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FFICIAL PRESS/그 남자, 그 여자의 고백 - 完 -

(2) RE: 연락, 그리고 기념일



우리의 이별은 그렇게 또 똑같은 이유로, 연락 때문에 찾아왔다. 나한텐 연락의 횟수가 중요한게 아니야. 많이 만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나는 그저 너를 만났을때 내가 그동안에 느꼈던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이, 또 네가 바빠서 나에게 잘 해주지 못해 느꼈던 그런 소홀한 감정이 다 녹아 내리기를 다 잊혀지기를 바라며 만나는거지. 그리고 연락? 1분 1초만에 하는 그런 칼 답장 나는 바라지도 않아. 술자리를 가면 간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못 만날꺼같다, 사정이 생겨서 좀 늦을꺼같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 정도는 내가 묻지 않아도 알아서 좀 얘기해주면 안 돼? 항상 내가 시시때때로 물어봐야지만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거냐고. 또 내가 이렇게 걱정되고 뭐하는지 궁굼한 마음에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은 잔소리를 해서 너를 귀찮고 짜증나게 할 때도 있겠지. 그게 그렇게 불만이라면 네가 처음부터 먼저 말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굳이 내가 귀찮게 물어보고 잔소리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여자친구를 위해 미리 말해 줄수 있는거잖아. 그 몇 글자 카톡, 비트윈으로 적는데 몇 분 몇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몇 초면 보낼 수 있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그리고 여자는 항상 남자가 연애 초기와 다른 행동에 가장 큰 서운함을 느껴. 그래서 썸탈 때나 사귄지 얼마 안됐을 때 너에게 분단위로 오는 그 카톡이 얼마나 설레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든 줄 알아? 그 행복함에, 네가 나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너에게 감정이 생겨서 사귀게 되었는데. 그 행동의 변화가 나는 서운한 거야. 솔직히 말해 너는 항상 말로는 네 감정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작 행동에서는 진심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항상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것도 이제 지치고 힘들어. 처음에는 연락을 기다리다가 안 오면 참을 수 없는 궁굼함과 걱정에 내가 항상 너에게 먼저 연락을 하곤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연락은 나아지지 않았어. 그리곤 어느 순간부턴 '아, 이제 얘는 내가 질린건가?'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먼저 연락을 못하겠더라고. 나만 좋아하고 나만 신경쓰는 것 같아서 혹여나 네가 계속 연락하고 너를 찾는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무서워서 못 보낸거야. 이렇게 어느 순간부턴 연락 때문에 싸우는게 아닌 연락 때문에 지치는 그런 연애를 하고 있더라고.



그렇게 이미 너무나도 지쳐있는 나한테 너는 또 다시 기념일로 나를 힘들게 했지. 100일, 200일, 300일, 1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어. 여자들에게 기념일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날이기도 해. 그래서 기념일 날 많은 거 바라지도 않아. 선물? 이벤트? 근사한 레스토랑? 다 필요없어. 나는 그저 진심이 담긴 너의 편지 한 장이면 되는데. 그냥 네가 아직도 우리의 날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네가 나를 아직도 사랑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나에게 쓰는 그런 진심이 담긴 편지 한장이면 되는데. 그럼에도 나를 기념일을 기다리며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는 그런 여자로 취급하는 네가 너무 밉고 싫었어. 너의 변하지 않은 사랑만 느낄 수 있다면 나는 다 필요 없는데. 아무리 얘기해봤자 듣지 않는 너를 보며 나는 굳이 이런 얘기까지는 못하겠더라.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몇 글자 적어본다.

'OFFICIAL PRESS > 그 남자, 그 여자의 고백 - 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설렘과 익숙함, 그 속에서  (2) 2015.03.18
(4) RE: 내 시간  (2) 2015.03.11
(3) '내 시간'  (4) 2015.03.05
(1) 연락, 그리고 기념일  (1) 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