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취 예정자가 말하는 기숙사 생활의 폐해

Posted by 썰킴
2015.04.27 21:17 OFFICIAL PRESS/너저분한 자취 일기 - 完 -

많은 신입생들은 대학 교정에서 거니는 풋풋한 캠퍼스 커플의 모습을 꿈꾼다. 그 중에 기숙사를 배정받은 이들, 특히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유학생들은 cc에서 한 발자국 더 가 기숙사 안에서의 짜릿한 연애를 상상한다. 필자도 다르지 않았으나, 역시 로망은 로망일 뿐이었다. 


필자는 1년 간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모든 로망이 와르르 무너짐을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이제훈이 내게 빠진다던가 하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들 신입생 신분일 적엔 대학교에서의 연애, 조금씩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일단 씨씨를 하면 같은 수업도 듣고, 도서관에서 이어폰 한 쪽씩 꼽고 노래를 들으면서 같이 공부도 하고, 서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 그건 말 그대로 로망, 희망에 불과했다. 수업? 그건 새로 나온 먹는 건가- 생각이 들만큼 가는 날이 얼마 없다. 같이 강의실 맨뒤에 앉아 몰래 손을 잡고, 수업에 집중하는 척 노트에 끄적끄적 몇 글자 쓰고, 수업이 끝난 뒤엔 두 손 꼭 잡고 캠퍼스를 걸어다니는, 그런 일들은 개강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하루만에 끝이 나버렸다. 도서관에서 같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해보려면 일단 도서관에 발부터 들이고 봐야지이뿐만이 아니다. 남자친구와 1초 거리, 정말 넘어지면 닿을 거리에 사는 덕 서로 보고싶을 때 볼 수가 있긴 한데, 일어나서 양치만 하고 나온 서로의 모습까지 수없이 보게 된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렇게 핸드폰에 서로의 엽사는 쌓여만 가고, 허구한 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그런 예쁜 씨씨커플의 모습들은 남 이야기가 되어간다



연애에 대한 로망만 깨진게 아니었다. 바야흐로 지난 여름, 필자는 한국에서 룸메를 구하던 중에 페이스북 메시지로 "안녕하세요"라는 뜬금 없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렇게 메시지 하나로 인연을 맺게된 "ㅎ"양의 러브콜에 필자는 엉겁결에 룸에이트가 되기로 하고 2인실 기숙사를 신청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교는 야속하게도 2인실을 신청한 우리에게 좁아 터진 3인실(필자의 학교는 2인실 방 몇 개에 침대 하나를 더 들이밀어 놓고 3인실이라 부른다. 당연히 비좁을 수 밖에)을 주었고, 덕분에 룸메와 필자는 그 좁디 좁은 방에 세명이서 살게 되었다. 무언가 시작부터 삐걱이는듯 했지만 기숙생활을 처음 해본 필자는 불안함을 애써 외면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매정했다.


옷을 박스채로 싸들고 온 필자와 룸메이트는 3인실에 옷장을 두 개 넣어둔 학교의 몰상식에 치를 떨었고, 걸어도 걸어도 버젓히 남아있는 옷 때문에 옷걸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좁은 것만 문제였으면 다행이다. 세 명의 학교 수업 스케줄이 각양각색인지라 기상시간, 취침시간이 천차만별이었다. 덕분에 아침 8시에 일어나 수업을 가는 룸메가 있는 날엔 필자도 어쩔 수 없이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해야 했고, 또 아침 8시에 잠드는 다른 룸메 때문에 일어나서도 죽은척, 방 불도 키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심지어 방에서 공부하길 좋아하는 필자가 책 한 자 보려 하면 나머지 두 룸메들은 노래를 신나게 틀고, 필자가 쉬는 시간에 노래를 틀려할 땐 룸메 하나가 자겠다 선언하는, 이런 슬픈 싸이클이 반복되었다.



'자취일기'라는 시리즈 제목에 충실하게, 글을 마치기 전에 기숙생활을 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 하나를 더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의 방은 3인실이었기 때문에 2층 침대 하나, 그리고 1층 침대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선착순으로 침대를 골랐던지라 첫 번째로 이사를 한 룸메가 1층 침대를, 필자는 2층 침대의 아래자리를 택했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ㅎ"양은 어쩔 수없이 2층 침대를 떠맡았다. 1층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만큼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사다리를 대충 타고 올라간 뒤 침대로 다이빙을 하는 2층의 "ㅎ"양 때문에 아래 누워있다가 무너지는 침대에 깔려죽진 않을까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며 그녀가 잠들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기숙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던 점들이 더 많은듯하다. 기숙사에 늦게 들어갈 때면 걱정해주기도 하고, 시험날엔 책상에 시험 잘보라는 응원 문구도 써주고, 또 아플때 약 빨리 먹으라고 챙겨주기도 한다. 슬프고 스트레스 받는 날엔 웃게 해주려고 웃음 떼라피도 하고 엽사도 찍어 보내주는 그런 룸메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교 1학년 생활도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의지되는 룸메이트들이었고, 재미있는 기숙생활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혼자만의 방을 쓸 내년 생각에 신이 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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