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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420; 2년; 10개월




* 420은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이다.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한국의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인 탑이 작년 여름 대마초를 총 4회 흡연하고 선고받은 형벌이다. 한편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지금부터 약 한 달 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방송에서 대마초를 흡연하면서 화제가 되었었다. 지금부터 약 2년 전에는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젭 부시가 고등학생 때 대마초를 피웠었던 게 밝혀지기도 했으며 유명 랩퍼 스눕 독을 비롯한 미국의 많은 연예계 인사들이 대마초 애연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미국 사회는 대마초에 굉장히 호의적인 편이며 이곳 버클리같이 대마초가 전면 합법화된 지역에서는 대마초가 술만큼, 어쩌면 술보다 더 인기가 있는 기호 식품이다. 당장 UC 버클리의 밈 (Meme) 페이지에만 가봐도 대마초와 관련된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필자의 전 룸메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들이 대마초를 흡연하고 이에 대해 터놓고 얘기한다.



BI Graphics_legal marijuana map

<초록색: 전면 합법; 파란색: 의료적 사용 합법; 회색: 불법>


2018년 현재, 미국의 50개의 주들 중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9개의 주에서는 만 21세 이상의 개인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재배, 구매, 판매, 소지, 및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이 9개의 주들을 포함한 총 30개의 주에서는 대마초를 의학적, 의료상의 용도로 사용 할 수 있다. 대마초가 불법인 주들도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다. 아직 미국 연방법상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이는 사실상 집행되고 있지 않고 많은 주 의회들이 대마초 합법화 관련 법안들을 계속 발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은 것은 물론 애초에 인기 있는 토론 주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대마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고 필자 역시 버클리에 오기 전까지는 대마초가 식물을 가공하여 만든 “마약”이라는 것 정도밖에 몰랐다.


“마약”이란 단어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법적, 사회적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의학적 정의이다. 대마초(Cannabis Sativa L)는 대한민국 법상 “마약류”로 분류되며 대마초와 그 수지, 이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 또는 이와 화학적으로 동일한 합성품을 재배, 소지, 운반, 매매, 또는 사용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법률 제15481호)로 인해 처벌받을 수 있다.


과학적, 의학적으로는 “마약”이라는 단어가 훨씬 폭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크게는 섭취 또는 투약 시 일시적으로 신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을 일컫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들 중 신체에 해롭고 장기간 복용 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을 가리킨다. 즉 한국에서 합법인 술이나 담배 등도 “마약”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들을 legal drugs(합법적인 마약)으로 부르기도 한다 -- 물론 “drug”라는 단어는 “마약”보다 범용성 있는 단어이고 “마약”을 “drug”의 직역으로 보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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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독성"; y: 의존성>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마초를 술, 담배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봤을 때 대마초가 술이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약의 해악성을 결정짓는 주요인은 그것의 의존성인데 미국 NIDA(National Institute of Drug Abuse, 국립 약해 연구소)에 의하면 전체 대마초 흡연자 중 9%가 대마초에 의존성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술(10~15%)과 담배 (24%)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CDC(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480,000명이 담배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고 약 88,000명이 과음으로 사망하는 반면 대마초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마초의 치사량은 상상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약 21kg) 대마초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많은 폭력적인 범죄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알콜과 다르게 대마초 흡연은 폭력적인 범죄와 연관성이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음주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인 음주운전이 (BAC 0.05 이상 기준) 자동차 사고의 확률을 거의 6배 정도 높이는 반면 대마초 흡연은 (THC* 5ng/mL 이상 기준) 자동차 사고 확률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NHTSA** 연구 결과).


대마초가 건강에 결코 안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대마초를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흡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에 굉장히 좋지 않다. CCC (Cancer Causes & Control)이라는 의술 학술지가 1970년부터 40년 동안 스웨덴의 대마초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군인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의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약 2배 이상 높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아직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에 대마초를 사용할 경우 두뇌 계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까지나 대마초는 “마약”이고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마초가 대다수의 국가들에서 합법인 술과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것은 많은 통계와 연구 결과들이 증명한다.


Related image

<2017년 6월, 서울 이대목동병원>


작년 여름 빅뱅의 탑이 대마초 흡연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탑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이 대마초 관련 범죄로 강력한 처벌을 받아왔다. 술과 담배의 해악성을 대마초의 해악성과 비교해봤을 때 이러한 처벌과 형량은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마초가 전면 합법인 국가는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루과이 등으로 몇 없지만, 비의료적 대마초 사용을 비범죄화한 국가들이 많다. 당장 대마초를 합법화 하는 것은 어렵고 비현실적이겠지만 우리 사회가 대마초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이해 해야하며 최종적으로 비범죄화를 필두로 한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가 술은 마시고 담배는 피우지만, 대마초는 손에 대지 않겠다는 말에 의아해하던 룸메이트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한국 사회의 대마초에 대한 인식과 대마초를 대하는 태도를 바라보며 느끼고 있는 의아함은 1년 전 룸메이트의 의아함과 겹쳐있다. 법은 사회의 이념과 분위기를 반영하고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이들에게 흠과 구멍이 보일 경우 우리는 이를 올바르게 개선할 의무가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의2: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마약류 등을 남용하는 것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 보호와 사회 복귀 촉진을 위하여 연구·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C21H30O2, 대마초의 사용효과를 일으키는 주 물질이다.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다.




이미지 출처

커버 포토 https://www.health.harvard.edu/blog/medical-marijuana-2018011513085

https://www.businessinsider.com/legal-marijuana-states-2018-1

https://en.wikipedia.org/wiki/Drug_harmfulness

https://entertainment.inquirer.net/230065/big-bangs-t-o-p-discharged-hospital-alleged-drug-overd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