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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누굴 위한 빼빼로 데이인가

빼빼로 데이의 역사


연인들, 혹은 친한 친구들끼리 매년 1111일날 빼빼로를 주고 받는 문화, 어떻게 시작 되었을까?


11월만 되면 대형 마트나 작은 편의점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온갖 데코레이션과 다양한 모양의 빼빼로들을 내놓으며 막대과자 팔이에 혈안이 되는, 그 유명하고도 수상쩍은 빼빼로 데이의 역사. 대체 어느 놈이 만든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빼빼로 데이가 11월 11일인 이유는 굉장히 일차원적이고 직관적이다. "1111일"네 개가 빼빼로 모양을 닮았다는 이유로 선정이 되었단다. 빼빼로 데이의 최초 시작은 1995년 수학능력시험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수능시험 11일 전이었던 1995 11 11일, 이 날 빼빼로를 먹으면 수능을 잘본다는 속설이 있어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시험을 잘보라는 의미에서 선물을 해주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1994년 부산을 포함한 영남의 여중생들이 빼빼로 처럼 날씬해져라라는 뜻으로 서로 과자를 주고 받은데서 기념일이 생겼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층 놀이문화를 롯데제과가 판촉을 위해 거짓으로 만들었다는 가설이 가장 가능성있다고 알려져있다.

 

빼빼로 데이는 누굴 위한 날인가?

 

빼빼로 데이는 최근 몇 년 새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선 물론 커플들 또는 흔히 말하는 썸남썸녀 사이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에 적합한 선물로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친한 친구에게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주기도 하고 관심있는 여자나 남자에게 설레이는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고마운 이벤트이다. 기념일 이름에 과자이름을 박아넣은, 뻔뻔할만큼 적나라한 상술에 다들 알고도 속아주는 이유다. 


그래도, 아무리 어차피 알면서 속는 날이라지만, 11월의 빼빼로 가격은 그 뻔뻔함이 도를 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인 또는 친구들에게 주려고 이쁘게 포장 되어있는 빼빼로 바구니들을 하나씩 사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 돈으로 딴 걸 주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나 비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오죽하면 유명 기사 제목에 여전한 빼빼로 데이 상술, 두배 뻥튀기는 기본이라는 기사도 올라오곤 한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보기위해 이데일리에서 빼빼로 선물 바구니를 구입해 뜯어서 분석을 해보았다.

품목별 가격을 계산해본 결과 바구니에 들어있는 과자, 곰인형, 꽃등을 낱개로 사면 거의 반값으로 똑같은 선물 바구니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혀졌다. 인건비, 유통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두배의 가격으로 판다는건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사를 보고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백배로 데이라며 비판하기도 하고 차라리 그돈으로 다른걸 사지라며 돈이 아깝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하며, “11 11일은 농업인의 날, 가래떡데이, 지체장애인의 날, 해군창설 기념일 입니다라고 하며 1111일의 다른 의미를 두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매년 빼빼로 데이 덕분에 엄청난 매출을 올리곤 한다. 평소에 팔지 못했던 빼빼로들을 매년 11월에 몰아서 가격은 뻥튀기해서 판다고 소문도 나있을 뿐더러 너무 유명해진 빼빼로 데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1111일은 빼빼로 데이라고 더욱 잘 알려있지만 11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매일 땀흘려 가며 일하는 농민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날은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일이자 익산역 폭발사고가 일어난 날으로 이러한 축제성 이벤트는 익산 주민이나 전쟁 피해자들의 추모 정서와 맞지않는다는 불평도 많다.


부담스럽지 않은 과자 가격덕에 누구나 값싼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주변인들에게 은근슬쩍 마음 표현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빼빼로 데이가 괜찮은 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니 인기를 탔겠지만 말이다. 다만 "기념일"이라는 말을 쓰기 전에 무엇을, 왜, 어떻게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은 한 번씩 해봄직 하지 않을까. 필자의 바람이야 어떻든 이미 기념해야 할 "좋은 날"이 되어버린 빼빼로 데이. 기왕이면 버클리 오피니언의 독자들은 모두 빼빼로 한 통씩 받으셨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