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계의 대격변: 통큰 치킨과 프랜차이즈의 7일 전쟁이 남긴 것

Posted by phantomkid
2011.01.04 17:22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사진출처: http://coshuttle.co.kr/xe/?mid=free&document_srl=121073

Introduction
진돗鷄(계) 하나, 鷄천절, 얼리어닭터. 12월 초를 뜨겁게 달군 단어들이다.  디시인사이드 치킨갤러리 유저들의 빛나는 유머감각을 나타내는 단어들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생겨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롯데마트의 파격적인 아이템, 통큰치킨의 출시 때문이다. 열렬한 치킨 애호가인 필자에게 5000원 짜리 후라이드 치킨 소식은 버클리에서 16불씩 내고 먹어야 했던 OB 치킨의 반강제적 독과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치킨협회의 강력한 반발에 떠밀려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엔 잠시 슬픔에 잠기기도 했으나 이내 그것은 호기심으로 대체되었다. 과연 영세상인들의 염려는 합당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통큰치킨은 정말로 치킨계의 대격변이었을 것인지, 지금부터 필자는 실증적 자료를 통해 통큰치킨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통큰치킨의 사업전략
일단 통큰치킨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지 알아보자. 롯데마트는 하루에 300마리 판매 한도를 정해놓고 오로지 당일 현장 판매를 강행하였다. 전화주문, 전일예약 등은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후라이드 치킨만을 판매하였으며 배달도 하지 않았다.

통큰 치킨,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례연구
통큰치킨 사업 전략의 영향을 조금 더 미시경제적 시각으로 보기 위해선 사례연구가 필요했다. 또한, 탐구 지역을 일정 지역에 한정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필자는 영등포 롯데마트와 그 주변 지역인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 사이를 선택하였다.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 주변에는 상권과 주권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통큰치킨의 영향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조사 결과 통큰치킨의 400미터 반경 안에110여곳의 치킨전문점이 있었고, 이중 87%에 달하는 95곳이 프랜차이즈 치킨판매점으로 나타났다. 13%에 달하는 15곳은 호프집 혹은 특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여서 통큰치킨과 경쟁사가 아님으로 제외하도록 하겠다.

Data and Findings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는 단체는 영세상인과 프랜차이즈 본부이다. 편의를 위해 두 단체의 이익은 순전히 치킨 판매를 통한 것이라 가정하도록 하겠다. 또한 가맹점 창업의 매몰비용에 의한 프랜차이즈 본부의 이익 또한 무시하도록 하겠다. 이런 가정 하에서 프랜차이즈 본부의 이익은 가맹점으로 공급하는 육계 판매와 로열티를 통해 얻어진다. 본부에 제공되는 육계 가격은 육계 도매가와 냉장, 운송비의 합을 통해 구해진다. 대한양계협회에서 제공한 데이타에 의하면 보통 사용되는 1.5kg 육계의 가격은 1400원이며 인천의 한 유통업자에 의하면 통상 냉장,운송비는 한마리당 약 1200원 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본부에서 육계를 사들일때는 한마리당 2600원이 소모된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닭 한마리당 로열티는 1600원이며 가맹점 판매가는 4500원이다. 이는 즉 가맹점 판매를 통해 본부는 총 3500원의 순이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가맹점 판매가격과 로열티에 대한 정보는 모 회사 영업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영세상인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치킨 한마리당 수익성을 제대로 따지기 위해서는 다음 공식이 필요하다:
(치킨 판매가 – 가맹점 판매가 – 재료비 – 포장비 – 부가세 – 로열티)

이 공식을 통해서 치킨 한마리를 판매할때 마다 남는 순수익을 계산할 수 있다. 앞서 표기하였듯이 가맹점 판매가격과 로열티에 대한 정보는 모 회사 영업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재료비와 포장비에 대한 정보는 각종 도매가를 이용해 계산된 수치이며, 부가세는 10%로 가정하였다. 위 정보를 통합해 계산된 수치는 아래 표에 표기되어있다. 이것을 Marginchicken이라 칭하자. 

표1. 국산 닭 한마리당 이익 계산표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선 영업비용이 소모된다. 영업비용에는 임대료, 인건비, 그리고 운송수단 유지비가 포함되어있다. 임대료는 당산역 주변 상가 15평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였다 (월 250만원 = 하루 약 9만원). 인건비는 고용인력 3인, 기초 시급 4110원,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약 15만원의 지출이 있다. 운송수단 유지비는 매몰비용은 제외하고 가변비용인 휘발유 지출만 포함하였다. 배달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125cc 스쿠터의 연비는 리터당 20km 이다. 휘발유값은 평균 1800원으로 계산하고 하루 70마리를 왕복 600미터 거리내 지역에서 배달한다 가정하면 하루에 42km, 즉 약 2L 의 휘발유를 소모한다. 이것은 곧 3600원이 휘발유 값으로 지출된다는 뜻이다. 위 정보를 이용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영업비용 = 임대료 + 인건비 + 운송수단 유지비 = 9 + 15 + 0.36 = 24.36 (만원)


이를 Operational Costdaily라 칭하자.

필자는 4인가구 기준으로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선 연간 7천만원의 소득이 필요할 것이라 가정하였다. 또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주로 부부가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치킨 판매점의 연간 순이익이 7천만원이어야 한다고 가정하였다. 이는 곧 월 소득 약 590만원이며 일일소득 20만원에 달한다. 이것을 (20만원) Target Profit 이라 칭하자.

앞서 말한 모든 정보를 통합하면 영세상인이 하루에 몇마리의 치킨을 팔아야 불편하지 않은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Operational Costdaily + Target Profit) / Marginchicken

이 계산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하루에 70여마리의 치킨을 판매하면 연간 7천만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통큰 치킨 사업전략 Revisited, 통큰치킨은 왜 죽어야 했는가
얼마전 프랜차이즈 협회에서는 치킨의 이익마진이 한 마리당 800원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위의 계산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주장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또한, 필자의 배달부 경험을 바탕으로 미루어 보건데 하루에 70마리를 파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이 그렇게도 타도했던 통큰치킨은 먹기에 기회비용이 너무 높다. 일단 배달도 안되고 당일 매장 주문밖에 불가능 하므로 필히 롯데마트를 방문해야 한다. 롯데마트의 매점 분포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롯데마트는 보통 주거지역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즉,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치킨 한마리 먹으러 롯데마트까지 가는 일은 잘 없으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기다리는 시간도 매우 길다. 즉 통큰치킨은 불변의 소비자 행동 원칙 중 극소 원리와 효용 극대화 원리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마트는 왜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에서 벗어나는 사업전략을 펼친 것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 롯데마트가 치킨을 5000원에 판매함으로써 손해가 발생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이 손해는 많아야 1000원 안팎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저렴한 치킨을 사기 위해 몰려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할지는 분명하다. 비록 살 것이 없더라도 매장을 한번쯤은 둘러보게 될 것이다. 이들이 4000원 혹은 3000원짜리 물건을 단 한가지만 산다고 하더라도 이미 롯데마트는 이득을 보는셈이다. 롯데마트의 입장에서 통큰치킨은 고객을 더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협회는 무엇이 두려워 그리 강력한 반발을 했었는가? 아마도 그 두려움의 원인은 이마트 피자에 있을 것이다. 이마트 피자 출시 이후 주변 피자 상권의 매상이 30%정도 하락했다는 소식은 모두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치킨 영세업자들은 이런 사태가 자신들에게도 닥치는 것을 우려했을 법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자본주의이고 자유시장의 원칙이다. 더 낮은 경쟁가격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경쟁사에게 굴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대기업의 횡포라 칭하며 특정 기업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얼마 전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랜차이즈 영세상인들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기름을 제때 갈아주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사용하는 등의 편법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모든 상인들이 이렇진 않지만 고객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만의 이익이 눈이 먼 이들은 식품업계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영세상인에게만 비난을 돌릴 수는 없다. 영세상인들이 수익을 조금 더 늘리기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지르도록 환경을 조성한 프랜차이즈 본부의 책임도 크다. 육계에 레시피대로 양념을 조금 하고 1900원을 붙여서 영세상인에게 파는 행위는 부당한 처사이다. 영세상인들에게 파는 닭의 원가, 즉 본사의 이익 마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가격도 낮추고, 영세상인들의 수익성도 늘어나며, 낮춰진 가격에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아 총 매출은 더없이 상승할 것이다. 닭의 판매가를 낮추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많이 있다. 이 중 하나는 광고비로 낭비하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먹고 싶은 치킨을 고를 때 보는 것은 신세경의 가슴이나 소녀시대의 다리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깨끗하고 질 좋은 닭가슴살과 닭다리를 언제나 갈망한다.

Conclusion
이번 치킨에 대한 연구를 하며 필자는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벌써 13-14년이 지난 일이지만 서민 음식으로 어필을 하던 후라이드 치킨을 아버지와 함께 먹으며 행복했던 시간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 올랐다. 이번 통큰 치킨의 출시와 그 짧았던 생명은 우리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치킨의 이미지는 유행을 따라가거나 아방가르드한 것이 아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치킨을 살때는 단순한 포만감을 통한 효용 극대화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치킨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퀄리티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맛있게 먹으며 대화의 장을 펼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어 긍정적 외부성을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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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이 포스팅이 네이버블로그 포스팅이나 신문기사였으면 스크랩해갔을텐데 아쉽네요 :)
  2. "결과적으로 기존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상처뿐인 승리를 거두고,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한 롯데마트는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와 매장홍보 효과를 고스란히 누리며 실리란 실리는 모두 챙긴 셈이 됐다."

    그리고 롯데마트는 약속대로 기부도 잘 하고 있어서 이걸로 기업이미지 상승에 한몫하겠네요. 롯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현금박치기 세계최고기업이라는 것 밖에 없었는데.

    기업논리를 강조하셨는데, 적어도 약자의 권리는 어느정도 지켜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같은 대기업이 사실 마음 먹고 제대로 치킨을 팔기시작했다면 기존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번같은 경우에는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 같지만, 결국 기존 업체들도 피해를 보긴 매한가지였죠. 제가 말하고 싶은 약자는 이런 기존 업체들이 아닌 이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을 영세 사업자들입니다.. 팬텀키드님의 논리를 정의로 규정한다면, 우리나라에 영세사업자들은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사태들을 제외하고라도 롯데가 자신의 대기업적인 위치를 이용해 그들만의 유통망이라던지, 재원관리 등의 노하우를 통해 기존 프랜차이즈업체는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상품가를 끌어내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만은 대기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부분이겠죠.

    리치킨의 분노, 닭세권, 버뮤닭 삼각지대, 계엄령, 계사오적 등등 사건 당시에는 재미있었던 별명들이 이제와서는 씁쓸해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숲틱
    • 2011.01.04 21:11 신고
    경제학 전공으로써 상당히 관심이 있는 이슈였는데 이렇게 조목조목 잘 설명해 주신 글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
  3. 재밌는 글이네요. 기업운영에는 이익 추구를 위한 논리도 중요하지만 기업윤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한 롯데의 이번 시장전략이 시장 업자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공정한 전략이었다고 생각되진 않아요. 치킨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안된 일이긴 하지만 마치 이 이슈가 롯데에게 있어 피해자인 것처럼 보여지는 풍토도 어찌보면 옳은 것만은 아닌것같네요.
      • 숲틱
      • 2011.01.04 22:59 신고
      위에 댓글에 스프링데일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롯데가 '피해자인 것 처럼 보여지는 풍토'를 노렸을수도 있겠죠...?

      기업 운영에 있어서 기업 윤리와 이익 최대화 사이의 갈등은 어느 회사도 피할 수 없는 최대 딜레마라고 봅니다 ㅠㅠ
  4.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기업운영에 기업윤리를 무시할 수는 없는것이죠. 하지만 윤리나 손익을 떠나서 이번 롯데마트의 사업전략은 정말 영리한 수였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 하셨듯이 이렇게 홍보아닌 홍보효과도 얻고, 단기매출 상승에 소비자들의 동정표까지 얻는 것을 보면 롯데마트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익을 본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 AtomicWriter
    • 2011.01.06 13:32 신고
    아~ 그런전략이 있었군요. 쉽게 이해가되고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ㅋㅋ
    • zeko
    • 2011.01.09 21:26 신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언제나 미세하게 나마도 버클리와 연관되여 쓰는 글이기에 머리에 잘 들어오는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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