이 기회이다. 개별 사건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책이 아니라 뿌리 깊은 폭력적 군 문화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을 해 모두가 안심하고 병영 생활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