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이것이 최선인가?

Posted by 희씨
2018.10.15 15:20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지난 20일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는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기존 10%에서 최대 34%까지 보유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다. 20국회 본회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191명 중 145명의 의원이 찬성, 26명이 반대, 20명이 기권하며 대다수의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도 입법에 찬성표를 던졌다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 규제혁신 1호 안건이자 정책의 두개축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엄격한 은산분리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라 이목이 더 집중된다.


먼저 은산분리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일반기업)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이 제도는 산업자본과 은행의 소유권을 엄격히 분리해 재벌 혹은 기업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고, 산업자본이 금융기업을 잠식 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성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내의 금융거래를 위해 임의로 자회사 은행을 설립할 경우 은산분리의 원칙을 위배하여 위법행위가 된다. 20일날 통과된 특례법은 여러 종류의 은행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만 예금/대출 업무를 하는 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이에 해당함)에 한정해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을 34%까지 허용하는 법안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정부가 당론을 수정하고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에게 혜택을 주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술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설명처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범 당시(2017), 대한민국 금융업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미운영에 따른 임대료 및 관리비, 청경 비용, 지점 직원의 임금에 필요한 비용의 확충을 통해 고객을 위한 혜택(낮은 대출 금리와 송금 수수료 등)을 제공한다. 위 은행은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금융서비스를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으로 옮겨 놓았으며, 은행 계좌를 만들거나 대출업무를 위해 준비해야만 했던 수많은 파일 철들과 서류들은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SNS 계정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간편한 송금 시스템을 구축하여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데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2018년 현재, 여러분은 위와 같은 서비스를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누리고 있는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발급심사 당시에 인터넷전문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혁신적인 요소들이 지금은 대부분의 시중은행에도 적용되고 있다. 오히려 기존 시중은행들이 더 많은 자금력과 다양한 고객층, 그리고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입법의 순수한 취지와는 달리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거대 IT 기업들과 은행운영 경험이 있는 금융지주(신한, 농협, 하나 KEB )가 컨소시엄(Consortium, 공통된 목적을 가진 조합)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해 대주주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독자 개발한 프로그램과 기술들 그리고 서비스까지 모방하면서 불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만들어 출범시키는데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고 높은 지분율을 가진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만을 위한 맞춤형 법이다. 당초 여당이 제시한 법률안은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며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집단은 예외로 하는 것이었다개인 총수가 없으며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이지만 ICT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는 사실상 케이뱅크를 주도해 설립한 KT 밖에 없다. 또한, 다음카카오 역시 ICT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임을 고려하면 위 기준에 부합된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최근 4개월 사이 11번의 대출중단이 발생할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임을 감안 할 때, 이번 입법은 분명히 자금확충을 필요로 하는 케이뱅크에 한줄기 빛과 다름없다. 충분한 초기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은행업종의 특성상 신규 스타트업의 경우 컨소시엄에 참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오히려 이번 특례법을 통해 대기업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스타트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물론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특례법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합하는 기업조건을 명시하는 등 안전장치를 여럿 마련했지만 아직 그 수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결국, 이번에 처리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기존의 은행법과 모순을 이룬다.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여당의 당론 변경으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은 세밀하게 타당성이 검토되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자금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유동비율을 올리거나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등의 해결방안 모색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본확충과 은산분리 완화에만 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특례법 중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 업무 범위를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신용대출)를 제한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은행의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치명적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업무가 이제는 상당수 불가능해졌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의 한 축을 제한한다는 것은 수익성에 큰 영향이 있음을 암시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의 신용도가 높고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낮음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여신심사(대출심사)와 리스크를 관리함에 있어서도 더욱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2018년 현재, 금융업의 전반적인 헉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같은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는 근본적인 은행법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전반적인 은행법 개정을 장기적으로 추구하되 ICT 기업 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창의력을 가진 타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현재의 금융서비스에 기술력이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특례법은 단순히 정부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다. 다른 말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을 엄격히 분리하는 기존 은행법과 이에 반하는 특례조항의 공존은 어딘가 어색해 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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