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욕망, 일그러진 꿈

Posted by 희씨
2017.02.20 15:3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고교 시절, 부정부패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노라 말하고 다니던 소년이 있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학창시절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만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사법고시를 소년 급제하며 검사직에 오른다. 이제 그에게는 오랫동안 소원해왔던 사회정의를 위해 몸 바쳐 일할 일만 남아있는 듯했다. 그런데 30년 후 2016년. 놀랍게도 그는 정의의 정반대 편, 그것도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렇게 싫어하던 부정부패, 정경유착, 전관예우 등 그 모든 고질적인 사회악들 속에서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도취된 채 끝끝내 본인의 잘못을 부인하며 버티고 있는 바로 그 한 사람, 전 민정수석 우병우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부패 척결을 외치던 그 청년이 이토록 타락하게 된 것일까? 과연 무엇이 그를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국정 파탄의 공범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일까?


[1]



그도 한때는 공정하게 수사하고 부패를 뿌리 뽑으려 한 의욕 넘치던 검사였던 듯하다. 1990년 사법연수원을 전체 2등으로 졸업한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특유의 뛰어난 두뇌로 여러 사회문제를 수사하면서 탁월한 수사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의 부인을 얻어서였을까? 그는 상대적으로 돈의 유혹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으며 본인만의 검사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다지고 있었다. 그러던 1993년, 평생을 엘리트 소리를 들으며 성공 가도만을 달려오던 우 전 수석에게 일생 처음으로 시련다운 시련이 찾아온다. 당시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역 유지의 개발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정황을 바탕으로 압수수색 등을 통한 강도 높은 조사 중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유지는 당시 재임 중이던 김영삼 대통령과 사적인 친분이 있었고, 현직 대통령의 지인을 공격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검찰 조직에 이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던 윗선은 당시 우병우 평검사에게 압력을 가하며 수사를 종결시킨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곧 밀양지청으로 발령이 나는데, 사실상 좌천이었다. 이 사건으로 비상한 머리로 큰 걸림돌이 없는 인생을 살아오던 우병우는 적잖은 충격과 상처를 받은듯했다. 2011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을 회고하며 본인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이야기하며 어떻게 조직 내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계기라고 스스로 답하기도 했다[각주:1]. 그런데 여기서 그가 말하는 ‘잘 살아남는 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검찰이라는 행정부 소속의 준사법기관, 이 독특한 생태계에서 그가 선택한 생존 방법은 뭐였을까?


좌천 후 그는 권력을 좇기 시작한다. 검찰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스스로가 찾아낸 답은 결국 권력이었던 것이다. 좌천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그는 특출난 수사 감각과 월등한 두뇌를 이용해 최고의 검사가 지녀야 할 능력을 보이며 조직 내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내었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절대 윗선에 밉보일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적인 검찰 내에서 윗사람의 눈 밖에 나는 것은 곧 또 한 번의 좌절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는 평검사 시절에 이미 깨우쳤기에, 본인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윗선들의 의견에 절대 반기를 들지 않으면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권력 피라미드의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실례로, 2005년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을 담당했을 때, 비슷한 선례들을 바탕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법조계 전반에서 여겨졌지만, 당시 검찰 내 한 고위 인사가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생각과 신념이 있는 법조인이었다면 응당 구속수사를 진행했어야 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권력구조 속에서 본인의 생존이 최우선이었던 우 검사는 불구속으로 사건을 진행한다. 따지고 보자면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누구는 구속, 누구는 불구속으로 수사의 관점에서는 불공정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우병우 전 수석 본인에게는 현명한 처신이었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인사 추천으로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으로 승진하게 되는데, 그의 처세술이 아주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한 그의 권력 사냥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지고 있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을 전방에 배치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수사하기에 이른다. 당시 뚜렷한 물증이 부족했던 정황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진행하지만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소환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자살로 서거하게 되고, 우병우는 결국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며 국민적인 비난을 받기에 이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은 본인도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충격이었다고 우 전 수석은 훗날 말하기도 했지만, 그는 무리한 강압수사를 비난하던 여론과 관계없이 이명박 정부의 신임을 얻으며 대검의 주요 요직으로 인사 되어 다시 한번 더 권력의 탑을 올라가게 된다. 검찰 윗선의 의견을 따르며 그는 그렇게 쉴 새 없이 권력의 정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던 것이다.





[2]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까? 그는 새롭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하고 만다. 새로운 정부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여전히 야당의 눈초리를 받는 우 전 수석을 굳이 검사장 자리에 올리면서까지 야당과 마찰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결국 그는 꼭대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스스로 검사직을 내려놓으며 검찰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등 떠밀리 듯 새롭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는 동안 우 전 수석은 씁쓸함을 느낌과 동시에 너무도 달콤했던 권력의 맛을 아마 몹시 그리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1년여 후 청와대에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정치판 중앙, 청와대로 다시 화려하게 등판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2014년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부터 우 전 수석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다시 한번 권력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권력에서 멀어져 있던 만큼 권력에 대한 갈증이 심해져서였을까? 그는 빠른 시일 내에 권력의 중심으로 돌파하려 하는데, 당시 직속 상관이던 고 김영한 민정수석을 제치고, 청와대 실세로 불리던 김기춘 비서실장에서 직접 보고를 하며 그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고 김 수석을 밀어내고 민정수석의 자리를 꿰찬다. 그렇게 그는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 청와대 비서실 내에서도 실세로 꼽히는 민정수석으로서 그의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3]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의 권력은 그렇게 영원히 막강할 것만 같았다. 정운호 게이트로 시작되는 오늘날의 국정 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우병우는 각종 의혹과 비리의 중심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순간 신분을 숨긴 채 몸을 낮추고 지내는 도망자 신세로까지 이르른다. 넥슨코리아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정황, 민정수석 발탁 직전에 수차례 있었던 최순실과의 골프 회동, 아들의 군대 꿀 보직 논란, 가족회사를 통한 탈세 혐의 그리고 미얀마 대사를 비롯한 부정 인사 의혹 등 그의 부정부패는 끝없이 연이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고 있다.


여론과 민심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해야 했던 민정수석이라는 자는 국민이 안겨준 공권력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해왔고,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대한민국 나라 전체를 쥐고 흔드는 것을 묵인했으며 본인의 권력을 위협하는 특별감찰관의 수사를 방해해온 듯하다. 정말 보는 국민으로 하여금 깊은 탄식과 울분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국민이 분노하는 점은 그가 수사 과정에서 보여왔던 태도이다. 포토라인에 서서 질문하는 기자를 깔아보듯 쳐다보는 눈빛, 검찰 조사 중에 팔짱을 낀 채 후배 검사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 국정 청문회에서 어떠한 법적인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회피하며 답변하는 태도 등 그 어느 순간 하나 이 모든 국정 농단 사태에 관련자로서 책임도 잘못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기가 찰 노릇일 뿐이다.


필자는 ‘우꾸라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 복잡한 법률 조항들을 하나둘 잘 피해 다니는 우병우 전 수석에서 그러려고 그렇게 열심히 법 공부를 했던 거냐고 묻고 싶다. 그도 분명 한때는 더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수사했던 패기 넘치던 강직한 검사였다. 하지만 엘리트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후부터 해답이라 여기며 여태껏 좇아온 ‘권력'이라는 달콤한 마약은 그 열정 넘치던 검사의 눈을 멀게 했고, 귀를 닫게 했으며, 청렴한 대한민국을 꿈꾸던 뜨거운 가슴에 권력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을 가득 채웠다. 권력이 목적이 되는 순간부터, 그의 앞에 정의로운 수단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4]



법에 따른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물론 그를 섣부르게 범죄자로, 국정 농단의 주역으로 마냥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 검찰과 정치권력 시스템 속의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껏 발표된 수사 내용만 보아도 법리적으로는 그가 본인의 무죄를 증명해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민정수석으로서 민심과 반하는 행보를 걸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분명히 민정수석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 하지 못했고, 역할을 다 하지 않는 동안 저질러온 수많은 부정한 정황들에 대해서 엄중하게 심판받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본인이 권력을 목적으로 여기며 오는 길 동안 놓치고 망각해 왔던 더 큰 대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애초에 부패한 사회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부패 척결을 외치며 검사의 자리에 오른 그가 아닌가. 초심을 잃고 권력에 집착하게 된 그 순간부터 놓쳐버린 더 깨끗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수많았을 그 기회들로 인해 여전히 각종 사회적인 폐단 속에서 허우적대고 상처 입은 국민에게 그는 분명히 빚을 졌다. 검사로서 민정수석으로서 살피고 이해해야 했던 국민을 외면한 대가는 절대 가벼워선 안 될 것이다. 오늘 2017년 2월 20일 자로 드디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고 한다.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대한민국을 그려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도화지 한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하는 만큼, 검찰과 법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조사로 무거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출처:


[1]: http://cfile6.uf.tistory.com/image/272FEC4A58743B01372AE4

[2]: https://i.ytimg.com/vi/4fW4pvo6RXU/hqdefault.jpg

[3]: http://cfile6.uf.tistory.com/image/22275E4D5822D33A126DDE

[4]: 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2302109957039004[1].jpg








  1.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2277854#cb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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