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열풍 넘어선 광풍

Posted by 희씨
2019. 12. 2. 20:49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요즘 SNS에서 인증샷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 바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Para-Noise)'로, 최근 군복무를 마친 아티스트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발매한 스니커즈다. 한예슬을 비롯한 수많은 셀럽들이 이 스니커즈를 착용하고 ‘나도 이제 인싸’라며 SNS에 인증하고 있다.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발매 전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발매 직후 높은 리셀(RE SELL)가를 형성했다. 네티즌들은 커뮤니티에 모여 해당 제품의 리셀가가 어디까지 치솟을 것인지에 대해 추측하기도 했다.


요즘 핫한 아이템들의 공통점은 정가보다 ‘리셀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흔히 명품이라는 말은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가 바래지 않는 것들을 지칭할 때 쓴다. 사치나 허영의 욕구를 넘어, 정말 그 가치가 오래 가는 물건인 셈이다. 그렇기에 명품 제품들은 몇 년이 지나 재판매, 즉 리셀을 해도 정가보다는 낮지만 꽤 높은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리셀가가 정가를 넘어서고 있다. 이를테면 정가 19만 원짜리 스니커즈도 단숨에 몇 백만 원은 물론, 천만 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리셀(Resell)’을 모르면 요즘 패션을 알 수 없다. 반대로 리셀가가 높은 패션 브랜드를 알면, 요즘 패션의 근황을 읽을 수 있다. 처음 리셀 문화를 주도했던 브랜드는 ‘슈프림(Supreme)’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셀럽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슈프림은 리셀 문화를 거의 창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어느 인터뷰에서 리셀러들을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상품들은 왜 이렇게 높은 가격에 리셀되는 걸까?


기존의 패션 브랜드들은 시즌마다 제품을 선보이기 마련이었다. 이를테면 S/S시즌에는 봄/여름 하절기 상품을, F/W시즌에는 가을/겨울 동절기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았다. 신제품이 비슷한 시기에 몰렸던 것이다.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브랜드들만 보더라도, 시즌의 옷들을 한꺼번에 선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이런 시즌제에 연연하지 않는다. 갑자기 공식 SNS나 매거진 등을 통해 발매 공지를 한다(이것을 드롭이라 한다). 그것도 몇 차례에 걸쳐 하나씩 드롭한다. 브랜드들이 구매자를 이끄는 방법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경우,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많다. 이러한 이색적 콜라보는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패션계의 마니아들을 열광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핫해진 아이템들은 누가 사는 걸까? 20만원 상당의 스니커즈를 몇 백 만원에 되팔아 시세 차액을 남기는 전문 리셀러도 있다. 물론 이들 때문에 일반 구매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이러한 제품들은 구매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제품군을 구매했던 이력이 있다던지, 소장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구매 자격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리셀 시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 리셀 상품은 아무래도 신발, 스니커즈다. 여기에 슈프림이나 오프화이트 같이 인기가 꾸준한 브랜드들의 경우 신발 외에 패션잡화, 장난감 등도 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리셀 열풍이 강하다 보니 문제도 발생한다. 개인 거래가 많아 ‘정품’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구매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도 있다.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는 스톡엑스는 주식처럼 신발을 거래하는 개념을 도입한 업체로, 감정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리셀러의 희망 판매 가격과 구매 희망자의 가격을 매칭 시켜 중개한다. 양쪽에서 거래를 승인하면, 판매자는 업체에 물건을 보내고, 업체의 감정 전문가들이 정품 여부를 확인한다. 검증 후 정품으로 판정되면, 인증 태그가 붙여져 구매자에게 배송된다. 


일각에선 리셀 열풍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리셀을 재테크에 이용하는 이들이 순수하게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제품 구매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리셀러들에 대한 세금 문제도 논란이 많다. 정품, 가품 여부 역시 대행 서비스를 통하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우니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희소성을 쫓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한정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다. 동시에 리셀러들에게도 쉽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달콤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마저 사라져간다. 그저 개인적 차원의 믿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양한 문화와 이슈로 가득한 패션계에서 악용 우려가 있는 몇몇 약점들이 해결·보완되며 계속 활력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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