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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삼성이 주는 깨우침: 네이트와 알바생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세상 물정 모르고 살다가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이 법 위에서 춤추는 세상’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들으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간추림) 제대로 된 권력을 세워야 하고, 시민 운동, 제대로 된 정당활동을 통해서 삼성 및 재벌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먼 이야기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찾고 싶다.”

이 글은 올해 초, 블로거 이지오님께서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읽고 쓰신 글이다. 이 책은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 법무팀 팀장으로 일하셨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으로, 삼성의 비리를 고발함으로써 범국민적인 주목을 받은 책이었다.책에서는 7년 간 삼성에서 일하며 그가 겪고 보았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에 따르면 비자금, 회계조작, 탈세는 한 묶음이고 삼성의 역사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한다.

2011년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대기업집단비교에서 발췌한 자산총액기준 재계순위에 따르면 삼성은 자산총액 230,928십억 원으로 1위를 하였다.

자료 출처: http://mjj90517.blog.me/60127719257

수입으로만 따지면 삼성이란 대기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No.1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을 키워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대한민국의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가 말하기를 삼성을 논할 때, 비리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리뿐만 아니라, 삼성의 running system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2008년 2월 29일 그는 CBS의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삼성의 running system,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정규직에 대해 언급한다. 말인즉슨, 삼성 내부에 댓글을 다는 정규직이 150명 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 댓글 다는 팀이 있어요. 많은 숫자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정규직이에요.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팀이 있어요. 삼성에 관한 기사가 뜨면 벌떼처럼 달려 들어서…” 




이는 나름 충격적이었다. 알바생도 아니고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니, 얼마나 황당한 사실인가. 기업의 수입을 위해 언론을 조작한다는 삼성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필자는 삼성에 대해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다. 이 실망감은 <삼성을 생각한다>의 독자들이 삼성의 비리 및 언론 조작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감정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얘기는 아니었다. 삼성의 경우 정규직을 고용하지만, 어느 기업이나 단체든 정규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바생들을 고용하는 방법을 사용해 언론 조작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실제로 언론 조작을 하는 댓글 알바생들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포털 사이트가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거나 접해봤을 이 포털 사이트는 댓글 알바생들이 기사 조회수와 '올려' 와 '내려' 숫자를 조작한다고 한다. 이 후로 이런 설의 주인공, '네이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이 기업의 영향력과 조작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트라는 포털사이트는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 중 하나다. 2001년 10월 개설되어 뉴스, 온라인 쇼핑 및 여러 정보를 제공해주는포털사이트로, 2003년 8월 싸이월드와 합병하여 회원수를 세 배 가까이 늘렸다. 이는 네이트 뿐만 아니라 싸이월드에게도 득이 되었고, 싸이월드의 하루 매출액은 합병 이전과 비교해서 200% 급증하였다. 2010년에는 포털사이트 순위 3위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네이트가 많은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네이트 유저들의 신상 유출 사건으로 알 수 있듯이, 네이트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약 5000만명의 70%인 3500만명의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 업체 랭키닷컴 (www.rankey.com)가 2010년 4월 한달동안 인터넷 이용패턴을분석한 ‘성별과 연령별 종합 Top 10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10대부터 5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포털 사이트의 강세는 여전했으며 네이트와 다음이 2위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그려졌다. 싸이월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10대 여성들에게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는 즉 10대 여성들에게 싸이월드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0대의 경우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강세가 다른 세대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서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싸이월드를 확보한 네이트는 10대와 20대에게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네이트는 우리 사회에 분명히 영향력을 끼친다. 헌데 이렇게 영향력 있는 기업 내에 알바생들이 있다는 장난스런 루머는 알바생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로 밝혀졌다.

언젠가부터 네이트에 알바생들이 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네이트에 올라오는 뉴스 기사들을 접하는 유저들이 자주 흘리듯 하는 말. ‘또 네이트 알바들이 날뛰기 시작했군.’ 이라던지 ‘네이트 알바생들아, 이제 그만해라’ 라는 말. 필자와 같이 알바생들의 존재에 대해 궁금했던 몇 네티즌들은 네이트의 Q&A에 네이트의신뢰도에 대해 토론을 이끈 경우도 있으며, 아예 대놓고 네이트에게 더 투명해질 것을 요구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참고 자료: http://ask.nate.com/qna/view.html?n=9265660&sq=%B4%BA%BD%BA+%C1%A4%C4%A1)

루머는 루머일 뿐일까. 이 또한 하나의 떠도는 루머라고만 생각했었던 필자는 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루머의 진위여부가 궁금해졌고 정보, 즉 경험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를 조사하며 필자가 암담하고 불편했던 까닭은 바로 네이트 알바생들이 언론을 조작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앞으로 언급할 몇 가지 사례들이 꾸며졌다고 하기 힘든 점이다. 우선 네티즌들은 네이트가 언론 조작을 했다는 것을 꾸밀 이유가 없고, 다른 포털 사이트가 네이트의 명성에 피해를 끼치려 했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네이트는 외부 기자들이 올린 기사를 가져와 올리는 포털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네이트 뉴스 순위와 댓글들에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네이트 외 다른 업체는 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뉴스 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은 네이트 뿐이다. 더군다나 이 사례들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형이라는 점도 이 사례들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필자가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네이트의 정치성향 같은 것이 아닌, 뉴스를 전하는 입장에서 네티즌들에게 뉴스를 제공하기는커녕, 전달해야 할 뉴스를 감추며 언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 1: ‘내려’ 버튼만 누를 수 있게 조작된 기사
링크: http://pann.nate.com/talk/312745152

2011년 9월 3일, MBN TV에서 출판한 기사가 네이트에 올라왔다. “대선 전 미국에 BBK 김경준 송환연기 요청”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기사는 다음과 같다: “2007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진영이 ‘BBK 주가조작 사건’ 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의 한국 송환을 미뤄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스트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은 2007년 10월2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BBK사건과 김씨의 송환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당시 후보가 전문적인 사기사건의 피해자이며, 김씨의 한국 송환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폭발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곧 10430개의 올려가 눌러졌으며, 참조한 자료에서 볼 수 있다 싶이 어떤 네티즌은 이 기사가 조작의손길이 미치지 않은 뉴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곧 이 기사는 조작되었다. 네이트는 네티즌들이 ‘올려’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고 오직 ‘내려’ 버튼만 누를 수 있게 하였다. 그 후 네이트내부의 알바생들이 ‘내려’를 누름으로써 기사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사례 2: ‘올려’ 순위가 조작된 기사
링크: http://news.nate.com/view/20120118n00528   

놀랍지 않은가. 네이트뉴스를 많이 접해본 사람으로서 네이트에서 영문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 “Mideast Irans Rising Rivals”란 제목의 이 기사는 도대체 대한민국과 어떤 연관이 있길래 ‘올려’가 4천이 넘을까. 과연 4천명의 네티즌들이 이 기사를 추천한 것일까, 아니면 네이트 측에서 다른 기사를 내리기 위해 이 기사의 ‘올려’를 조작한 것일까.

이 기사에 댓글을 단 박주환이라는 네티즌의 말대로라면 사례2는 조작이 확실하다. 그는 1월 18일 오후 4시 9분, “오늘 새벽에 잠깐 떴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기사입니다. 이거 묻으려는 것 같아요.” 라고 댓글을 달았으며 한 뉴스 기사를 링크해 올렸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다.

사례 3: 뉴스랭킹 순위에도 오르지 않는 ‘올려’ 7천이 넘는 기사
링크: http://news.nate.com/view/20120117n04683

“[단독] 2007년 박근혜 캠프 홍모씨 수억원 대·경선자금 불법모금” 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2012년 1월 17일 ‘뉴시스’라는 민영뉴스 통신사에 의해 출판되었다. 이 글은 7천 개의 ‘올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스 순위권에 들어오지 못했다. 왜 이같은 글이 5천 개의 ‘내려’를 받았는지, 누구한테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댓글을 단 '정호'란 네티즌은 18일 3시 24분에 이러한 댓글을 달았다: “워 내려가 갑자기 급증.” 이같은 댓글을 단 이 네티즌은 그 시각 ‘내려’가 급증하는 현장에 있었고, 언론조작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례 4: 뉴스 랭킹 순위에도 오르지 않는 ‘올려’ 5천이 넘는 기사
링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news_society&no=181255

2010년 2월 18일 “부천 여고생 ‘성폭행 후 화재 사망’”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조선일보에서 출판 되었다. 경험담들에 의하면 이 기사는 1위였다가 25위로 밀려났고, 곧 순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최근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한 기사가 순위에 오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출판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기사가 5천 건이 넘는 ‘올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기사를 개인 블로그에 올린 네티즌들은 게시글을 올릴 수 없게 중단 당했고, 댓글들을 단 네티즌들 역시 차단을 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아한 것은 이 글을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를 제외한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글이 처음 출판된 조선일보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은 필자에게 궁금증을 일으킨다. 왜 네이트는 순위를 조작하며 이 기사를 내렸을까. 그리고 왜 네이트는 댓글들과 게시글로 퍼가는 것을 차단했을까.

이 네 가지 사례들을 통해 이를 수 있는 결론은 네이트 뉴스에 달리는 댓글과 뉴스 랭킹 순위, 그리고 뉴스 기사들의 ‘올려’와 ‘내려’가 조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네이트의 이용자 수를 생각해 볼 때,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한창 꿈을 키워가고 사회에 대한 시야를 넖히며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함으로써 사회에 눈을 떠야 할 이들이 포털사이트들의 주도권을 잡아 진실을 감추는 권력자들에 의해 알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투명하고 깨어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준열한 심판을 받아야 할 일이다.

블로거 이지오님께서 하신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렇다. 우린 제대로 된 권력을 세워야 하고, 정당 활동을 통해서 삼성 및 재벌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네이트 또한 뉴스 조작에 종점을 찍어야 한다. 이것들은 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이 이같은 사회문제를 자각하고, 깨어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이 먼 이야기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고, 찾고 싶다고 했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우선 네이트를 통해서만 뉴스 및 정보를 얻지 말라고 하고 싶다. 다른 포털 사이트들도 접하고, 다양한 기사들을 읽어보자. 미디어 업체들이 던져주는 정보를 그대로 수긍하고 믿어버리기 보다는 의심(question)할 줄 알며 기업이나 정부, 그 어떤 단체든 사회 속에서 일하며 진실과 기업내 투명성을 위해 소리를 높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구속과 가족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처럼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있냐는 것이다. 이 사회는 왜 이렇게 타락하고 더러운가, 라고 불평하기 전에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단정짓기 전에, 당신은 당신의 자유와 당신이 가진 것들을 버릴 각오가 되있는가. 개개인이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진 자유를 사회의 투명성과 맞바꿀 수 있다는 각오를 한다면 투명한 대한민국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