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어디선가 혼자 눈물 훔치고 있을 그대들에게 바칩니다_

Posted by 비회원
2011.02.02 23:21 EDITORIAL/문예 :: Literature
유.학.생.

이 세 글자가 당신에겐 어떠한 이미지로 다가오나요.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한국에 있는 이들에게 유학생이라는 단어는 조금은 화려하고 조금은 배 아프게 부러우며 평범함과는 많이 거리가 먼 그러한 특수한 부류로 분리되기 십상입니다. 늦깎이 유학생인 저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만 해도 유학생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게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나홀로 미국길에 올라 생활하길 1년, 2년... 벌써 햇수로 7년..

원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게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정말 파란만장했던 지난 유학생을 되돌아보며 빛과 어둠의 경계선에 서서 오늘은 조금은 힘들었던 시간들을 바탕으로 일궈낸 생각의 편린(片鱗) 한 조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눈물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위의 시는 정말 우연찮게 접하게 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 입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향수병, 외로움 등등 온갖 악조건이 겹치며 힘들어하던 유학 초창기 시절에 저 시를 접하곤 과연 '슬픔'을 대하는 바람직한 우리의 자세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위의 시를 모티브로 하여 아래의 글을 적게 되었답니다.

빛만 알고 그늘을 모르는 사람은 싫다_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자, 富가 넘치는 자, 권력을 가진 자
이들은 모두 객관적인 의미에서 보면 만점짜리 인생을
살고있을런지도 모른다
 
허나 이런 그들이 만약 그늘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그저 번지르르하기만 한 허상과도 같은 존재로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늘을 모른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배려심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이들의 행복한 면, 즐거운 면은
알아채기 쉽지만 그들이 지닌 어두운 면을 알기란
참으로 어렵고, 그것이 어렵기에 더욱 중요하다
헌데 그늘을 모른채 빛만 쫓는 이들은
그늘을 모른다는 단점은 둘째치고서라도
그들이 쫓고 있는 빛 마저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즉, 진실된 빛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_
 
남을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배려심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_
 
기쁨만 알고 눈물을 모르는 사람은 싫다_
 
눈물이 흐르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밝혀서 이해 될 일이 아니며
슬픔이라는 단어는 사전으로 찾아서 이해 될 개념이 아니며
기쁨만을 추구하는 이는 진정한 기쁨을 이해 할 수 없다_
 
건강을 잃은 그 순간 건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듯
슬픔 없이는 우리네 간사한 인간들은
무엇이 진정한 기쁨인지 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슬픔을 안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겪어오고 이겨내온 슬픔을 바탕으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_


짧지않은 유학생활간 얻게 된 가장 큰 기쁨은 '세상을 넓게 보고 크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겪은 만큼, 힘들다고 쉬이 좌절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 학창시절 이후 앞으로 다가올 더 험하디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지탱해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승화시길 수 있는 유학생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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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경우에는 이민이었기 때문에 사실 유학 - 넓게는 미국에 -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요즘 들어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나이가 들고 그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다보니 제가 유학생인지 이민자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들의 심정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제일 힘들다고 느낀다는.. 남을 이해할 수 있게되서야 비로소 스스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시작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
    • 숲틱
    • 2011.02.03 00:50 신고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한글로 문학적인 글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제가 추구하는 생각과 많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유학생들의 장단점을 은은하게 비유해주셔서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다행이네요^^ 문학소년이었다니 몰랐는걸? ㅋㅋ 앞으로 나만의 문학세계를 현실세계와 접목시켜서 풀어 나아가 볼테니 기대하시라라라 ^^
  2. 정말 잘 읽었습니다. 특히 글중에서
    "그들이 쫓고 있는 빛 마저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즉, 진실된 빛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_"
    라고 적으신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전 사람마다 자기만의 빛을 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빛이 세상을 환하게 빛추는 햇빛일수도 있고,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달빛과 별빛일수도 있고, 무대위의 아름다운 스포트라이트일수도 있고, 한줄기의 번개같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섬광일수도 있죠.
    그늘을 모르고 빛을 향해서 쉬지 않고 뛰어온 사람은 빛에 가까이 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시간 빛을 본 탓에 눈이 아프고, 도닳했을 땐 눈이 멀거나 자기의 빛이라고 쫓아온 그 빛이 아닐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그늘을 알고 잠시 쉬면서 눈도 쉬고, 자기가 향해가는 빛이 햇빛인지, 달빛인지, 번개인지, 스포트라이트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준 형광등인지... 알아가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 솔직히 글을 시작해서 마무리 지을때까지 뭐랄까.. '너무 나 혼자만의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풀어낸거라 공감대가 형성 안되면 어쩌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놀라고, 기쁘고, 또 한켠으론 마음 아프네요 ^^; 언제나 스스로의 위치를 냉철하게 점검해보고 원하고자, 바라고자 하는 바에 얼마만큼 가까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우리 유학생이 되었음 했답니다. 말씀 감사해요 ^^
  3. 사진도 좋고 글도 좋아요 :) 저도 이민이었어서 대학에 와서 가족과 떨어진후에야 유학생들이 느낄법한 외로움 쓸쓸함들을 조금이나마 같이 공감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내게 "그늘"이 생겨버렸다는게 큰 흉이 진거 마냥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때도 있었고.. 정말 이 글처럼 아픔과 슬픔을 겪은후에 내가 가지고 있는것에 감사할줄 알게됬고 진짜 내가 쫓아야할게 무엇인지 알게 된거 같아요. 이 시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 스스로 안에 자리잡은 '그늘'을 부끄러워 하지 말구 나를 지켜주는 내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보세요 ^^그리고 언제나 '늦었다고 생각 할때가 제일 빠른 때이다!'라는걸 명심하시면.. 후회 보다는 기대로 가득찬 앞으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 수줍은18금
    • 2011.02.03 20:40 신고
    시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도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준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이 아니였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건 지나가는 소리지만! 장기하가 놀러와 나와서 "별일없이산다" 라는 노래 이야기하면서 한얘긴데요! 사람들은 남들이 잘 지내지못한다는 사실에 위안받고 살아간다고 하네요! 우리가 이렇게 힘들었던 시간을 공유하며 소통한다는게 뭔가 신기하게 재밌어서! 적어봤어요! 별일없이 산다 들어보세요!!ㅋㅋㅋㅋ
    • 참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시기를 겪어야 성장하고 강해지고 하나봐요 ^^;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행복한 나날들로만 가득 채우면 안되는걸까요? 너무 큰 욕심이려나..;; 아무래도 같은 처지에 been there, done that 일테니 공감가는 부분이 생겨났나봐요.. ^^ 별 일 없이 산다 꼭 들어봐야겠는걸요? XD
  4. 유학생이 보는 유학생이라는 '세글자'의 이미지, 굉장히 문학적으로 느껴지네요!!!!! '슬픔을 대하는 바람직한 우리들의 자세'라.. 정말 유학온지 얼마 안되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이에요. 처음엔 슬픔,쓸쓸함,외로움들을 억지로 생각하지않으려 했던 적이있었는데, 사실 정말 마음으로 느끼고 소화해야 극복할 수 있는것 같아요..!!!좋은 시 감사~!
    • 사람이 기계가 아닌지라 힘든일이 닥쳤을때 너무 그것을 외면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게 괴롭히더라구요.. 잘 대처하고 극복해 나아가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갈 수 있는 우리 유학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를 적어보았답니다.. 화이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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