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Posted by 희씨
2018.02.14 18:51 EDITORIAL/문예 :: Literature




[1]



나와 닮은 친구 S 있다. 겉으로는 밝고, 웃음이 많으며, 실없는 농담도 줄곧 치곤 해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지만, 이내 혼자가 되면 본인 안의 깊은 심연을 마주하고 어둠에 집어 삼켜지곤 하는. 닮은 구석이 많은 S임에 모자라 우리는글쓰기라는 취미마저 공유했기에 서로에게 더욱 각별하다고 감히 말할 있는 사이였다. 


우리는 글이라는 매개가 우리의 다른 모습을 드러낼 있는 창구라며 좋아했다. 나의 글도, S 글도 우리가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문체와 표현, 분위기로 그득했다. 우리는 행복한 글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 어딘가 외롭고 축축한, 어두운 새벽하늘 아래 읽어야만 같은 .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글들을 사랑했다. 우리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니까, 글을 통해 다른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나를 마주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글쓰기에 매료시켰다.


그렇게 각자 꾸준히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성장해 나가고 있을 , 나는 S 점점 대외적인 모습마저 그녀의 글을 빼닮아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말수가 적어지고, 웃음이 적어지고, S 그녀가 안의 S 되어가고 있었다. 외롭고 축축한, 어두운 새벽하늘 같은 S. 그녀의 속에서 마주하던 인물이었지만, 앞에 실재하는 것을 보니 막상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어린 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S 우울증에 시달렸다. ‘마음의 감기’ -- 전체 국민 4 1(25%) 사망 때까지 이상 우울, 불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2015년에는 우울증 환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처럼 이미 대한민국 내에 우울증 관련 이슈는 사회적인 문제로 거듭나게 되었지만, 아직 현존하는정신과라는 단어에 대한 막연한 반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 수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S, 태양같이 밝은 사람들은 사실 자신을 스스로 태우며 끝의 끝까지 들어 가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태양 같은 S, 사실 나는 S 최악의 결말에 그녀의 하얗고 예쁜 발을 내딛을까 봐 불안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열심히 쓰자고 제안했다. 하얀 공책 위에 우리는 자유롭고, 단어는 우리를 구속하지 않으니 -- 소리를 내 말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네 하고 싶은 말만 하라고. 그렇게 우울증이라는 구름에 가려졌던 그녀는 계속해서 글을 쓰며 가장 진솔한 내면을 마주하였고, 결국 긴긴 터널을 뚜벅뚜벅 씩씩하게 걸은 끝에 다시 빛을 마주할 있었다. 


S 보니 우울증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 맞는 했다. 마음 병을 앓던 그녀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속상하고 답답한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홀로 외로이 시간을 버티고 견뎌낸 S 누구보다도 대견하고, 대단하며,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지금 글을 읽는 그대의 주변에도 분명 S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서글서글 웃으며 농담을 던졌을 때도, 잠시 앓았을 때도 S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대 주변의 S들도 그러하다. 만약 그대의 주변에 S 있다면, 나는 그대가 S에게 무언가 거창한 것을 해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 그냥 S처럼 대하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S 함께 파란 하늘, 푸른 녹음을 바라보며 S, 괜찮은 세상이다’, 라는 생각을 있게끔 조력해주는,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 S에게 애정 어린 시선과 낯간지러운 칭찬을 서슴없이 던질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아래는 S 우울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을 즈음,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던 과거의 자신에게 서신이다. 우울증을 앓던 와중에도 S 끝까지 본인을 놓지 않았다. 세상 수많은 S, 그들 전부가 맑게 하늘에 다시금 밝게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늦봄>


S에게.


줄의 문장이라도 심장에 닿길 바라  글을 쓰지만 홀로 곱씹은 시간이 네게 모두 전해질 같지는 않다. 늦봄에 같은 너는 웬 밟는 소리와 죽은 입김 메마른 입술과 건조한 하늘 그리고 영원히 잠든 밤과 함께 내게 온다. 이상한 일이지, 나는 멈춰있는데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 우리가 울지 않았던 날들에도 손톱은 자라고 별들은 죽었을 터다.


시간은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가 공간의 XYZ 어디로든 이동할 있는 것처럼, 3차원이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무한한 영화의 장면들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모든 순간은 이미 존재하고 정해졌다고, 공간처럼. 삶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 터, 어쩐지 서글퍼졌다. 시간은 겹겹이 쌓인 종이처럼 멈춘 순간들이 모여서 모두 존재하는 같은 것이니 사실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언젠가 네게 그런 말을 했었다 죽지 못해서 살아있었고 숨이 잠겨 가라앉는 날들을 지나왔지만 분명 중엔 아름다운 날들도 있었다고. 그런데 내가 네게 전해주었니, 날들은 네가 있어 빛나던 날이었다고, 기억을 거닐면 항상 그곳엔 네가 있어서 웃음이 났다고, 달래꽃 내음이 노랗게 서린 같았다고 그렇게 말해주었니


나는 죽고 싶다가 다시 잔뜩 집어 먹히고, 꽤나 낭만스럽게 손에 죽어달라고 할까, 밤의 척추는 푸르러서 허공에 바스러지고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어 흐려졌다가 다시 흩어졌다 날카로웠다 사라졌다가... 멍청한 것이 오래된 숙명이요, 나는 네가 비틀대며 젖은 몸을 이끄는 것을 본다. 달빛은 반질거리는 눈동자만 진탕 문지르고 밤안개가 되고 싶다던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잠들 없는 밤과 깨어날 없는 아침을 반복한다. 자꾸만 감기는 눈은 밖의 별을 좇고 생각한다 그랬어야 했는지 그랬는지 그러지 않을 수는 없었는지, 원망과 후회와 불신이 가득한 . 언젠가 눈이 반짝이던 이상한 생각을 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생각, 영원한 관계 또한 존재치 않고 어쩐지 나는 모든 붙잡고 주저앉는 같다는 생각.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아닐까, 유한하기에 불확실하기에 불안정하기에 더욱 고귀한 아닐까, 그렇기에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할 있는 게 아닐까.


모든 생각의 끝은 항상 너였다. 대체로 말도 안 되는 잡소리를 너는 중요한 마냥 들어주었지. 그러나 개중에 진심이 아닌 말은 없었다. 미친 소리라고 해도 좋은 말들을 너는 소중히 대했다. 이상하다 너는 항상 나를 기다려야만 했을까. 너는 담담히 이야기를 들어줬을까.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너는 항상 그래야만 했을까. 네게 너무 벅차진 않았을지 모를 일이야. 네게 밀어준 것이 빛 조각이었는지 날붙이였는지는 모를 일이지. 그럼에도 흔들리는 손을 잡은 것은 너이고 나는 이미 죽은 별들을 보며 속삭인다, 네가 행복했으면 한다고.


오늘따라 별이 희미하다, 밤도 까무룩 잠들어 죽은 너는 무엇이 서러워 그리도 울까. 가슴을 열면 무엇이 가득할까, 물의 뼈가 잔뜩 들어있을까 바랜 봄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닐까. 부스러기들이 가득할 같아. 그러나 나는 여태 그랬듯 그중 무엇도 알지 못하고 오래전 죽은 별들의 노래만 하릴없이 부른다. S, 빈번히 잠드는 몸뚱이를 이끌고 사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를 너도 알겠지. 상처투성이인 채로도 우리는 걸을 것이다. 잘려나간 목소리로 말을 하겠지, 전부 괜찮다고, 모두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묵묵히 걸을 밖에, 속아 넘은 다시 쓰러지기 전까지 투명한 입김만 뱉으며 걸을 밖에


내가 나보다 먼저 죽어 나뒹구는 손톱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은 것은 덕이라고 말할 있다. 언젠가 긴긴밤이 지나갈 것을 안다, 모든 순간이 얇게 쌓여 빛이 나겠지, 그러니 S, 늦봄이 오기까지 비틀대며 곁에서 걸어주기를.






사진 출처:

[1] https://www.pixelstalk.net/dark-space-wallpapers-hd/dark-space-backgrounds-hd/

[2] http://www.wallpapermania.eu/wallpaper/beautiful-rainy-spring-day-trees-in-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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