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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pisode/비화

나체로 학교 도서관을 질주한다. Naked Run

대충 이런 느낌이다 (사진 출처: http://www.indiatimes.com/photo/4740251.cms)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주립대이다.  필자는 이번 학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학교의 축제나, 풍습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인 Naked Run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필자가 어제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이걸 겪었기 때문이다.

Naked Run은 말 그대로 모든 옷을 벗고 달리는 행위.  캠퍼스 내에서의 Naked Run이라면 주로 도서관, 그것도 기말고사 직전의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에서 오후 11시쯤을 기하여 수십 명의 학생들이 나신으로 제마다 약간의 코스튬 플레이 – 예를들면 모자나 약간의 속옷, 신발 – 를 하고 괴성을 지르며 도서관 이곳 저곳을 질주한다.  당연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금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나신의 클래스메이트 무리들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바로 어제, 필자가 있던 도서관에서 나신으로 달리는 수 많은 하얀 녀석들을 보았다. (하얀 녀석은 백인이다, 흑인도 동양인도 없었고 이걸 하는 녀석들은 그저 백인들뿐이었다)  저 멀리서 아무런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달려오는 한 떼의 남녀들.  남자들의 나신은 목욕탕이나 찜질방에서 봤으니깐 그렇다 쳐도 여자의 나신은 성인자료가 아니면 볼일이 거의 없다.  즉, 실물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수의 나신을 보는 것은 필자에게 있어서는 처음.  (첨부한 비디오는 3년 전의 Naked Run이다.  이 곳에는 흑인 친구들도 보이는데, 어제 필자는 볼 수 없었다.)

그런거 없다. 기대감 같은 것, 산산조각 나버렸다. 분명히 나신의 한 여성이 필자의 앞에 그저 서있었다면 성적으로 무언가 흥분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한 무리, 아니 한 트럭이 몰려왔을 때 필자가 느낀 것은 성적인 만족이 아니라 놀람과 체념,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과 경계심같은 것들이었다.

"헐 얘네 뭐야??????"

“쟤네들도 공부하다가 스트레스에 쩔어 미쳤군”

“아 더러워” (암내가 심하게 났다, 그것도 수십명이니..)

“왜 이쁜 애들은 안해??” (죄송해요)

뭐, 필자도 남자니깐 어쩔 수 없나 보다.  -_-;

그래도 기말고사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하다가 필자에게 일종의 컬쳐쇼크, 또는 기분전환의 계기를 준 것 같다.  잠시 정신을 차리러 도서관 밖에 나와있는데, 여러 명의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아마 저 친구들, 형들, 누나들, 동생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기분전환을 위해 밖으로 나왔을 것이리라.

기말고사는 학생들을 미치게 한다.  하지만, 기말고사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광경들.  이번 Naked Run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대학교라는 곳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ㅋㅋ

이 글을 읽으시는 기말 고사를 앞둔 우리 학생들.  모두 시험 대박나세요!

Everyone, good luck on your fin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