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닥 훅", 말 타면 학점이 오르네

Posted by 희씨
2016.10.21 12:5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레드불 몇 캔을 들이부으면서 며칠 밤을 새워 과제를 제출했다. 나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열심히 했다고 다독이며 좋은 점수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웬걸? 막상 점수가 나와보니 밤새워 열심히 과제를 완성한 나는 B, 몇 시간 전에 대충 리포트를 끄적여 낸 친구는 A.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 친구는 원래 똑똑한 걸 알기에 씁쓸하지만, 점수를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내 노력의 가치를 교수님이 몰라 봐준 것 같아 계속 슬플 뿐이다. 하다못해 똑똑한 친구가 나보다 적은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데, 만약 학교에 얼굴도 안 비치고 심지어 교수님이 단 한 번도 출석이 않는다며 F 확정이라고 수업 때 모든 학생 앞에서 지적했던 학생이 좋은 성적으로 학기를 마친다면 기분은 어떠할까? 혹여나 지각해서 출석 점수가 깎일까 나는 왜 한 학기 동안 가슴 졸였던 걸까? 그냥 증빙서류 몇 장만 내면 되는데. 왜 밤낮없이 과제에 몰두했던 걸까? 게다가 학기 말 제출한 과제를 찾으러 간 학과 사무실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 얼굴도장 한번 안 찍은 학우의 과제가 누가 봐도 형편없다면? 맞춤법은 둘째치고 비속어까지 보인다. 거기다 몇 개 과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과제 제출 시한도 한참 넘겨서 냈단다. 정말 열불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드라마 속 허구의 이야기라고 가정하고 들어도 복장 터지는 이 이야기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믿겠는가? 위 이야기는 최근 세간을 들썩이게 하는 '정유라 양 특혜의혹'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승마 선수 최초로 이화여자대학교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유라 양. 그녀는 처음 입학 당시 학사 경고를 받을 정도로 학업에 난항을 겪었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학점이 수직으로 상승하게 된다. 물론 학교에 적응하고 마침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학업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이 없다고 성적상승의 시작점에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정양이 입학한 년도 9월을 기점으로 이화여대에는 운동 선수들의 편의를 봐주는 내규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학교 방문 직후 정양의 지도 교수는 더는 정 양을 담당할 수 없겠다고 혀를 내두르며 사임하고, 결국 다른 교수로 교체된다. 그리고 그 후 그녀의 성적이 F -> C+ -> B+ 까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누가 우연이 반복되면 우연이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정 양 입학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과연 이 사건들은 모두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1]


어떻게 오셨어요?


       "정유라 양 특혜의혹"은 그녀의 입학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본디 이화여자대학교는 11개 운동 종목에 한해서 체육 특기생을 선출해왔다. 그러다 정유라 양이 입학하게 된 2015년 입시를 기점으로 23개의 종목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정 양의 운동 종목인 승마가 포함되게 된다. 이 정책의 변화에 따라 정 양은 학교 최초로 승마 종목의 체육 특기생으로 선출되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정책의 목적 자체가 애초에 정 양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배후에서 누군가 힘을 쓴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운동 종목의 다양성을 위하여 확대했다고 설명한다면 딱히 그녀의 입학과 관련하여 흠잡을게 없어 보인다. 물론, 그녀가 특기생으로서의 조건을 충족했다면 말이다.


       당시 종목이 확대되면서 세부적으로 이화여대가 서류전형단계에서 특기생의 입학 요건으로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는 원서 마감일 기준 개인종목에서 3년 안에 입상한 기록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정 양은 마감일이었던 9월 15일 전까지는 그 어떠한 개인 종목의 입상 기록도 없다고 한다. 단체종목에서 수상한 경험은 있으나 당시 이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명백하게 개인수상만 인정한다고 공표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애초에 정 양은 특기생으로 지원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서류심사를 당당하게 통과하고 면접까지 보게 된다. 물론 그녀는 마감일 이후 개인종목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입학처 사무관들이 신도 아닌데 그녀가 메달을 딸지 어떻게 알고 통과시켰던 걸까? 도대체 무슨 확신이 있어서 정 양을 서류심사에서 거르지 않고 합격시켰던 건지 필자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면접 당일 입학처 담당자들의 확신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양은 선수복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맨 채 면접장에 나타난다. 마감일이 지나고서야 성취한 자격요건을 보란 듯이 내보이며 말이다. 한술 더 떠 입학 차장은 면접관들에게 면접 당시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귀띔했다고 한다.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는 말을 듣고 들어선 면접장에 한 지원자만 선수복에 금메달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앉아있다면, 무슨 재주로 그 지원자를 뽑지 않을 수 있었을까?


[2]


누구를 위한 학점이고 학칙인가?


       앞서 말했듯, 정 양은 평균 F 학점에서 B+까지, 엄청난 성적의 변화를 보였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 정도 성적상승을 끌어냈다면, 다음 학기에는 A 학점까지 받아내서 잡지에 그녀의 공부비결을 설명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 그녀의 성적 상승에 도움이 된 요소 중 그녀의 노력은 1할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다. 일단 그녀의 성적 상승에 일조한 첫 번째 요인은 이화여대 내규의 변화이다. 그녀가 입학한 해 9월, 이대는 "실기 우수학생들의 최종 성적은 최소 B 학점 이상" 줘야 한다는 내규를 정하였다. 일단 과제를 제출하기만 한다면 완성도에 상관없이 우수한 실기성적으로 쉽게 학점을 챙길 수 있는 성적의 형평성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규정이다. 이 규정과 더불어 올해 4월에는 정 양의 어머니가 출석을 잘 하지 않는 정 양에게 경고한 지도 교수를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놀라운 점은 정 양 어머니의 방문 직후 그 지도 교수가 즉각 교체되었다는 것과, 정 양의 결석이 모두 출석 처리되며 그녀가 그날 이후로 학교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정 양의 F 학점은 B+로 진화하기에까지 이른다.


       단 한 사람의 일일 거라고 추스르며 이 특례를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의도치 않은 수많은 피해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피해자는 바로 성실하게 과제를 밤낮없이 해가며 좋은 학점을 유지하려 한 수많은 이대학생이다. 며칠 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 한 이대생의 대자보를 본 사람이라면 이 정 양의 특례가 그냥 한 사람의 부정으로 넘어가기에 너무도 많은 이들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정 양은 각종 특례를 통해 본인의 학점을 B+로 끌어올렸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땀과 노력의 결실인 나머지 이대생들의 성적은 그 의미를 잃었다. 정 양으로 인해 이대생들의 성적은 한 학기의 수고가 고스란히 담긴 성취물이 아니라, 그저 편법으로 얻어질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다. 어떠한 근거에 의해서 정 양의 마감시한을 넘긴, 오타가 가득한, 비속어까지 보이는 리포트에 B 이상의 성적이 매겨질 수 있었던 건지, 이화여대는 지금 근면한 수많은 이대생을 배신한 채 스스로 학교의 학업적 명성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을 뿐이다.


[3]


정 양의 어머니 최순실, 그녀는 누구인가?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정 양이 있다. 그리고 그녀 뒤에는 그녀의 어머니, 최순실 씨가 있다. 어찌 보면 사건의 본질은 정 양이 아니라 최순실 씨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 양이 자격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이대에 합격하고, 본인에게 경고하는 지도 교수를 교체하고, 출석하지 않아도 성적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모든 배경에는 그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정 양의 특례의혹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된 데에는 그녀의 어머니인 최순실 씨가 가지고 있는 힘과 그녀의 특수한 위치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가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대체 최순실 씨는 누구길래 한 학교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최순실 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이다. 최태민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현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 지내던 시절 그녀를 옆에서 보좌하던 최측근이다. 1980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쫓겨나게 된 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보살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최태민 목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연이 그의 딸인 최순실 씨에게 대물림 된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은 20대 시절부터 언니 동생 하면서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믿고 의지할 좋은 친구 하나쯤은 곁에 두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사람에게 권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일 뿐이다. 하지만 필자의 소망과는 달리 최순실 씨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에게는 막강한 힘이 실린 듯싶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사회적 힘으로 전환시킨 최순실 씨는 딸의 특례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K 스포츠재단, 미르재단과 같은 사회적 재단을 설립 배후에까지 개입하며 불투명한 몇백 억대의 자산을 운용하려 했다는 증거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끊이지 않고 질리도록 터져 나오는 또 하나의 부패권력의 사례이다.


[4]


끝으로


       정 양의 의혹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로 엮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덕분에 나라 안이 시끄럽다. 연달아 터지는 각종 보도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제라도 커튼 뒤에서 움직이던 세력들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잡을 기회가 아닐까? 우리 모두 모른 체하고 지내왔던 한국 사회 내부의 폐단을 국민이 드디어 마주하고 맞서 싸울 용기를 내었기에.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당하게 권력을 사용하는 자들의 두 손을 옥죄어 더는 선량한 피해자들이 느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의 구현을 위해 몇 달간 치열하게 시위했던 수많은 이대생이 존경스럽다. 어제부로 드디어 총장이 사퇴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끝까지 의혹규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이대생들처럼, 이대생들과 함께 끝까지 비리를 척결하려 고군분투하다 보면 언젠가 꿈꾸던, 아니 애초에 있어야 했던 정의로운 사회가 우리나라 전반에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믿으며 글을 마친다.




출처:

[1] http://blog.naver.com/saleign/220838469005

[2] http://blog.naver.com/saleign/220838469005

[3] http://www.huffingtonpost.kr/2016/10/16/story_n_12517134.html

[4] http://www.visualdive.com/wp-content/uploads/2016/10/2016092901_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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