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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예 :: Literature

“공돌이”의 아메리칸 드림

필자는 UC Berkeley에 Electrical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s (EECS, 전기컴퓨터 공학) 를 전공하는 4학년으로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한인 1.5세 유학생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향긋한 샌프란시스코 바닷바람이 조화를 이루던 2001년 여름의 어느 날,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는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모국이 아닌 곳에서의 첫 발돋움. 그 것을 시작으로 나와 우리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은 시작되었다.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는 종종 자문하곤 한다. 나는 우리가 처음에 꿈꾸던 그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일까? 10년 전의 자신과 비교했을 때, 필자는 많은 것이 변해 있다. 원체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에 유교적 한국 문화에 익숙해있던 나였지만 새로운 개방적인 미국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며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변화무쌍하던 고등학교 및 대학교 생활을 뒤로한 채 찾아온 2010년은 필자에게 있어서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2010년 초반은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서 자기성찰 및 새로운 인맥형성의 시간을 가졌었고, 2010년 후반은 대기업에서의 인턴쉽을 통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직장생활 및 회사원 엔지니어들의 결혼 후 삶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필자에게 큰 변화를 주었던 두 가지 사건 중에서도 이번 기사에서는 2010년 후반부에 필자가 겪었던 유용했던 인턴쉽 경험을 다뤄보고자 한다.

필자도 그러했듯이 미국에서 인턴쉽을 구하는 것에 대하여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자부 하건 데 찾고자 하는 열정과 욕구만 충분하다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무장한 Career Center (Callisto.berkeley.edu, 적극추천)의 도움을 받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회사들이 방문하는 Career Fair (회사들의 캠퍼스 방문, 인재 스카우트의 목적) 들이나 심지어 필자와 같이 원하는 회사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여 지원하는 방법 등 경로는 많다. 유학생 신분이라 힘들다, 학점이 불충분하다, 영어가 부족하다라는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많겠지만, 원래 기회란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자는 지나치는 법이다. 단지 특정 전문분야에 있어서의 자신의 강점을 알고 회사에게 건설적으로 어필하는 방법 등의 생각만 하도록 하고 자신의 부족한 조건에 대한 판단은 회사측에 맡기기로 하자.

비슷한 과정을 통해 필자는 원하던 기업에서의 6개월동안 인턴쉽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컴퓨터, 테크놀로지, IT산업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연 먼저 생각나는 그곳 실리콘 밸리 (Silicon Valley), 말하자면 북가주의 Bay Area의 남쪽부분의 중심부인 San Jose 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인턴쉽은 엄밀히 말하자면 캘리포니아주의 수도인 Sacramento 부근이었지만 동료 직장인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제 2의 San Jose”가 될 발전가능성이 만연한 장소라고 감히 설명하겠다. 필자는 지난 6개월동안 이 지역에서 Undergraduate Technical Intern 이라는 직책 하에 햇병아리 사회인으로써의 새로운 시작을 경험했다.


6000명에 육박하는 직장인들이 건물 7개에 모두 모여 자기만의 오피스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 나가는 그곳. 그곳에서의 생활은 20여년동안 가족과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필자의 20여년의 삶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회사 부근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란 전혀 없었고, 심지어 20대 초반의 또래들도 정말 손꼽을 만큼 흔치 않았다. 너무나도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있어서 였을까, 필자는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미국인들의 생활패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임하여 주변사람들의 삶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6000명의 직장인들이 어우러져 있는 7개의 회사건물 @ Folsom, CA (사진 출처: http://trirunning.blogspot.com/2006_12_01_archive.html)


일터에서나 바깥에서나 친구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는 (회식 등 많은 퇴근 후 활동을 통하여 친목 도모를 하고자 하는 분위기) 한국 회사들과는 달리 미국 직장인들은 공과 사가 너무나도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공 보다는 사를 더 많이 아끼고 중요시 여기는 듯했으며 회사 측에서도 무한한 존중과 배려를 해주는 듯 했다. 어떠한 중요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 방과후 활동에 참여 및 뒷바라지 해주는 게 그들에게 있어선 최우선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일에 치여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가족에게 치이다" 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한국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다" 는 푸념은 미국 직장인들에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일에 지장이 있다" 라는 정도의 핑계로 재해석 되는 듯했다. 그만큼 그들의 삶에는 넘쳐나는 가족간의 사랑과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한 수입을 가지고 사는 만큼 그들의 마음가짐도 그만큼이나 풍족해 보였다.

6개월간의 인턴쉽을 마치고 대학교로 다시 돌아온 지금, 필자는 공대생으로써의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주변의 공대생들이 분주한 일정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생활해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성과 그것의 실현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대해 상기 시켜주고 싶다. 지금은 끝없는 과제와 시험 및 깨알 같은 실험실 일정에 시달리는 한낱 평범한 공대생 일지라도, 졸업 후 취직에 따르는 인생의 여유로운 "가족사에 치여 사는 아메리칸 드림"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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