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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원전, 대한민국의 맞춤 전략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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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풍차의 나라라고 한다. 낭만적인 플랑드르의 풍경은 지리적 한계와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한 결과다. ‘낮은 땅’이라는 이름처럼 네덜란드의 땅은 높이가 해수면보다 낮다. 따라서 육지로 들어온 바닷물을 빼낼 펌프가 필요했고, 그 동력으로 강한 바닷바람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그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발전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희소국이 믿을 구석은 인력(人力)밖에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찍이 원자력 기술을 배워오도록 지시한 것은, 자원이 없어도 과학 기술을 이용해 큰 에너지를 산출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워커 리 시슬러는 “우라늄 1g으로 석탄 3t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석탄은 땅에서 캐는 에너지이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1] 풍부한 인적자원을 통해 천연자원이 희소하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원전은 대한민국의 ‘환경 맞춤형 전략’이다. 최근의 탈원전 논의가 허황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 대한민국의 지리적 조건은 원자력 발전에 적합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


[1]


신재생에너지의 전제 조건은 풍부한 환경 자원이다. 노르웨이가 수력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은 끝 없이 물이 흐르는 피요로드 덕분이고, 미국이 풍력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람이 강한 광활한 네바다 사막 때문이다. 실제로 1,000 MWe의 전력을 생산할 때 원자력은 여의도 면적의 0.2배, 태양광은 5배, 풍력발전은 70배의 토지가 필요하다. [2] 그러나 대한민국은 환경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전체 국토의 64%가 임야, 20%가 전답이다. [3]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을 건설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지형이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일조량이 일정하지도, 풍향이 일관되지도 않다. 대신 환경자원의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동시에 토지집약적인 원전이야말로 이 땅에 최적화된 전력 생산시설이다.


(2) 수출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대한민국에게 원전 산업은 주요한 수출 동력이다.


상업형 농목업의 전제조건은 조방적인 토지 이용이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농목업 수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화석연료나 광물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1차 산업이 수출로 이어질만한 경쟁력이 없다. 대신 수출의 활로를 뚫은 것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수출 총액의 58%를 차지하는 10대 수출품목이 모두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 해당한다. 원자력 발전소 역시 기술집약적 수출 산업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2]


수출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탈원전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2035년까지 계획된 신규 원전은 총 8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도체 시장의 세계규모가 140조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그 시장규모는 무시하기 어렵다. [4] 현재 우리나라는 UAE 원전 계약을 시작으로 체코, 영국 등지에도 원전 수출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독일, 미국 등 원전 선진국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정책 기조를 선회함으로써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기회 앞에서,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블루오션을 두고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3) 강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은 원전 설립에 최적의 입지다.


원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안전성이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직접 목격한 우리로서는 그 위험성이 살 끝으로 와 닿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지리적인 환경이 다름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 즉 태평양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맞부딪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전세계 지진의 약 90%가 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상대적 지진 안전지대다. 판과 판의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 1978년 계측 이후 발생한 지진 중, 진도가 4.5 이상인 것들의 평균을 내도 4.97밖에 되지 않는다. [5] 그 중 최고 규모는 진도 5.8. 한국형 원전APR 1400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안전한데, 그 기준은 진원(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지역)이 원전 바로 아래인 경우다. 즉, 이 땅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한반도는 안전성 면에선 원전이 자리잡기에 최적의 위치다. 그 위험성이 통제 가능한 정도라면, 원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내구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연구를 통해 통제력을 높일 수 있을 때, 안전성 역시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원자력 발전은 대한민국이라는 조건에 맞춤 제작된 전력생산방식이다. 선진국들이 신재생 에너지로 기조를 전환한다 해서 우리 역시 안 맞는 옷을 따라 입을 필요는 없다. 신재생 에너지는 ‘선진’ 기술, 그리고 원자력 에너지는 ‘후진’ 기술이라는 선진과 후진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진정한 선진 기술이란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달성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60여 년 간의 원자력 기술 연구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드디어 원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금, 탈원전 선언이 선진 기술로의 도약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전략이다.


출처:

[1]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2448.html

[2] http://www.knea.or.kr/bbs/board.php?bo_table=301010&wr_id=114&page=8

[3] 환경부. 2011. 환경통계 5p

[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15&aid=0003834229

[5] http://www.kma.go.kr/weather/earthquake_volcano/domesticlist.jsp


사진출처:

[cover] https://goo.gl/SD5V9H

[1] 한국원자력문화재단. http://www.knea.or.kr/bbs/board.php?bo_table=301010&wr_id=114&page=8

[2]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9/2015102900445.html

[3]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http://www.anu.edu.au/news/all-news/sa-inquiry-starts-discussion-on-nuclear-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