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잃어버린 여유를 찾아

Posted by 희씨
2015.02.18 02:03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다시 돌아온 한국 학생들의 졸업 시즌 특히나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12년간을 동경해왔던 대학이라는 단계로 한 걸음 더 성장한다는 데에 있어 특별할 것 같은 요즘이다. 필자도 한 때 그런 동경을 가졌었고, 기대감에 설레보는 경험이 있었으며, 부푼 마음을 가득 안은 채 대학에 왔다. 다만 묻고 싶다. 과연 대학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우리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우리의 기대치를 충분히 채울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을 허락하는가?



필자가 가진 기대치란 비단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환경이라든지 시설 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들, 즉 봉사 활동이나 여가 활동같이 공부 이외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말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예로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 주변 탐방하기가 있을 수 있겠다. 물론 학교 측에서 이런 활동이나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평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하고자하는 말은, 풍족하게 펼쳐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그 여유가 우리 학생들에게 있냐는 것이다.



일단 필자는 버클리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의 입장에서 이 여유에 대해 따져보겠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부모님의 걱정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학 생활을 시작하지만, 유학생과 일반 대학생이 받는 걱정과 기대의 차이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일차적으로는 한 때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한국의 반값 등록금 운동의 시발점이 된 한국 대학의 등록금에 견줄수도 없을 만큼의 차이를 보이는 미국 대학의 엄청난 등록금 때문이겠다. 아무리 여러 혜택이 열려 있고 장학금이나 보조금의 도움을 받는다고해도 그 한계가 있고, 학비의 어느 정도는 어김없이 부모님의 몫이 된다. 이차적으로는 떨어져 있는 거리 떄문일거라고 생각 된다.



우리의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는 걱정하지 말고, /아들이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해. 어떻게 해서든 뒷바라지는 해줄테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효도해 줘.” 아무리 생각없고 철없는 자식이라도 부모님의 이런 말씀에 마음의 짐을 대뜸 내려놓고 이국 땅에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함부러 단정지어 말 할 수는 없어도 많은 유학생들이, 또 수많은 다른 대학생들이 필자와 유사하게 선뜻 내기 어려운 값의 학비를 내며 다니게 된 대학인만큼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의 짐이 어깨 위에 조금이나마 자리 잡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학생으로서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힘이 되고 도움이 된다. 허나 주눅들게 한다. 움츠리게 하고 그 이상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한다. 공부, 그 이외의 길엔 쉽사리 들어서지 못하게 한다. 여유를 앗아간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얼마 전 필자는 굉장히 즉흥적이어서 어이없지만 즉흥적이어서 새롭고 즉흥적이어서 설레었던 경험을 한 가지 하게 됐다. 여느 때와 다름 없던 평일 새벽. 당시 시간은 새벽 1 30분 정도를 달리고 있었고, 필자와 친구, 그리고 선배 둘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그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문득 몰려오는 과제의 부담감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버클리 대학에서 야경으로는 알아준다는 Big C에 올라가 보고 싶었다. 뜬금없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세 명 모두 단칼에 수락하며, 그렇게 우리의 한 새벽 첫 Big C 대장정이 시작됐다.



도서관에 오면서 누가 곧 다가올 야경 구경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 실내에 있을거란 안일한 생각에 대충 걸쳐입은 후드와 니트에도 굴하지 않고 넷은 호기롭게 야식까지 사들고 등반을 시작했다. 새벽 2, 점점 불빛이 사라져가며 으슥하고 어두침침해지는 산길을 꾸역꾸역 걸어올라가 마침내 마주친 반짝이는 야경의 그림같은 아름다움은 우리 넷 모두의 가슴을 뻥 뚫어주기에 충분했고, 올 만 했다라는 말을 저절로 내뱉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고요한 산에 둘러쌓여 멈춰있는 이 순간에도 야경 속의 불빛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게 너무 슬프다.” 라던 친구의 말이 필자의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 그렇다. 우리가 잠시 쉼표를 찍는다고 해서 우리가 애써 그려놓은 책임감의 그래프가 모조리 지워져 버리는게 아니다. 꾸준히 이어질 더 진한 선을 위해 충전을 한다는 의미로 잠시 동안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는 얘기다.



할 일을 제쳐놓는 뜻밖의 일탈. 그리고 찾아오는 해방감의 시간. 굉장히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유학생의 경우 다가오는 미드텀이나, 한국 대학생의 경우 시작되는 학기에 의해 서서히 숨통이 막혀오는 요즘,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간다든지 맛있는 음식점으로 기분 전환용 먹방을 찍으러 간다든지 하며 자신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대들은 충분히 그 여유를 즐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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