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필요한 시간

Posted by 희씨
2018.02.28 18:58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커버포토]



[1] Photograph by Michael Yamashita





인간은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 불린다. 살면서 우리는 여러 사람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조화롭게 더불어 살기를 기대받는다. 나 역시도 그러한 가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라왔고 사람에 대한 정열은 내 삶의 목표에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서로 생각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 삶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고 나는 살아가는 동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오랫동안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 생겼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순간이 오더라도 나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한다면 그 '불가능'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누군가에 기대는 의존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사람들에게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내 기대감과 믿음이 무너졌을 때의 상실감과 회의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했다.

그러한 상실감, 회의감도 일시적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레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왜인지 모르게 나는 미궁 속으로 빠지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고독의 순간이 찾아왔다. 내 삶의 형태를 변형시킬만한 갑작스럽고도 큰 변화였기 때문에 사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얼마 전만 해도 나는 항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로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독이 찾아온 이후로 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그리고 말을 꺼내기보다는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늘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외로움이라는 것에 극도로 취약해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기를 바라왔던 사람이었는데 그토록 두려워하던 혼자 보내는 시간에도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다.

폭풍처럼 찾아온 고독이라는 순간,

나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다가도 가끔은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혹시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져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해지기도 했고 나 자신이 외로움을 고독함으로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한 혼란스러움은 누군가와 함께여서 좋았던 날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더욱더 극대화되어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순간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면 나는 더욱더 하루빨리 원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려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순간을 뒤로하고 내게 내려진 결론은 간단했다. 지금은 나에게 고독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생각과는 달리 이 고독한 시간 속에서 보낸 날들은 굉장히 뜻깊었고 풍요로운 날들이었다.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며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가치 있는 인생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 늘었다. 또한, 평소에도 과거 회상하기를 즐겼지만, 고독의 시간 동안 돌아본 지난날들은 단순한 과거 회상보다는 자기성찰의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극복해 내가고 있는 나 자신을 응원하고 위로하며 나를 더욱더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고독함은 내게 있어 삶의 전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첫째로 나 자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변인들이 떠나가는 것에 두려워 돌보지 못했던 내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너 자신이라 충고할 수 있었다. 둘째로, 내 옆에 한결같이 머물러 주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할 수 있었다. 내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분명 있었다. 조건 없이 내 옆을 지켜주던 그들은 성장해가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며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는 미성숙한 사랑일 뿐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이후 세상은 더욱더 아름답고 희망 차 보였으며 진정한 사랑과 삶은 이러한 것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공동체 삶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이지만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고독함을 이겨낼 용기가 가장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고독은 인간을 순수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게 길들인다. 사소하고 평범한 것이라도 더욱더 감사하고 풍요롭게 느낄 수 있게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지침이 된다. 내가 경험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고뇌에 빠졌던 순간들은 절대 헛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감히 고독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언제든 고독을 경험할 수 있다. 고독은 스스로 느끼는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높은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면 지금과는 정말 다른 색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지 출처:

[1] https://gymlive.net/natgeo/photo/1716464021538803646_787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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