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 16GB 모델에 대한 단상

Posted by 채준혁
2016.03.31 18:50 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신인가 아닌가. 이 화두는 어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제조사가 받는 질문일 것입니다. 자사의 신제품에 혁신을 담기 위해 무수한 자본을 투입하며 어떤 혁신을 이루어 냈는지 알리기 위해 열을 올리며 광고를 합니다. 심지어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 어떠한 점이 비교 우위인지 비교를 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두 진영의 피 터지는 스마트폰 시장의 싸움에서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혁신 경쟁은 애플과 삼성의 신제품이 나옴과 동시에 그들의 경합 결과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 진영의 이런 경쟁이 없었다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이 정도로 빨리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누구라도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매 시리즈마다 애플은 혁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폰 시리즈가 발매되었을 때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와이파이 지원으로 자그마한 기기에서 웹서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커다란 iStation사의 T43 PMP를 사용하던 필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뛰어난 카메라 화질과 멀티미디어, 게임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에도 작은 크기를 유지한다는 것이 공상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습니다. 거기에 휴대폰임에도 풀컬러 3.5인치라는 화면은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아이폰 3G가 몰고 온 한국의 휴대폰 시장 재편도 재미있던 부분 중에 하나이구요. 그 시절 나온 아이폰과 아이폰 3G는 출시 초부터 16GB라는 용량을 들고 나왔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용량이 크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카메라도 2백만 화소에 머무르는 수준이라 그리 큰 용량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그때 사용하던 PMP가 소형 하드디스크를 사용함에도 32GB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플래시 메모리를 쓰는 아이폰의 16GB는 실로 대단한 용량이었습니다.


그럼 10여 년이 흐름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요? 게임의 용량은 그래픽의 혁신적인 향상과 함께 용량도 10MB 수준의 미니게임이 아닌 패키지 게임에서나 보던 1GB의 선을 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심지어 카카오톡의 경우를 보더라도 앱 자체의 용량은 40MB 수준이지만 휴대폰을 리셋하기 전까지 채팅방을 초기화하지 않는 필자의 경우 채팅방과 그곳에 임시 저장된 사진과 채팅을 위한 공간만 2GB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여기에 음악과 4K 영상까지 저장한다면 현재 스마트폰이 요구하는 용량은 소형 컴퓨터라고 할 정도의 용량이 필요합니다. 아니,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비약적인 용량 증가도 눈에 띄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 자체의 용량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올해 애플의 첫 신제품으로 아이폰 SE가 나왔습니다. 예전 조그마하던 아이폰5의 감성도 반갑고 디자인도 좋고 사양은 오히려 아이폰 6급으로 만들어 주어 오랜만에 4인치대 스마트폰 중 물건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급형으로 나왔다 해도 2016년 최신형 휴대폰의 용량이 16GB라니요. 심지어 안정환이 반지 키스를 하며 이탈리아전 결승 골을 뽑던 14년 전 출시된 아이팟 플레이어도 최대 20GB의 용량을 달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10년 전 출시된 4세대 아이팟들도 용량이 20GB 이하인 모델 자체가 없었습니다. 현재 아이폰 iOS 9 기준으로 초기화 상태의 16GB의 아이폰은 7.1GB 정도의 용량 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7.1GB의 용량은 앞서 말한 게임이나 음악 혹은 애플리케이션의 용량을 제외한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폭넓은 활용을 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용량이며 micro SD 카드 같은 부수적인 방법으로 용량을 확장할 수 없는 16GB 아이폰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앱과 사진들을 삭제해 가며 용량을 쥐어짤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애플은 무슨 의도로 이러한 16GB 아이폰 라인을 유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본다는 점일 것입니다.




물론 아이폰은 iCloud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Cloud는 인터넷 환경이 보장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만약 WIFI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안 그래도 아껴 쓰는 통신사의 데이터 플랜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iCloud는 응용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사진과 멀티미디어를 위한 공간이고요. 그리고 용량도 5GB 제한이며, 추가적인 용량이 필요하다면 월별 요금을 내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16GB 아이폰 SE는 제한된 용량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기능의 활용성에서 크나큰 제한을 받습니다. 용량 부족으로 인한 애플리케이션의 자유로운 활용이 제일 첫 번째 문제입니다. 필수적인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한다 해도 어느새 여유 용량은 3GB 안쪽으로 가게 됩니다. 이러한 용량 저하는 스마트 폰 내 캐시나 가상 메모리 활용을 불가하게 만들어 결국엔 아이폰의 속도 저하를 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저용량 아이폰은 아이폰의 뛰어난 영상 기능은 거의 활용할 수 없습니다. 2GB 정도라면 동영상 5분 정도 촬영하면 바로 넘어버리는 우스울 정도의 자그마한 수치 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폰 16GB 사용자들은 애플사에서 광고한 뛰어난 앱과 미디어 기능들을 64GB 모델 사용자보다 기능상으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종 직전 200기가 까지 지원하던 아이팟 클래식


저장 공간을 위한 메모리 가격이 금값에 따른다면야 소비자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16GB 모델에 대한 행보는 원가 차원에서 본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Cnet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6GB 메모리 칩의 경우 아이폰 6S 출시 시기에 10달러 선에서 거래되었고 64GB의 경우 20달러의 원가였습니다. 반도체 집적도가 월등히 높아진 현재 메모리 가격 동향을 대입해 본다면 더 낮아진 원가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거기에 반도체를 보드에 붙이는 기술이야 같으니 딱히 기술적 문제로 생산 단가가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달랑 10달러 차이의 원가를 가지고 애플사는 $100의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폰 6 출시 때 문제에 불을 지핀 16GB가 아닌 32GB 모델을 단종시킨 것을 보았을 때 소비자를 우롱하려 일부러 남겨 놓은 라인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니 말이죠. 2014년 그 이전부터 소비자들이 줄기차게 제기를 해 온 문제를 위에서 말한 어처구니없는 방식의 해법을 제공하며 애플은 해결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16GB 대신 기술적으로나 자본적으로나 아무런 문제 없는 32GB 모델을 발매하는 것인데 말이죠.


혁신 이전에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을 해소해주는 것이 소비자들에 대한 기업의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러한 면에서 혁신이 아닌 구태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원가적인 측면이나 그들의 16GB 기기 이용자들에 대한 취급을 보았을 때 그들의 16기가 아이폰은 비정상적인 기기임이 분명 합니다. 물론 애플사에서 16GB를 내든 2GB짜리 휴대폰을 내든 선택은 소비자들이 하는 것이고 어느 사람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구매하지 않으면 됩니다. 16GB가 모자라면 100달러를 더 내고 64GB 모델을 구매하면 되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볼 때 절대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애플사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태도는 그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고, 결국 안드로이드에게 모든 시장을 빼앗겨 버리는 결과를 낳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건 스마트폰 시장에 더는 경쟁에 의한 혁신이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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