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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교수권 오남용에 대하여: 교수와 학생의 관계란?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 없음 (출처: http://brightoninkorea.blogspot.com/)

A군은 UC 버클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인학생이다. A 군은 항상 학업에 열중하며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진로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열성적인 학생이었고, 덕분에 그의 성적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출중한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닥쳤다. 그는 여름방학 동안 연세대에서 주관하는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는데, 자신이 부당한 이유로 해당 수업의 최하점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A군은 제작년 8월 자신이 연세대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2학년을 마친 A 군은 3개월 동안의 여름방학이 주어졌지만, 이 시간 역시 단순한 휴식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써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자신의 본가가 있는 한국에 돌아가 컨설팅회사에서 한 달간 인턴경력도 쌓고, 남은 여름 방학은 연세대에서 여름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보내기로 한 것. 그래도 조금 여유 있게 방학을 보내기 위해 A군은 자신이 버클리에서 들었던 전공수업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수업을 신청하였다. 해당 강의를 맡은 교수는 전임강사로서 방문한 캐나다 Concordia University의 Edward Wong 교수였고,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라 A군 본인에게는 수업을 듣기에 더욱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다. 순조롭게 강의가 진행되고 있던 어느 날, 문제의 씨앗이 생겨났다. Wong 교수가 설명하던 부분에 조금 극단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A 군은 그것을 지적했고, Wong 교수는 지적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어서 갈등이 더욱 불거진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중간고사였다. Wong 교수는 A 군은 지적했던 것과 관련한 문제를 냈고, A 군은 자신의 소신대로 해당 문제를 풀었으나 정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A 군은 자신이 버클리에서 관련 내용을 배울 때 사용한 교재를 교수에게 가져가 보여주었고, 그제야 교수도 어느 정도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A 군은 그 이후부터 자신을 대하는 교수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A 군이 강의시간에 질문하면 교수는 바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수업 시간 이후에 질문하라.’라고 했으나 막상 수업 시간이 끝난 직후에 교수에게 질문하려고 하면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이메일로 질문하라.’라며 학생의 질문에 응하기를 회피하려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A 군은 두 번째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수업을 같이 듣는 다른 학생을 만났는데 그 학생이 공부하던 사이트의 문제은행을 보니 지난 중간고사의 문제들이 그대로 실려 있는게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업로드 되어있는 강의슬라이드를 보니 Wong 교수가 수업 시간에 쓴 강의슬라이드 내용의 대부분과 일치하였다. 그 다른 학생도 몰랐다가 근래에 들어 이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강의를 맡은 교수가 이번에도 이 사이트에서 시험문제를 뽑아 출제할 것이라 생각하여 공부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중간고사에서도 그 사이트에 있는 문제들과 똑같은 것들 중심이었다. A 군은 Wong 교수의 불성실함에 크게 실망하여, 교수에게 수업 내용과 시험 내용이 인터넷에 있는 것에서 그대로 쓰이는 것에 대한 불만을 담아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Wong 교수는 “학생이 교수의 강의방식에 지적하다니 용기가 가상하다. 다음 기말고사는 직접 문제를 내 변별력 있는 시험을 치게 하겠다.” 라고 답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기말고사를 본 후에 성적을 받게 된 A 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두 번의 중간고사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받았고, 기말고사도 분명히 잘 보았는데 불구하고 해당 수업 내에서 최하점수인 C를 받은 것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A 군은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어떻게 그런 점수를 받게 된 것인지 기말시험 결과와 점수합산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Wong 교수는 그것을 거절했고, 오히려 A군에게 “F를 주어서 네 앞날을 망쳐놓을까 하다 봐준 것이니 그냥 돌아가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 없음 (출처: http://business.fau.edu/)

앞서 A 군이 수업을 듣는 데에 있어서 잘못한게 있다면 바로 Wong 교수가 설명하던 것을 좀 더 올바르게 짚으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교수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미국대학에서의 교수들은 자신들의 강의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항상 존중하며 비판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또한, 기말시험 점수 및 시험지 비공개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다루는 데의 불투명성도 미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개 학생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하되, 시험 점수를 각 학생이 확인할 수 있고 채점과정 역시 투명하게 하여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가 없다.

A 군은 자신이 겪은 트러블에 대해 호소하기 위해 연세대 계절학기 담당자를 찾아가서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보려고 하였지만, 담당자의 반응은 더욱 황당했다. “Wong 교수에 의하면 학생이 에둘러 행동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 잘못을 돌릴 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 교수권에 대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승산은 없겠지만 법적 절차를 밟아서 소송을 제기하고 싶으면 해보라.”라는 것이었다. 전문적인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명확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대학교수의 의무이고, 그것을 배우려고 모인 학생들을 위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 옳지 못하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처사인가. 분을 풀지 못한 A 군은 이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보기 위해 전례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이런 부류의 문제로 4번의 비슷한 전례가 있었으나 모두 패소함을 알았다.

결국, A군은 법적 절차에 대한 희망도 모두 포기하고, 여름방학이 끝나 허무함만 안고 미국으로 쓸쓸히 돌아와야만 했다. 정작 강의내용의 질 향상에 충실하고 열정적인 강의를 하는 능력있는 강사들이 교수로 임용되지 못한 채 나이 때문에 강단에서 내려오게 되고, 연줄과 자신이 주인이 아닌 논문으로 교수 자리를 꿰차는 한국 대학사회. 다방면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안고 있는 한국 대학사회 역시 다시 후손들을 그곳으로 보내야만 하는 현재의 모든 대학생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