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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뭐든지 빨라야 하는 사회, 나이도 빨라야 한다!


나이가 중요한 한국 사회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인 ‘빨리 빨리’. 인터넷도 빨라야 하고,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심지어 나이도 빨라야 유리하다. 유교 사상이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 나라 중국, 한국, 일본 중에 한국과 일본에 ‘존댓말’ 이란 것이 있다. 존댓말은 거의 다른 ‘언어’ 라고 까지도 말 할 수 있다. 반면 반말이라는 것은 은근히 기분 나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군대에 늦게 간 경우 나보다 몇 살 이나 어린 놈이 반말하면 (먼저 들어와서 당연하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물론 존댓말/반말은 하나의 예시일 뿐 나이가 하나의 권력으로 남용 될 때도 많은 게 사실이다.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말다툼을 하게 된다면 나이 어린 사람이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나이 많은 사람들이 훨씬 유리하다. ‘어린 놈이 대든다, 버릇이 없다’ 라는 필살기가 있기 때문이다. 소위 ‘나이 많으면 장땡’ 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과 대립이 생기면 존경심이 없고, 대든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빠른 00년생’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생겼을 수도 있다.

빠른 00년생

한국에서는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동시에 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한국 법 상 보통 1월 생 이나 2월 생 들은 한 학년 빠르게 들어간다. 빠른 90년생은 보통 89년생과 친구이고, 보통 90년생은 빠른 90년생한테 형이나 언니라고 불러야 한다. 여기서 수 많은 허점이 들어난다.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많은 것이 유리한 사회에서 (무조건, 절대적으로 나이가 많다고 유리하지 않을 수는 있다.) 빠른 00년생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3월 생 들은 몇 일 차이로 이런 반칙 아닌 반칙을 누릴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아기가 태어날 때 예상한 날보다 늦게 태어나면 얼마나 늦게 태어 날까? 아무리 길어봐야 보름? 그럼 2월까지 ‘빠른’ 으로 쳐주는 건 무리가 아닐까?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회적인 편의를 위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것이 익숙해지고 같은 또래인 친구들과 동시에 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에서는 ‘학번’이라는 시스템이 있으니 혼란이 적다. 무슨 혼란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이 많은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유리한 점

빠른 년생이 좋은 점은 일단 같은 년도에 태어났어도 형, 언니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들은 일년 위인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소위 ‘족보’가 꼬일 수도 있다. 내 친구의 친구가 형이면 족보가 꼬이는 것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빠른 년생들은 존댓말을 쓰라고 강요 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 어떻게 보면 ‘빠른’ 남자들은 1년 정도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빠른’ 남자들이 군대를 가면 이미 대학에서 한 학년이 위인 상태에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1년 빠르게 진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1년생이 대학교 1학년 때 군대를 간다면 빠른 91년생은 이미 대학교 2학년이다. 같이 군대를 제대하고 나온다면 보통 91년생은 대학교 2학년, 빠른 91년생은 대학교 3학년이다.

불리한 점

방금 사회에 1년 먼저 들어가는 게 좋은 점이라고는 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불리 할 수도 있다. 이미 청년 실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에 많은 대학생들이 일부러 취업준비를 더 하기 위해 학교를 1년 더 다니고 있다. 빠른 년생들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먼저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덧붙여 빠른 년생들이 갓 대학생들이 되었을 때, 버스를 탈 때는 성인이 되고 술이나 담배를 살때는 청소년이 된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면서 놀 때 ‘빠른’은 낄 수가 없게 된다. ‘민증’을 속여서 같이 마셔야 한다. 이러한 이중 잣대 때문에 빠른 년생 들이 오히려 불편을 겪을 때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 법이 개정 되어서 이제는 빠른 년생들이 같은 년도에 태어난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미 ‘빠른 년생’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불편을 만든 태어난 연도 기준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보호법 개정은 아직 이뤄 지고 있지 않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어떨까?

미국인이나 많은 서양 나라에서는 서로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한국 사회에서도 물론 존댓말을 쓴다. 그러나 이 ‘빠른 00년생’ 이라는 개념이 한국 본토에 사는 사람들과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안 먹힐 수도 있다. 어떤 3월초 생 들은 ‘빠른’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아무리 그 ‘빠른’ 사람이 친구가 한 살 위인 사람들이라도 자신들과 같은 년생이고 ‘빠른’ 아이들이 같은 학년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꼭 나이에 따라 학교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과 친구가 될 때가 빈번하다. 그리고 존댓말이나 나이에 따라 큰 차이나 차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쉽게 친구가 된다. 자신보다 어린 외국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유독 같은 한국인 한태만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외국에서는 혼란이 올 때가 많다. 별별 기준이 다 나온다. 같은 년생일 경우 6월 생 까지는 1,2월 생 한태 반말 하기로 하자, 띠로 하자, 음력으로 하자, 학년으로 하자, 그냥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자 등등.

빠른00년생은 흥미로운 현상

물론 ‘빠른00년생’이라는 관행이 꼭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한국에서만 유독 심화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빠른 년생한테 형 대접을 해야 하는 게 억울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빠른 년생들이 사회에서 불편을 겪는 점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빠른00년생’ 관행이 좋건 나쁘건 흥미로운 현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