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죄의 비합리성

Posted by 채준혁
2016.04.25 19:25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터넷과 여러 매체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이전에 비해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큰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과 미국에 있는 사람이 동시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간단한 메시지 프로그램으로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펜팔을 하며 우정을 쌓을 수도 있는 사회가 되었다. 기존의 기성세대에 비해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우리 세대로 하여금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가지게 하였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언론사에 송고를 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옛날 방식이 아닌, 그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견해를 올리고 검색을 한 사용자와의 즉각적인 피드백과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뉴스를 보며 댓글을 달고 같은 뉴스를 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그것이 좋은 정보이든 아니든 현재 우리의 인터넷 문화는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소통 방식들과 명백히 차별화되어 많은 장점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에서 보이는 표현의 자유는 익명성이라는 디딤돌이 있어 가능했다. 자신이 술에 취해 겪은 황당한 이야기, 친구가 저지른 엽기적인 일들, 집 앞 중국집의 맛 비평이라던가 하는 것들 모두 익명성에 기대어 표현할 수 있다. 글쓴이 혹은 글 내용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 드러난 상태에서 나쁘거나 창피한 일들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예들 들어 맘에 들지 않는 친구의 험담을 하는데 나의 신분이 노출된다면 아무리 그 사람이 큰 잘못을 했다 한들 불안해서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수그러들 것이다. 익명성은 편리해 보인다. 증오하는 사람을 지체 없이 욕할 수 있고, 그 사람의 희롱도 가능케 하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정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이러한 익명성은 절대 무적이 될 수 없으며, 한국의 법은 명예훼손죄를 통해 무한할 수 있는 우리 표현의 자유에 한계를 두고 있다.


게임중 심심치 않게 욕을 먹을 수 있는 LOL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불리한 사실을 여러 사람 또는 불특정인이 알 수 있게 하여 타인의 명예, 즉 사회적 지위 또는 가치에 대한 평가를 손상케 하는 죄"가 바로 명예훼손죄이다. 다음은 독자들이 명예훼손죄의 정의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예시들이다.


예시 1: 몇 해 전 정치인 A씨가 뇌물을 수수한 것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
예시 2: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연예인 B 씨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예시 3: 연예인 C양이 성매매했다는 추측 글을 실명과 함께 거론하였다.
예시 4: 일반인 D 양이 친구들과 공유하려 귀요미 춤을 올렸지만 많은 악플을 받았다.


이 모든 사례들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명예훼손은 사실 적시인지 허위 적시인지를 가리지 않으며, 피해자의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피해자가 일반인인지 공인인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훼손될 명예가 어디 있어?"라는 반박은 법정에선 먹히지 않는다. 심지어 예시 1, 2와 같이 피해자의 범죄 사실을 언급하였을 때에도 명예훼손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상에서 우리가 깊은 생각 없이 다는 댓글이 사실적으로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민형사상 불법행위에 가깝기에 우리도 언제든지 고소장을 받을 수 도 접수할 수 도 있는 요건이 성립된다는 뜻이다.


명예훼손은 개인의 명예를 지켜주는, 어찌 보면 굉장히 친절하고 인간미 있는 법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명예를 목숨만큼 중요시하는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꽤나 낭만적인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법은 시대와 동떨어져 있으며 현대 사회에선 공익을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예로는 공익 제보가 있다. 항상 의료사고나 음식점의 식중독 사건 같은 공익제보를 위한 기사에는 ‘모’라는 접두사가 많이 들어간다. 모 병원, 모 식당, 모 의사, 김모 씨 같은 단어 말이다. 언론에서도 이런 식으로 밖에 서술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을 적시할지라도 형법상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게 되므로 공익제보 대상을 특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명예훼손은 예외 조항으로 "공익성이 담보로 된 특정이라면 위법하지 않다"라고 되어있지만 알다시피 그러한 공익성을 인정받기까지 법원과 몇 개월간 씨름을 해야 한다. 수개월이 흐른 후 그 화제는 이미 식은지 오래고 더 이상 공론화 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게 되면 더 이상 그 주제에 대해서 공론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또한 보도할 수 없는 지경까지 끌고 갈 수 있다. 만약 그러한 것을 보도하게 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법조계에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없다. 결국엔 이러한 현행 명예훼손죄의 요건은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또한 권력의 남용을 감시할 수도 없게하며, 내부고발자들은 보호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명예훼손이 형법으로 다루어지면서 생기는 폐해이다.


레바, [여시 VS 레바 이후]


필자가 생각하는 명예훼손의 가장 큰 문제는 "형사처분이 가능하다"는 소리이다. 다시 말하면 사법부는 명예훼손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으며 위법한 행위를 할 시 전과 혹은 ‘빨간 줄’이 그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을 이용하여 불합리한 합의금을 뜯어내며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의 금액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분노할만한 일을 저지른 뒤 그 후에 나오는 비난들을 고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욕 몇 마디 했다고 그것이 50만 원이나 되는 벌금이나 200만 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내야 하는 잘못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지속적인 협박이나 모욕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단지 답글 한 줄로 인해서 저 정도의 돈을 200명이 되는 사람이 물어줘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의 홍 모양의 (여기에서만 해도 명예훼손 요건 성립하므로 실명 거론을 하지 못한다) 거짓말을 비판한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되었는데, 홍 모양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모두 고소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다. 인터넷 댓글에 활발히 참여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으며 그럼에도 그러한 합의금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전과 기록이 생기면 취업은 몇 년간 물 건너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OECD 국가 중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가 아닌 형사처분 규정이 있는 나라는 한국, 독일, 일본, 터키와 미국 19개 주 정도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재판관들이 무죄판결을 하는 사문화된 법이 되었고[1], 그나마 독일과 일본 같은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친고죄라서 당사자 본인이 고소를 해야만 소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반 의사 불벌죄로 다루고 있어서 제 3자나 제 3단체가 고발을 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처벌되는 구조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현재 OECD에서는 명예훼손을 형사처분하고 친고죄가 아닌 반 의사 불벌죄와 사실 적시로도 처벌 가능한 나라는 오직 터키와 한국밖에 없다.


Star News, 배용준 악플러 30여명 고소 "합의 No"

물론 명예훼손의 민형 법상 전면적 철폐를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악플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그와 동시에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악플로 인해 고통받고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우 姑 최진실 씨의 사례에서 보았듯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이러한 악플로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수많은 성희롱 글도 있으며 인격 모독적인 글도 보게 된다. 이런 사례를 보며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과 자유는 방임이 아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이러한 사례는 공익성도 없으며 발전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 사항은 지금도 충분히 민사 소송으로 할 수 있는 법이며 성희롱 같은 경우엔 지금 만들어 놓은 형법만 해도 충분히 고소가 가능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해결 가능한 부작용보다는 사람들의 공익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편이 사회에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부분적인 개정을 통해서 올바른 권리 쟁취와 법치주의가 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1964년의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명예훼손 처벌법 자체를 위헌처분한 'Garrison v Louisiana'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등의 많은 주들은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위헌처분하거나 폐기하였다.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인터넷에서 자판 함부로 두드리고 욕설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
    어떤 경우에도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도 익명의 미친 블로거들에게 당했지만 그들이 온전한 자들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갈 자들이 버젓히 글을 쓴다는 생각입니다.
    • 들개
    • 2016.06.11 17:54 신고
    부폐한 정치일수록 그렇죠...명예훼손죄는 정치인들이나 권력층에서 악용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필요한 형법!!!!!!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