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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맛에 대하여

맛에 대하여 – 짠 맛


맛에 대하여 짠 맛

 

욕심은 좋은 것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 작의 영화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2010)’ 의 고든 게코는 작 중 자신의 저서에서 이와 같이 주장한다. 전 작에서 과욕을 부려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된 인물의 의견이라 관객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당연하다는 예상을 감독은 담담하며 비 자극적인 시선으로 조롱한다. 주연을 비롯한 모든 작중 인물들은 끊임 없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경우도 있다. 작품이 욕심은 좋은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인지, 촛불에 뛰어드는 날벌레처럼 탐욕에 몸을 불사르는 사람들의 후두부에 쐐기를 박아 넣고 싶었던 것인지, 혹 그것도 아니라면 욕심과 탐욕의 미묘한 경계선을 확실하게 그어 놓고 싶었던 것뿐인지는 작품과 조금 더 소통하고자 하는 욕심 어린 시선으로 찬찬히 뜯어 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연료는 욕심이다. 부를 쫓고, 명예를 동경하며, 돈이 잉태한 권력을 쥐려는 수많은 욕심이 매일 형상화되어 부딪히는 곳이다. 그 부딪힘이 적절할 때에는 금융시장이 성장하였고, 넘칠 때에는 버블 붕괴 라던지 금융 위기와 같은 체벌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각자의 이상을 쫓는 일에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냐는 옹호의 목소리와,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일에 개인의 욕심을 적용했다는 비판적 시각 사이의 토론 따위는 잠시 옷장에나 접어 넣어 두고 부엌으로 가서 소금을 보자. 꽤나 지루할법한 월가의 이야기에 뜬금 없는 소금이 간을 더하는 지금 그 짭짤한 자극을 잠시 음미하며 소금에 대해 생각해보라. 자극을 찾는 이들의 욕심을 채워주는 짠 맛. 소금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소금은 지극히 평등하다. 지위고하와 빈부, 인종,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절대적인 평등을 보장한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 마저도 그 평등의 대상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매 분 매 초의 무한 경쟁이 일상인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이 점심 시간에 식사를 위해 데스크를 떠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인턴이나 신입 사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데스크를 위해 메뉴를 추천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상사가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 하는 일 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데, 이 점심 시간이 그 자체로서 신입 사원들의 통과 의례가 된 셈이다. 특히 특정 데스크의 트레이더들은 그 주문이 굉장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루머로 전해 듣던 그런 악명 높은 수준의 주문까지는 아니었지만, 샌드위치에 머스타드를 절대로 넣지 말아야 한다던가, 연한 갈색이 보일 정도의 빵 굽기를 원한다던가, 음료수에 절대로 설탕을 넣지 말되 미리 썰어둔 레몬과 라임을 추가 용기에 담아 오라던가 하는 정도의 맞춤형 주문을 대여섯명에게 한꺼번에 받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특색 있는 주문일지라도, 소금을 추가로 넣어 오라는 주문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과거 소금이 직접적인 화폐의 가치를 가졌을 때에는 더 많은 양의 소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사람을 움직이게 했을 때도 있었다. 사실, 로마 제정기에 군인들에게 지급되던 소금을 ‘Salarium’이라고 부르던 것이 현대의 ‘Salary’의 어원이 되었기 때문에 현대의 모든 샐러리맨들은 비유적으로 소금의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에서의 소금은 절대적인 다다익선의 대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갓 냉장고에서 꺼낸 훈제연어, 전라도식 젓갈 김치, 양념에 푹 절여진 깻잎에 소금을 더 뿌려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상에서 혀와 입 천장의 통각을 참으면서 까지 필요치 이상의 염분을 입안에서 녹이는 것은 반 생존적인 행위임에 분명하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바뀜에 따라 한 때 부의 상징이었던 소금이 더 이상 그 기능을 수행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의 절대치가 고정 되었다는 사실은, 점점 비유연해지는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해 주는 소금이다. 더 갖겠다는 지나친 탐욕으로 절대 가까워지지 않는 달을 잡으려 온 밤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곱씹어 본다면 정신 번쩍 들 만한 건강한 자극이다.

 

욕심은 소금과도 같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적당한 욕심은 당신의 두 다리를 움직이고, 두뇌를 회전시킬 염분이지만 과욕은 줄지 않을 바닷물을 마시다 오는 염중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을 담을 그릇이 아무리 큰 사람일지라도 그 욕심의 적절한 권장량이 있을 것이다. 그 권장량은 갖가지 욕심을 머리 속에 우겨 넣고 그것을 실현시키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평등의 무게추이다. 부엌에서 꺼낸 소금으로 음식의 간을 적당히 맞춘 한 끼의 식사는 과하지 않은 욕심이다. 적어도 그 만족스런 포만감이 지속되는 동안만큼은 욕심은 좋은 것이다.” 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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