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 (6) 일간베스트 편

Posted by 매크로잉크
2018.02.07 21:00 SERIALS/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입장 소감

지금껏 해당 시리즈물을 기획하고 쓰며 할애했던 시간 중에 가장 애매모호한 심정이라 하겠다. 무려 3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시리즈물에 마침표를 찍겠답시고 유적발굴에 가까운 이어 붙이기를 하는 것에 확신이 없었던 것도 한 몫 했고, 마지막 주제로 남겨둔 일베 탐방에 대한 부담감 역시 무시하지 못했다. 평이 좀 안 좋아야지.

그러나 은근히 궁금해하는 친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3년 전 기획 당시에 가졌던 미필의 패기를 다시금 상기하기 위해 대학생활이 끝나기 전 졸업과제하는 심정으로 글을 투척하기로 했다. 물론 바뀐 임원진의 동의 없이 올리는 글이므로 감당이 될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테니 바로 사이트를 들어가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일간베스트, 줄여서일베.

 

계속 봐도 되는 걸까, 이거


처음 페이지가 로딩되고 받는 인상은 UX가 굉장히 깔끔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5곳의 커뮤니티를 돌아보며 게시판 구성 및 접근성, 가독성에 관한 코멘트를 자주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일베가 단연 최고점을 기록할 것 같다. 형식은 보이다시피 게시판별로 최신글이 정리되어 업데이트 되는 식이고, 게시판에서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베스트글들을 좌측의 일간베스트 게시판에서 한 번에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굉장히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다.

 

다만 가독성이 좋으니 제목이 한 눈에 다 읽힌다. 홈 화면만 봐도 디시 야갤의 수준의 수위와 말투, 그리고 오유 수준의 정치편향성을 잘 버무려 플레이팅 해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왜 디시가 일베의 전신이라 불리는지, 왜 오유와 일베가 치고 박고 싸웠는지 더 볼 것도 없이 이해가 된다. 오유만큼 정치색 짙은 디시인사이드의 파생 버전. 첫 인상은 이정도가 되겠다.


홈 화면만 해도 총 14개의 게시판 큐레이션을 구현하고, 위의 탭을 보면 훨씬 더 많은 게시판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일베 유저의 주요 서식지는 짤방게시판과 정치게시판이다. 대놓고 홈화면을 절반 넘게 잡아먹고 있는 이 두 게시판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 글의 방향을 잡고자 한다.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오해 받을까 싶어 빨리 끝내고자 하는 의도를 부정하지 못하겠다.)

 

불편러가 된 것만 같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아예 커뮤니티 차원에서 정치게시판을 따로 가지고 있고, 이것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정치 이슈가 짤방게시판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냥 정치베스트” (이하 정베’)라는 저 말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다른 커뮤니티들이 유머 공유나 야구토론 등의 목적성을 가지고 만들어져 정치색을 입은 경우라면, 일베는 정치관련 담론이 커뮤니티 전체의 주요한 부분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론은 이쯤하고 정치베스트 게시판을 먼저 돌아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여버려야 한다거나 “xx새끼들등 특정 진영의 정치인이나 지지자층을 욕하는 글이 많다 (비판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욕을 한다). 오유의 묘하게 답답한 그 존댓말 무논리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욕을 해대니 이건 이거 대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 완전히 하나의 정치색으로 일통 된 게시물과 댓글들이 불편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워낙 정치색이 강하니 타진영 지지층은 유입이 안되는 것인지, 커뮤니티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차단을 해 나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커뮤니티들 중 유일하게 정치게시판현판을 걸어 놓은 곳이 토론의 장이 되기 보다는 서로의 우편향화를 가속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진보정권으로 바뀌고 일베를 들어오게 된 것이 주요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15년도의 게시판은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내 짤방은 어디에?

이쯤 되면 정치 게시판을 굳이? ‘일간베스트게시판(짤방 게시판의 베스트 게시물 모음)을 처음 본 필자의 감상이다. 절반 이상, 아니 대다수 올림픽이나 정부 현안 관련 코멘트로, 짤방이나 유머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다른 데는 일상 글이나 유머 글도 제법 올라왔는데, 여기는 드립마저 정치드립이다. 컨텐츠가 굉장히 유사한 만큼 정치 게시판과의 차별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물론 베스트 게시판이 아닌 짤방 게시판은 그 본연의 취지를 더 잘 살리는 편이지만, 베스트 랭킹 안에는 들지 못하는 양상이다.

 

일간베스트 탐구를 마치며

 

일베 회원이 범죄를 모의했다느니, 고소를 당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원체 많이 들었던 터라 사실 어느 정도의 수위일지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막상 두 개의 게시판을 돌아본 후의 감상을 요약하자면 거칠고 정치색 짙은 커뮤니티정도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다만 불필요한 욕설이나 원색적인 비방, 수위 높은 섹드립이 타 커뮤니티에 비해 월등히 많았던 것은 확실해 보이고 고소거리가 생길 법한 느낌 역시 받는다.

 

1.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게이라는 호칭이었다. 일베에서는 타 회원을 게이라고 부른다 (오타가 아니다). 필자의 눈에는 워낙 기이해 보인 탓에 검색을 해본 결과 게시판 이용자를 줄여서 게이란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왜 굳이 이런 호칭을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성소수자 차별을 보수와 엮는 프레임을 지지하는 건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아니 당신들 보수 커뮤니티잖아?

2.  성인 광고가 굉장히 많다. 마이너한 부분이라 탐구 중간에 넣지는 않았지만, MLB파크 이상으로 성인광고가 많다. 일베의 이미지 상 광고주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성년자 스크리닝이 안되는 사이트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인 광고가 많은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사실 어린친구들이 유입될 것 같지 않기는 하지만.

 

이상 일간베스트에 대한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였다. 여차저차 여섯 편의 글을 여섯 곳의 커뮤니티 탐구에 할애했는데, 재미를 위한 기획으로 시작했던 것에 비해 의외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커뮤니티라는 것이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반해 처음 들여다본 디씨 인사이드 이후로는 피식거리며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까닭이다. 물론 한, 두시간 둘러보는 필자가 유머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은 에너지가 쉽게 말해 무리 지어 헐뜯는 행위에 할애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의 재미란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가십거리를 씹는 것일까. 재밌자고 시작한 일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충 모드이지만, 커뮤니티 관련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뉴스에 뜨는 요즘 생각해볼 만한 시사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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