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방송 전성시대의 그림자

Posted by 희씨
2019.03.18 13:29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나는 잠들기 전 꼭 하는 일이 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결국에 손가락이 향하는 마지막 앱 아이콘. 새빨간 배경, 하얀 재생 버튼이 그려져 있는 그것.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또 그 새벽, 유명 BJ의 유려한 말솜씨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멍하니 보고 있더라.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느라 새벽이 한참 지나서야 잠들기도 여러 번. 이제 조금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자꾸 습관처럼 찾아보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푹푹 내쉬어질 뿐.

 

최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한 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나 청소년과 20대 사이에서는 특정 BJ들의 말투가 유행어로 자리 잡을 만큼 그 확산력은 어마어마한 수준. 대도서관, 양띵, 보겸, 허팝, 포니, 밴쯔, 제이플라 등등 기성세대들에겐 생소하기만 할 이 단어들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크리에이터들의 이름이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만 수백만 명을 넘어서는가 하면, 영상별 조회 수도 수십만에 이른다고.

 

1인 미디어, 그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프리카TV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 개인 방송이라고 하면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비주류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본인만 하더라도마이크 잡은 일반인에게 별 풍선은 왜 쏘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더랬다. 아마 아직까지도 BJ에 관해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본인과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혹은 했던 분들일 거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함께 1인 미디어 시장은 빠른 속도로 그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앞서 나열했던 이름들 외에도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숫자는 일일이 세어볼 수도 없을 정도.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크리에이터(Creator)는 유튜브, 페이스북,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의 플랫폼에 채널을 만들고 그 안에서 방송을 하거나 촬영한 영상을 올려 대중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 세계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도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고려해 보다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TV와 달리, 이들의 콘텐츠는 소비층이 분명하고 매니악하다. 장르에 대한 경계도, 제약도 없기 때문에 콘텐츠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게임, 음악, 요리, 뷰티, 외국어, 애견 등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좋은 소재가 된다.

 

특히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은 게임이나 뷰티 콘텐츠에서는 숱하게 많은 스타 크리에이터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플레이 영상을 제작하는 ‘BJ 뜨뜨뜨뜨는 한 고등학교 학생의 반에서 구독하지 않는 학생이 없을 정도라고. 실제 뜨뜨뜨뜨는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한지 불과 1년여 만에 구독자 수 8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전까지 모든 유행이 TV로부터 시작됐다면, 요즘은 그 시발점이 온라인 1인 미디어로 옮겨간 셈이다. 기성세대들이 인터넷 방송을 그저 비주류로만 치부하고 있는 사이, 1020 세대들에게 1인 미디어는 그들의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주류 매체로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실제 앱 조사 기관 와이즈 앱이 국내 인기 애플리케이션 4가지의 사용시간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달 유튜브 월 사용시간은 257억 분에 달했다. 1인 미디어 소비자 중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2~3위를 차지한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이 각각 179억 분, 126억 분으로 조사된 것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전까지는 알고 싶은 정보가 있을 때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검색하고, 새로운 정보는 텍스트와 사진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실 본인에게는 아직도 이 방법이 익숙하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 세대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에 먼저 검색을 하고, 알게 된 정보 역시 브이로그(Video+Blog)를 통해 공유한다. 이처럼 변화된 트렌드는 10대 청소년들에게서 더 쉽게 관찰되곤 하는데, 이른 나이부터 유튜브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따른다.

 

요즘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가장 큰 이유에는 정해진 시간에, 제약된 공간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TV프로그램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할 만한 영상만 골라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V에 비해서 인터넷방송은 게임 관련 내용이나 재밌는 이야기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영상을 많이 방출해내니 구독해서 찾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또래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의 유행어가 인터넷방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처럼 인터넷 개인 방송이, 혹은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10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잔소리는게임하지 마라”, “핸드폰 하지 마라에서 그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의 어른들 중인터넷 방송을 보지 마라거나자제해서 봐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그저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형제자매만이 특정 BJ 말투를 따라 하지 말라고 지적할 뿐이다. 사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그 세계 안에서 어떤 콘텐츠가 어떤 형식으로 노출되고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영상 콘텐츠에 대해서는 어른들의 시청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에 대해선 영상에서 가끔씩 BJ들이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야한 농담을 할 때가 있고 그것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재미 삼아 따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들어 인터넷방송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들이 인터넷 개인 방송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게 현 실정이다. 인터넷 개인 방송은 2015년부터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해, 불법·유해 정보나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영상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인터넷 개인 방송의 가장 큰 장점으로 경계도 제약도 없는 점이 꼽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규제해버리면, 본연의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때문에 법과 제도보다도 크리에이터 스스로의 자율 규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었던 일명급식체도 사실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부터 파생됐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시는지? 내가 관심이 없다고 해서그들만의 리그라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인터넷 개인 방송의 파급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만큼이나 거대해졌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처음엔 무조건적으로 제재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유해하고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콘텐츠들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어린 학생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내가 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들은 다양하고, 개성이 넘치고, 재밌고, 심지어 유익했다. 이미 정신을 차려보니 그 세계에 깊이 빠져있게 되더라 (부끄럽지만 진짜로..). 물론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생방송 중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BJ가 논란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 이 하나의 단면으로 전체에 대한 규제를 가하기에는 그들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자명하다. 그들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들이 건전하고 불쾌하지 않은 콘텐츠들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적정선을 찾아내는 것. 그 미묘한적정선을 찾아내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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