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는 마녀: 조두순 사건을 돌아보며

Posted by 매크로잉크
2017.11.13 20:5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한국시간 11 14일자로 조두순 출소반대청원에 동의한 사람의 수는 49만명에 육박한다. 청원개요는 단순하다. 재심을 거쳐 조두순의 형을 무기징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이 한 줄 청원에 전체인구의 1% 가량이 서명을 했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위화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내용이다. 현재 동의 숫자는 49만명 가량으로, 전체 청원 중 가장 높다.

 

조두순은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가해자로, 2008 128세 여아를 엽기적으로 폭행, 강간해 범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는 전과 18범의 성범죄자다. 1952생으로 현재 66세이고, 2008년 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아 2020 12 13일 출소가 예정되어 있다. 3년 가량 밖에 남지않은 조두순의 형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불안감과 괘씸함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청원 동의 숫자에서 읽어낼 수 있다.

 

엽기적인 성범죄에 대한 분노, 전과자의 석방에 대한 두려움. 필자 역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50만 청원서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익숙하고도 부자연스러운 선긋기이다.

 

감옥 12

 

조두순 출소에 대한 반감의 중심에는 그가 선고 받은 형량이 있다.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재심에 대한 요구에 50만명이 동의한다면,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애초에 그가 왜 12년의 형량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조두순 사건의 판결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심의 판결, 그리고 그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대법원 판결이다. (항소심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시사점이 적음을 고려해 생략한다.) 조두순이 기소된 죄목은 강간치상으로, 형법 제 301조에 의거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되어있다. 검찰은 해당 죄목의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하였으나 재판부는 심신미약을 근거로 감형하여 12년 형을 선고하였다.

 

판결 이후 가해자의 항소, 상고로 인해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은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피고측만 상고한 경우에 해당함에 따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대법원은 원심의 선고형이 부당하게 높은지만 판단할 수 있었고, 이변 없이 원심의 판결이 유지되어 9 24일 징역 12년 형이 확정되었다.

 

누리꾼과 판검사

 

조두순의 형이 확정되었을 당시, 그리고 그의 출소일이 메인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조두순 사건의 재판과정을 둘러싼 논쟁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했다. 특히 많은 질타를 받은 부분이 3가지 정도 있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검찰이 기소한 죄목

2.     1심 판사의 감형

3.     검찰의 상고 포기

 

필자는 위의 시사점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실제로 재판과정에 비난의 소지가 있을 만한 오류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악마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오명을 쓰게 된 재판부가 범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첫 번째는 검찰이 조두순을 기소할 때 옛 성폭력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고 강간상해죄를 적용한 점이다. 전자의 경우가 무기 혹은 7년 이상의 징역의 형량을 명시하는 반면 조두순의 죄목은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 되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되었다는 것이다. 판례 및 기소의견 연구의 관점에서는 지적사항이 될 수 있었겠으나, 조두순이 실제로 받은 형량과 관련해 생각해볼 때에는 의미 없는 논쟁이다. 검찰은 죄목이 어찌 되었든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감형사유에 대한 고려가 있기 전 재판부 역시 무기징역형에 동의하는 입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심신미약 판정과 관련한 논란이 번진다. 필자 역시 심신미약 판정이 불가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으나, 피고측의 주장대로 음주만취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었다면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다시 한 번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형법 제10, 55조에 의거, 무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결 당시 대한민국의 유기 징역 최고치가 15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리고 사실상 강산치상의 양형기준이 최대 11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12년형의 최종 판결은 굉장히 중한 선고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심 판결문은 범죄의 잔학성, 피해자의 고통 및 가해자의 불량한 태도에 대한 담당판사의 고민과 처벌의지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시사점은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점이다. 검찰의 상고가 없어 대법원이 2심에서 선고된 형량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지적의 요지인데, 실제로 대정부질문에서도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질타가 나왔을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만이나 관행으로 치부한 부분이지만, 이 역시도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법원 판례가 그 배경인데, 현행 대법원 판례 대판69472 및 대판812898에 따라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징역 10년 이상의 선고에 대해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가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두순이 1, 2심에서 12년 형을 선고 받은 이상 현실적으로 상고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당신의 책임

 

이 글의 취지는 재판부나 검찰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두순의 출소에 대해 회의감과 절망감이 든다고 해서 재판부를 질타하거나 현행법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조두순을 납득할 수 없는 악마로 치부하면 편하고, 그를 봐준법조인들을 무능하거나 부패한 것으로 매도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다. 잘 돌아가는 우리 사회에 갑자기생겨난 흉악범은 평생 가둬버리고 나쁜 공무원은 철밥통을 빼앗아버리자고 하면 문제를 해결한 것만 같은 평안함을 준다.

 

 

그 마음의 안식을 위해 우리는 사회문제와 자신 사이에 비겁한 선을 긋고, 그 선의 건너편에서 매도할 희생양 찾기에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다. 엽기적 범죄의 발생은 악마 같은 가해자의 발작으로, 그의 형량이 불만족스럽게 가벼운 것은 재판부의 오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무책임한 책임회피의 끝에는 왜곡된 정의감과 부정적 에너지의 방출 밖에 남지 않는다.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괴담 아닌 괴담이 바로 그 맥락에 속한다. 조두순이 출소할 날 만을 기다리며 몸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대게 출소 직후 재범의 여지가 있으니 출소를 막으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많은 공감을 받은 내용이지만, 조금만 찾아봐도 허황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조두순은 출소하고 보름이 지나면 만으로 70이 되는 데다 형의 대부분을 청송교도소의 독방에서 CCTV의 감시아래 보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70살 노인이 12년의 독방생활을 근육질의 몸으로 끝마칠 수 있을 만큼 현실은 드라마틱하지 못하다. 외려 수감자들의 증언은 쇠약해진 노구를 연상케 한다. 단순히 조두순을 가둬 두고 싶다는 이유로 없는 말까지 만들어 낸 끝에 결국 무거운 형사사건을 화가 난 사람들의 안줏거리로 전락시킨 것이다.

 

사회문제와 개인 사이에 그어 놓은 선 하나만 치우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주권의식과 책임의식을 함께 갖출 때 비로소 구비된다. 50만명이 한 명의 범죄자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수십년 배양한 법적 원칙을 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조두순 사건’의 개요에서 목도한 우리 사회의 한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쳐 나가는 데에 그 에너지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루머 생산 따위가 아니라 합리적인 법적 장치 마련에 구성원들이 눈을 돌릴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미 조두순 사건이 시사한 문제점의 대두로 우리 사회는 공감을 얻지 못하던 심신미약 규정을 정비하며 한걸음 나아간 성과를 냈다. (심신장애 상태일 때 발생한 성 범죄에 한해서는 법관 재량으로 심신미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한 일명 조두순 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이 신설되었다.) ‘재심을 통한 무기징역보다 조금 더 진지하고 미래지향적인 청원서가 국민의견을 대표할 수 있기를 필자는 바라본다.

 

사진출처: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0949?navigation=best-petitions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article&sm=tab_jum&query=%EC%A1%B0%EB%91%90%EC%88%9C+%EC%A0%84%EA%B3%BC

 

내용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_%ED%98%95%EB%B2%95_%EC%A0%9C301%EC%A1%B0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_%ED%98%95%EB%B2%95_%EC%A0%9C297%EC%A1%B0

http://nbnnews.co.kr/news/view.php?idx=116573

https://rigvedawiki.net/w/%EC%A1%B0%EB%91%90%EC%88%9C%20%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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