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추고 열정을 연기하다 - UC 버클리 졸업생 김 숭

Posted by 숲틱HS
2011.03.15 16:26 CAL/Alumni/동문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이 말이 취업을 코앞에 둔 필자에게는 더욱더 와닿는다.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처음 기타를 접했을 때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꿈들보다는 미래가 보장되고 안정된 직업이 우선시 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 청년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대에, 꿈만 좇으며 사는 이상적인 삶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만 한다. 이런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진로로 결정하여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멋지게 살아가는 UC버클리 졸업생 김 숭씨를 소개한다.

간단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는지?
 


84년 2월에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부산에서 살았다. 중앙대학교 철학과 02학번으로 1년 재학 후 해군으로 입대하였고 2005년 제대 후 유학을 결심하였다. 어학 연수 겸 New York Film Academy에서 연기 수업을 들으며 첫 단편영화를 촬영하며 연기자로의 꿈을 키웠다.

춤과 연기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되었는가?

춤은 중,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해왔다. 마이클 잭슨에 미쳐 살아서 친구들이 ‘잭숭’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해운대 고등학교 댄스부에서는 차장까지 맡았었고 중앙대에서는 Dance Pozz라는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춤과 연기를 좋아하면서 왜 철학과를 선택했는지?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대학교에 진학하던 그 시절의 한국은 춤이나 연기를 전공하는 것을 반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평소에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을 즐긴 터라 그나마 가장 근접한 철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꿈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철학을 선택한 게 큰 거 같다.

춤 / 연기로 진로를 바꾸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무엇이었나?

철학과에 있으면서도 계속 춤과 무대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전과도 몇 번 생각해보았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쉽게 전공으로 내세우지 못했다. 그러던 도중 해군에 입대하게 되었고, 그 시절 외국을 3개월 동안 항해한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길고 지루한 항해 도중 함장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춤을 춰 포상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꼭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중앙대를 마치지 않고 유학을 오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춤과 연기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또한, 벼락치기로 대학을 왔다는 후회감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수능을 다시 보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수능을 다시 보기보다는 그 노력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유학을 결정하였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두려움은 물질주의, 성공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넉넉히 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이 돈을 못 버는 것보다도 훨씬 더 두려웠다

최근 현황?

2010년 8월 달에 UC버클리를 졸업 후 뉴욕 공연그룹에서 인턴을 하였다. 인턴과 프리랜스 액터/댄서로 병행하던 도중 '섶 무용단'에 제의로 ‘업경대’라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 ‘업경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도 공연하였고 당시 대한민국 무용대상후보에 까지 올랐었다. 대학로 아코르대극장에서도 한번 공연을 하였다.

'업경대'의 한 장면 속 열연중인 김 숭씨(오른쪽).




올해 초에는 SILA (2010년 NAACP Image Award Winner)의 ‘Dance’라는 뮤직비디오에 Principle Dancer로 참여하였다. Dance는 4월에 공개 될 예정이다. 그 후 2월 중순에는 샌프란시스코 ODC Theater에서 Smith/Wymore Disappearing Act 공연그룹에서 ‘Apparatus’라는 작품을 공연하였다. 

더보기: Lisa Wymore



해군으로 전역하셨다고 하셨는데 김 숭씨는 군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군대가 좋다 나쁘다는 내가 결정할 사항이 아닌 거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 자신이 군대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면 누구나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것을 잃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초라한 상태에서 똑같은 훈련을 쳇바퀴 돌리듯 반복했고, 배에 굶주려 건빵 하나를 더 먹으려고 안달 복달하기도 하였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훈련소 내에서는 내가 가졌던 물질적인 재산이 모두 무의미해졌고 그 순간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내 실력 하나뿐이였다. 물론 군대가 비합리적인 것을 합리적이게 보는 세뇌 과정에 불과하다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나는 군대를 통해 무엇보다도 소중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제대하고 연기를 하게 된다면, 벌거벗고 무대 위에 올라가도 빛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2년이라는 시간을 두려워하여 군대를 꺼리는 친구들이 많은데 군대를 통해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한 가지 여담을 하자면 나는 7주간 UDT, SSU 특수부대와 함께 훈련했다. 특수부대라하면 신체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로 7주 간의 훈련 동안 나는 대부분 특수부대원보다 달리기를 더 잘하였고 웬만한 종목에서도 꿀리지 않았다. 해군은 7주로 훈련을 마쳤고, 특수부대는 또 다른 10주의 집중훈련을 한다. 나와 큰 차이가 없던 친구들이 10주 후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간병기' 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 노력을 통해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군대에서 2년간 느낀 이런 소중한 교훈들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거 같다.

벌거벗고 무대 위에 올라가도 빛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춤과 연기를 하면서 후회 혹은 힘들었을 때가 있었는지?

우선 앞서 밝혔듯이 나는 현재 한국 나이로 28살 이고 나와 같이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친구들은 다들 대기업에 취직하여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급함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그 조급함이 나를 나태함에 빠지지 않게 채찍질을 해주었다. 

또한, 원래 하고 싶었던 순수 예술이 막상 사회에서 부딪혀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관중과의 호흡에 소홀하여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대중문화 예술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열어주었고, 동시에 새로운 열정을 부어줬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서 크게 힘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만약에 춤과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만약 춤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엇이라도 가르치는 직업을 택하였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선생님같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대변화, 트렌드라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선생님이란 직종은 가르침과 동시에 끊임없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거 같다.

춤/연기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

뉴욕대 출신의 흑인 안무가가 안무를 짜고 내가 주연을 맡았던 아프리칸 연극이 있었다. 그 연극은 노예생활을 할 때 흑인들의 삶을 담은 작품이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나서 관객들이 공연 후 직접 내게 다가와 공감대(empathy)를 느꼈다고 했다. 흑인들이 감정에 북받쳐 나에게 자기 조상의 애환과 슬픔을 완벽하게 표현 했다고 칭찬해 줬을 때 ‘이게 정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공연을 통해 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물질로서는 줄 수 없는 감정적인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보다 나는 좋은 연기와 춤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말하는 ‘좋은’ 연기란 거짓되지 않고, 진실 된 우리들의 삶을 보여주는 연기이다. 그걸로 인해서 많은 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경험, 체험이 가슴에 남아서 그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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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나는 개개인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 (Acquisition) 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어진 능력(Achievement)이 더 값지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많은 후배들이 진로 걱정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진로를 하룻밤 사이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꾸준히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와 대화를 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뭘 하고 살아야 후회를 하지 않을지도 생각해봐라.


예전에 철학과 논리학 교수님이 나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 “세상에서 돈과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면 뭐할래?” 부끄럽지만 그때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돈만 쫓아간다면, 마지막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남는 것은 허무함 뿐이지 않을까? 후배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 숭씨가 직접 만든 영상 "Suffocation In Between". 

예술가가 삶과 예술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과 고뇌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이다. 예술인이 현실적으로 처한 상황과 이상향을 향하는 에너지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숨막힘을 잘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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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학기 중간이 넘어가면서 슬럼프가 찾아오는 요즘입니다..
    선배님께서 말씀하신데로 역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구요, 저도 선배님처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승훈
    • 2011.03.24 01:15 신고
    우연히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가 읽게 되었네요.
    기억하시는지..예니와 저번에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 이후로 자주 못 뵈었네요.
    멋진 인터뷰에요 형!!
  2. 예전에 필름 수업들었을때, 다른 학생들이 만든 그룹 비디오 프로젝트 중에서 이분에 대해 다큐식으로 인터뷰 했던 걸 본거 같아요. (제 기억이 맞다면!!)버콥의 인터뷰 글로 다시 뵙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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