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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시간 여행: 우리는 미래나 과거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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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살다보면 한 번쯤 과거나 미래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시험 공부나 과제가 밀려서 밤을 새울 때, 우리는 며칠 전으로 돌아가 나태하고 여유롭게 지냈던 그때의 나에게 가서 정신 차리라고 명치를 한 대 세게 때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또한,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지난밤에 피자와 치킨을 마구 먹어댔던 과거의 나를 말리러 가고 싶다는 생각, 미래로 가서 로또 당첨 정보를 보고 오고 싶다는 상상, 혹은 "시간 여행자"의 저자인 로널드 몰렛(Ronald L. Mallett)처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하고 과거로 돌아가 잃었던 가까운 사람을 만나거나 살리고 싶다는 상상 등 다양한 상상들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로 가거나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만큼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19세기 말 허버트 웰스(Herbet B. Wells)의 소설 "The Time Machine"에서 처음 등장한 타임머신은, 이후 여러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번 칼럼에서 필자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시간 여행은 어떠한 방법으로 가능한 것인지,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한번 다뤄보려 한다.


고속의 우주왕복선을 통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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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여행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듯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과거나 미래로 "뿅"하고 이동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현재 여러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몇 가지 방법들이 있다. 첫째로, 우주선을 타고 왕복할 때 우리는 미래 여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내가 이동하는 동안 내가 있는 곳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고, 그동안 지구의 시간은 수십, 수백 년 이상이 흘러서 지구의 미래에 도착하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빠른 속도의 우주선을 타고 중력이 강한 행성을 3시간 여 정도 다녀오는 사이에 지구에서는 23년이란 시간이 흘러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중력이 크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 점을 이용하면, 사람이 빛의 속도와 가까운 아주 빠른 속도로 멀리 있는 곳을 왕복하고 나면, 그 사이 많은 시간이 흐른 지구의 미래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의 약 99.995%로 이동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선 기준 5광년 거리의 별에 다녀오면, 약 1000년 후의 지구로 갈 수 있다. 특수상대성이론 공식에 따르면 이 우주선의 시간이 지구에서의 시간 보다 100분의 1의 속도로 느리게 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의 관점에서는 약 10년이 걸려 이 별을 왕복하는 것이고, 그동안 지구에서는 10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별은 지구 관점에서 500광년 떨어진 별이다.


       (참고로 이것은 특수상대성이론 방정식을 이용하여 나온 결과이다. 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T = 우주선의 시간, t = 지구의 시간, v = 시간 여행자의 속도, c = 빛의 속도 
약 30만 Km/h (299,792,458 m/s) 를 뜻한다. 이 계산에서는 T = 10년으로, v = 0.99995c 로 대입해서 t = 1000 년을 구했다.)


       따라서, 더 가까운 미래로 가고 싶다면 더욱 가까운 별로, 더 먼 미래로 가고 싶다면 더 빠른 우주선에 탑승하거나 더 오래 여행하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발사된 무인 탐사선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New Horizons 탐사선조차 아직 빛의 속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속 5만 8천 km 정도의 속도이다. 또한, 장시간 우주 여행 시 우주선에 부딪히는 각종 물질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하는 기술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이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다시 과거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미래 여행이지 시간 여행은 아니다. 수백 년, 수천 년 후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미래로만의 여행은 재미도 없을 것이다. 미래로 가서 그 정보를 가지고 다시 내가 살고 있는 현재로 되돌아온다는 점 때문에 우리가 시간 여행에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웜홀(Wormhole)을 통한 여행


       웜홀을 이용한 시간 여행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았던 것으로 유명한 칼텍의 이론 물리학과 교수 킵 손(Kip Thorne)이 제안했다. 웜홀은 시공간이 휘어져 일종의 새로운 경로를 통하여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게 만든다. 사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결국 시간을 거슬러 처음 출발한 시공간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말인데, 현재 물리학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기에, 설령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시공간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원래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시공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변형시켜 휘게 하여야 한다. 킵 손 교수는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바탕을 두고 웜홀이라는 시공간의 특별한 구조를 이용하여 시간 여행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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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에서 휘어진 공간의 표면은 사실 우리가 보기엔 곧게 펴진 공간이다. 곧게 펴진 공간을 뚫어서 잇는 다리를 웜홀(wormhole)이라고 한다.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출발하여 사과의 정반대 편으로 가기 위해서 기존에 존재하는 표면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구멍을 파서 사과의 중심을 지나가는 쪽이 훨씬 빠르다. 벌레가 사과 중심을 관통하게 되면, 말 그대로 벌레 구멍, 웜홀이 생기게 된다. 이 웜홀은 사과의 한 표면과 다른 표면을 잇는 기존 경로와 다른 최단 경로가 된다. 이와 유사하게 시공간의 다른 두 지점을 연결하는, 기존의 시공간과 다른 지름길로써 고차원 구멍이라는 의미에서 웜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바로 이 웜홀이 다른 은하계로 빠르게 이동하는 지름길로 쓰였다. 이 웜홀은 아인슈타인 이론을 풀어서 블랙홀에 대한 해를 구할 때 유도된다. 하지만, 이론에서 유도되는 이 웜홀은 아주 순간적인 부분에서만 존재하므로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킵 손 교수는 보통과는 다른 특정한 조건에서라면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우주 여행 역시 가능할 것임을 밝혀 냈다.


       웜홀을 통해 과거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웜홀이 존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웜홀의 한쪽 출입구가 시간 지연이 일어날 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웜홀의 한쪽 출입구만을 어떤 특수한 방법으로 광속에 가까운 고속으로 이동시켰다가 돌아오게 하면 시간이 지연되어 다른 쪽 출입구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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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웜홀의 출입구를 A, B라 칭하자. B를 이동하기 전에는 웜홀로 연결된 2개의 출입구 A, B 모두 처음 시각이 0시라고 가정한다. 한쪽 출입구 A를 고정한 채 다른 출입구 B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시킨다. "B 쪽"의 시간은 광속에 가깝게 이동했으므로 "A 쪽"에 비해 느려진다. A 쪽이 3시가 되었을 때, B 쪽은 아직 2시라 가정해보자. 다시 B를 고속으로 이동시켜 원래의 곳으로 되돌리면 B 쪽의 시간은 더욱 느려지게 된다. 출입구 A 쪽의 시간이 6시가 되어 있을 때, 출입구 B 쪽은 4시가 된다.


       이때 출입구 A 쪽에 가까이 있던 우주선이 출발해 시간이 느려진 출입구 B 쪽에 5시에 도착한다. 여기서 이 5시에 출입구 B에서 웜홀을 통과해 출입구 A로 나오면, 웜홀이 "같은 시각"의 출입구를 "연결"하고 있어서, 처음에 6시에 A 쪽 출입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은 B 쪽과 같은 시각인 5시에 A로 돌아 나오게 된다. 이처럼 출발 시각보다 과거에 도착하여 다시 과거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시간이 지연된 출입구 B 쪽에서 출발해 다른 쪽 출입구 A에 도착해 웜홀을 통해 다시 B로 이동한다면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웜홀이 존재한다면,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모두 가능해진다.


       그러나 일단 웜홀의 존재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도 웜홀은 10~30 cm 정도의 크기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설이 지배적이며, 그것을 시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확대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웜홀이 계속 열린 상태를 유지하려면 특수한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물질은 질량이 0보다 작은 마이너스 에너지 밀도와 마이너스 중력을 가져야 한다. 마이너스 에너지 밀도와 마이너스 중력을 이용해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아닌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힘을 작용시켜 웜홀이 닫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여행자가 웜홀 속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특수 물질의 존재 여부 역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실제로 이 방법을 제안한 킵 손 교수도 이 방법은 수천, 수만 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회전하는 우주 이론, 리처드 고트 교수의 우주 끈 이론 등을 통해 시간 여행을 제안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작다.


       현재, 아주 조금이나마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인 우주 왕복 여행이다. 실제로 우주 비행사들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시간의 차이로 인한 시간 여행을 경험하고 있다. 러시아 우주 비행사 세르게이 아브데예프는 이미 5분의 1초, 즉 0.2초 정도 미래를 경험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 정거장 미르(Mir) 호에 탑승했을 때 궤도에서 시속 2만 7천 km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선 안의 시간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0.2초 미래로 갔다는 것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찰나의 0.2초 간의 미래로 간 경험이 시간 여행의 위대한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방법의 대부분은 아직 이론에 불과하지만, 연구를 거듭하면 언젠가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설령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그 연구는 우주의 시공간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져서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마치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화학의 크나큰 발전이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출처:

[1] Lolsotrue.com

[2] http://en.spaceengine.org/

[3]https://www.dreamstime.com/stock-illustration-wormhole-d-representation-space-ship-passing image47810915

[4] http://m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199504N009

내용 참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6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