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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아니, 국민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페북으로 정치배운 분들을 위한 2014. 4. 16~ 정치 타임라인>

 

2014 4 16           세월호 참사 발생

2014 6 4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지사          새누리 8 : 9 새민련

                                           구시군의장        새누리 117 : 80 새민련

2014 7 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회의원석       새누리 11 : 4 새민련

2014 12 19          통합진보당 해산, 소속의원 당선무효

2015 12                 정윤회 게이트 파문

2015 2 8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당선

2015 4                   성완종 리스트 파문

2015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회의원석       새누리 3 : 0 새민련

2015 5 16(현재)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실패

 무상보육 재원 지자체 지원법 처리도 무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서 의결

 

지난주 4 29일 통진당 해산으로 인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의원석 4석이 걸려 있던 이번 선거결과는 새누리 3, 무소속 1, 새민련 0석으로 새민련의 참패였다. 소식을 접한 필자는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 때문이 아니라결과는 사뭇 당연하다고 생각된다기이하게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국민이 노답이다’ ‘이민을 가야’ ‘미친 대체 왜등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기신뢰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투표한 국민이 노답이란다. 이런 반응에 대하여 국민은 당신들 생각만큼 멍청하지 않다고, 선거결과는 필연적이었다고 설명하는 데에 이 글을 할애한다. 사진 한 장, 헤드라인 한 줄로 요약하지 못한 이 글을 (심지어 허핑턴포스트에 소개시키지도 못했다. 그들의 팩트 기준에 미달한 점 반성한다) 그들이 끝까지 읽을지는 미지수지만.

 

첫 번째 미스

 

멀리 가지도 않고,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의 타임라인에 집중하고자 한다. 1년간 3개의 굵직했던 선거가 있었는데, 가장 앞에 왔던 것이 작년 6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6 4일 전의상황을 되짚어보자면 난리통정도로 요약이 가능하겠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0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300명 실종이란 재난에 동요하던 사람들은 갖가지 음모론과 홍가혜, 이종인 등의 거짓말에 혼란스러워했고, 선거를 앞둔 야당은 정권심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나왔다. 여당은 선거를 앞둔 시점 정부의 재난대처 미흡이 드러나자 머리를 싸매야했다.

 

상황은 이러했는데,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야당은 더욱 사나워졌고,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국민 심판이 이뤄져야한다며 유세를 하고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능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했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접촉하며 참사 사상자들의 죽음은 정부탓, 나아가서 여당사람들 탓이라는 뉘앙스를 술술 풍겼다. 시위에 동조하고 같이 자리하며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유족들과 함께 정부를 압박하고 여당을 비난했다. 아마 그들의 다소 우악스러운 행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비통한 사고에 같이 울고 아파했던 국민들의 동정심과 양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던,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심리가, 그리고 정부 대처 미흡에 대한 분노가 많은 이들을 동조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것이 단순히 선동에 군중이 당한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냄비근성 강한싸잡아 욕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잖나한국인들이 격해진 감정을 해소할 통로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다만 야당을 필두로한 여러 시민단체, 그리고 셀프 세뇌된 깨시민들은 도를 넘었다. 국민들이 스스로의 감정이 아니라 그들의 주먹구구 논리에, 선전에 동한 것이라 여긴 이들은 전국적으로 축제와 행사를 취소해대며 2달여 간 슬픔을, 분노한 감정과 엄숙한 분위기를 강요했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와도 그들은 정권심판론을 밀었다. 스스로의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큰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심판론 강조가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 기인했을 것이다. 두달간 감정의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은 몇몇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세월호 참사에서 관심을 떼려는 이들이 생겼다. 주먹구구 진보진영은 (특히 페이스북에 서식하는 이들은) 이 사람들을 마녀사냥하듯 일베충, 혹은 냉혈한으로 묶어 폄훼했다. 그리고 6 4일을 맞았다.


 


시도지사 자리 17곳 중 새누리가 8, 새민련이 9자리를 나눠가졌다. 교육감 선거에서 새누리가 압사 당한 것과 구시군의장 선거에서 새민련이 큰 폭으로 밀린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엇비슷한 성적표다. 선거직전 정권심판론이 국민적 패러다임인듯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 엇비슷함은 야권이 고배를 마신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심판론을 밥먹듯 부르짖으며 야권 압승을 이끌려 했던 야권인사들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여론은 완전히 자신들 편이 아니었고, 덕분에 그들의 지지기반 마저도 어수선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 미스

 

어중간한 성적표를 손에 쥔 새민련은 찜찜한 기분으로 약 두 달 뒤, 7 30일에 있을 재보궐선거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6 11, 어김 없이 전국적 이슈가 하나 터진다. KBS가 문창극 당시 총리후보자의 교회강연의 일부분을 편집, 보도해 문창극 후보자 친일 논란이 인 것이다.

 

이 문제의 보도는 문 전 후보자의 교회 강연 설파 내용 중 일부를 추려 내보냈는데,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라고 발언한 부분이 친일 옹호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문창극 전 후보자, 그리고 청와대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추후 전국민적인 관심이 발언의 진위 여부 및 문맥에 쏠리자 문 전 후보자의 강연 전체 영상이 전파를 탔다. 우리나라가 시련을 디뎌내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그러니 더 큰 노력과 감사, 기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다만 단어 선택에 문제의 소지가 있었음은 분명하다이었음이 전달됐지만, 두 시간 넘는 강연을 끝까지 자리 지켜 챙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한 번 끓어오른 여론이 단기간에 가라앉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건의 개연성을 억지로 부여하지는 않겠으나, 보도는 국회의석 15석이 걸린 선거 한 달 전 방영되었고, 당시 KBS는 강한 진보성향의 노조가 장악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 대처과정에서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보인데다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가 이어지자 세월호 심판론에 부적절한 인선 책임론까지 결부되어 여당은 굉장한 압박을 받아야 했다. 15석이 걸린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300석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 이런 상황에 7, 야당에서 큰 잡음이 들린다. 새민련 지도부의 막무가내 전략공천 논란이 그것인데, 서울 동작을, 광주 광산을 선거구 공천이 문제가 되었다. 가장 큰 드라마는 동작을 후보내기에서 나왔다.

 

7 30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지도부는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낼 결정을 한다. 이 하나의 공천은 여러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왔다. 첫 번째로 당 지도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지도부는 안철수 당시 대표를 차기 대권주자로 만드는 데에 신경을 쏟았고,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는 데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박원순 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전 후보가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되면 박원순 시장의 영향력이 광주까지 퍼질 것이라는 계산에 이른 지도부는 광주에서 선거를 준비 중이던 기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올리는 결정을 내린다. 광주에서 서울로 범위를 줄이는데다 새민련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선거구를 아끼는 효과까지 본 결정이었다. 거기에 광주 광산을의 공짜 자리는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게 주며 국정원 댓글사건 외압을 폭로해 청와대 정치공격에 탄력을 준 인물에게 대가까지 지불하는 1 3조의 선택이 된 것이 바로 기동민 동작을 카드였다. 당 지도부로서는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한 수였다.

 

진짜 드라마가 쓰여지는 부분은 허동준 동작을 전 지역위원장의 입장이다. 동작을 지역에서 14년 동안 지역위원장을 맡아 당원,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출마를 준비해온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은 세 번의 전략공천과 한번의 경선 패배로 단 한차례도 의원 후보로 나서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 동안 유용태 전 의원, 이계안 전 현대카드 회장, 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 거물급 낙하산 인사에 밀려나면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은 허동준 전 지역위원은 7 30일 재보선 만큼은 본인의 기회라고 굳게 믿었다. 재보선 공천을 앞두고 서울 동작을 주민 15000여 명이허동준 단독공천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 31명이허동준 단독 공천을 요구하는 등 지역주민의 민심과 새민련 의원들의 지지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다른 거물급인사도 아닌 비슷한 486 정치인이 자신의 터에 공천을 받은 것은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감정이 격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과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1991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의 인연을 23년간 이어온동지라는 것.

 

당지도부가 자신이 일궈온 자리에 일말의 상의도 없이 공천을 내어주고 형, 선배라 부르며 동고동락하던 인물이 그것을 하루 만에 수락한 상황에 크게 분노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은 기동민 전 부시장의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장에 들이닥쳐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이에 23년 동안 형님이었던 기 전 부시장은 아우를 피해 쫓기듯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김부겸 전 의원 등 서울과 대구, 경북지역 지역위원장들까지허동준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도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고 7 10,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동작을과 광산을 지역구를 둘러싼 전략공천 논란은 새민련 내 486세대 갈등이 지도부의 불통 대문이라는 시선과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공짜 뱃지를 대가성으로 받은 게 아니냐는 비난을 낳았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이 보기에도 정치놀음, 정치꾼 싸움으로밖에 읽히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여당은 김문수 전지사를 포기하고 우여곡절 끝에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를 동작을 후보로 낸다. 40%대에 안착한 나경원 당시 후보의 지지율에 반해 기동민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10%대로 저조하자 야권은 노회찬-기동민 단일화를 추진, 노회찬 당시 정의당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준다. 그렇게도 시끄러운 소음을 낳으며 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후보가 결국 선거까지 가보지도 못한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꼴사납다고 할 밖에.


7 30일 선거는 11 : 4,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다. 전략공천 소음 및 후보 단일화로 판이 커진 동작을에서 나경원 전 시장후보가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남 순천, 곡성 선거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며 새청지민주연합은 책임론이 불가피할 만큼의 타격을 받는다.

 

왜 자꾸 지냐고?

 

그리고 4 29일 재보선이 치러졌다. 지난 겨울 터진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파문으로 청와대가 전대미문의 비선실세논란을 겪고, 올해 4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파문으로 여당의 주요인사들이 줄줄이 수천 만원 대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뒤집어쓴 시점에 치러진 선거다. 청와대도 여당도 국민들에게 치부가 드러난 상황이었고, 새민련이 질 수 없는 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새민련은 4석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많은 야권지지자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권자를 탓했다. 하지만 필자는 야당을 탓한다. 그들의 썩은 물로는 실패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하려 한다.

 

새민련은 앞서 두 번이나 전국적 선거에서 실패했다. 20146,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 8 대 새민련 9라는, 스코어 상으로는 승리한 성적표를 손에 쥔다. 국민정서를 등에 업고 있던 데에 비해 성과가 작아 승리는 했지만 실패한 선거로 남은 성적이다. 많은 분석이 있었겠지만, 필자는 그것이 과도한 감정선전, 알맹이 없는 네거티브의 부작용이었다고 말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 직후 행보는 과도하게 우악스러웠다. ‘정권심판구호를 남용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그들의 시위에 동참한 사람들만큼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국민 또한 많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네거티브는 상대 당의 지지자들을 뺏어오기 위한 선거전략이다. 선거 승리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인 것인데, 새민련은 네거티브가 습관으로 남아버린 것인지, 여당에 대한 정치공격 자체가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많은 국민들을 진절머리 나게 했다.

 

그래도 6월의 선거는 아쉬운 정도였을 뿐인 성적을 받은데다 새민련 후보들 또한 시민안전에 치중된 공약을 내거는 등 노골적인 비정상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새민련의 두 번째 실패, 7 30 재보선 참패는 그 과정과 결과에서 6월과 크게 다른 양상을 띈다.

 

가장 먼저 여당의 악재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점. 2014 7,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대처미흡과 문창극 전 총리후보 발언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민련이 가만히만 있었어도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당의 지도부는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 지난달 선거에서 쓰던 구호를 그대로 외치며 네거티브 노선을 택했다. 이전 선거에서 큰 소득을 보지 못했음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심지어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는 야당의원들을 동원해 시위에 들어가며 경제활성화를 원한다면 세월호법부터 처리해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정부가 범죄행위에 가까운 공작정치를 한다 비난했다. 글의 말미에 쓰겠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나의 선거구를 꼽자면, 특히 이정현 현 의원과 서갑원 전 후보가 맞붙었던 전남 순천, 곡성 선거구에서 야당 전략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갑원 당시 후보의 캠프는 이정현 당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이라는 점을 이용, 지역감정에 바탕을 둔 네거티브 유세로 이정현 캠프를 공격했다. 반면 이정현 의원은 매일 새벽 3시 유세를 시작하며 부지런한 모습을 보였고, 예산 1조원을 끌고 오겠다는 과감한 공약, 순천에 의과대학을 만들어보겠다는 비전제시로 도민에게 더 다가갔다. 이정현 의원은 이 당연하고도 기초적인 전략주민과의 소통, 지역발전 공약으로 전라남도에서 새누리 마크를 달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무조건적인 지역감정 이용과 네거티브 전략은 더 이상 승리공식이 아니라는 신호다.

 

거기에 한 발짝 더 가 승리를 확신한 장난질까지 국민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대권주자 레이스를 의식한 전략공천을 주고 486 젊은 당원 등의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은 당 지도부 전반의 무능함을 여실히 비췄다. 그렇게 시끄럽게 출마한 기 전 후보를 당권은 다시 좌절시키고 단일화를 밀어붙였다. 486세대 당원 둘을, 특히 15000명의 지역주민이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허동민 전 지역위원장을 한꺼번에 팽개치는 그 모습은 젊은 진보를 지지하는 세력에게 있어 기득권의 만행이자 추태로 비쳤다. 그래 놓고 선거까지 졌다는 사실은 동작을 선거를 지켜보던 예비 진보세력이 등을 돌리게 만들 이유로 충분하다.

 

정치 에너지를 봐도 야당의 전략 부실이 드러난다. 정치에너지는 얼마나 지역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졌느냐를 보는 것인데, 당연하게도 투표율과 비례한다. 그리고 7 30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곳이 바로 전남 순천, 곡성으로, 평균 투표율이 31.9% 이었던데 반해 51% 투표율을 기록했다. 해당 지역구에서 집계되었던 역대 투표율과 비교해도 높은 50%대의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는 이정현 의원, 새누리당 의원이 주민들을 움직이게 만들 만큼 효과적으로 어필을 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더 많은 주민 참여를 유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부동층 표를 이길 수 있는 모범답안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반면 정치에너지가 가장 적었던 곳은 광주 광산을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전략공천을 받을 선거구다. 투표율은 22.3%에 득표율 또한 60%로 권은희 의원은 고작 유권자의 13% 수준의 지지로 뱃지를 달았다. 13%가 지지하는 인물이 대표자가 되는 상황은 민주주의 가치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이 새민련의 전략공천에 등을 돌린 현실을 반영한다. 대권주자를 배출하려 민심을 거스른 정당이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할 뿐이었다.

 

야당 입장에서 자기 텃밭에서의 패배가 가장 높은 정치에너지를 보이고 자기 텃밭에서의 승리가 가장 낮은 정치에너지를 보였다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왔더라도 잘못한 선거다. 페이스북, 광화문 집회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거시적인 관점에서특히 호남권에서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 이후의 새민련은 변화하지 못했다. 새누리가 정윤회 게이트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연이어 맞는 동안 새민련은 그 지겨운 정권심판구호를 1년이 넘도록 버리지 못했다. 여당이 신뢰를 잃었을 때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 선거를 이기는 것이 진정한 정권심판이라는 것을 새민련은 인정하지 않았고, 그저 시끄럽게 외치기만 한 심판구호는 많은 유권자들의 짜증만 돋구었다. 야당의 무의미한 정치공격은 결과적으로 문고리 3인방과 비선실세에 대해 떠들기만 했을 뿐 실제로 그 실체를 처벌하지도, 밝혀내지도 못했으며,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기회 삼아 여당을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새민련 의원들 (특히 문재인 대표) 또한 커넥션이 있음이 시사되어 새민련의 네거티브는 완전히 힘을 잃고 말았다.

 

비전이 필요하다

 

차악을 뽑는 것이 오늘날의 투표라고 했다. 잇따른 비리의혹과 고위공직자 낙마로 국민들의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도는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가 선거에서 계속 이기는 이유는 상당히 단순하다새민련 또한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당이 국민 신뢰를 잃은 지금 비전을 제시해 힘을 얻고 여당이 반성토록 해야 할 야당이 무능하게도 정치싸움에 빠져 같이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국민입장에선 이미 누가 더 청렴한가, 누가 더 믿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입장에서 볼 때 인간성은 비등비등해 보이는데 새민련은 청렴한 진보 코스프레를 계속하고, 새누리는 경제를 책임지겠다 어필한다면 고민 끝에 기우는 것은 새누리 쪽이다. 실제로 작년 7 30 재보선 직전 7 25, 여당의 최고화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41조원 규모 경제활성화 정책이었고, 같은 날 야당의 최고 화두는 노회찬-기동민 후보 단일화였다. 선거직적 밀어붙이는 포인트가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새누리는 경제활성화를 강조했고, 새민련은 야권단일같은 화합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무엇이 더 효과적이었는지는 선거결과를 보면 명백하다. 작년 7월 선거에서는 수도권 선거구 6곳 중 5곳에서 새누리가 승리했으며, 이번 4 29일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등 수도권 지역 3구에서 모조리 승리했다. 이 수도권에서의 압도적인 강세는 우연이 아니라, 경제라도 믿어본다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의 판단이 이러한데 원내대표라는 작자가 광장에 피켓 들고 나와 경제활성화를 원하면 세월호법부터 처리하라 했으니, 참패를 당할 수 밖에.

 

문재인 대표가 새민련을 이끌고 있는 지금 안보문제까지 더하면 고민은 조금 더 간단해진다. 국민이 무식하고 세뇌되어서 새누리를 계속 찍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새민련을 피해가는 꼴인 것이다.

 

거기에 야당이 판을 키워놓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점차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느끼고 있다. 참사 이후 100일 이내에 연달아 치러진 이전의 두 선거 때와 달리 참사 1주기가 넘게 지난 4 29, 국민들은 동정심과 애도로 똘똘 뭉치기보다 본인의 이성적 판단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입학에 헛웃음을 짓는 이들도 많았고, 보상금이 너무 크다는 이들부터 세금으로의 채무탕감이 웬 말이냐는 사람들까지, 작년처럼 모든 사람들이 참사 피해자 보상에 호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의 화살은 대게 새민련에게 향했고, 선거에서 결국 새누리 득표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같은 식이라면 중도층이 새민련에 질려 보수화 되어가는 모멘텀은 가속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는 더욱 쉬운 승리를 가져갈 것이고, 앞으로 비리 의혹 및 위정 논란이 일어도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여지가 많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승리자는 굳이 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민련의 삽질로 얻은 승리 두 번으로 단번에 촉망 받는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다음 대선까지 앞으로의 당 체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강한 암시다.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을 원하는 국민이 새누리를 찍으면서도 기분이 상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다. 이쯤 봤으면 새누리가 비리 많고 잘못많은 정당이란 걸 안다. ‘대체 왜 새누리를?’ 이라 묻는 사람이 있다면, 답은 도저히 새민련은…’ 이라는 정서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성숙을 위해,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야당은 이미 안 믿는 새누리 깎아 내릴 궁리 좀 그만하고 자기 비전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한다. 그제서야 야당이 제대로 된 정당으로서 국민의 선택을 요구할 가치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발 정권심판피켓부터 좀 내려놓기를 작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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