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는 어떻게 되었을까

Posted by 희씨
2018.10.01 15:35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독후감 숙제 때문에 억지로 읽게 되었던 소설 파리대왕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드는 유일한 생각은 칼럼의 제목과 같았다. 로저는 어떻게 되었을까. 섬에 표류한 소년들이 욕망에 따라 서로에게 야만성을 표출하며 점차 대립하게 되고 마침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일련의 줄거리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 보다는 피기를 살해한 로저에게 느끼는 분노였었다. 그가 본국에 돌아가서 그가 섬에서 행했던 행동의 대가를 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가 아직 어린 나이였을지라도, 처했던 상황이 문명으로부터 단절된 특수한 것이었던지 간에.


     그로부터 년쯤 지난 2017,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고등학생쯤 나이가 가해자가 동네의 초등학생을 유괴하여 살해, 시신을 훼손 유기하였고, 다른 명의 공범은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으며 살해를 방조했던 사건이었다. 범죄에서 희생된 아이는 조카와 불과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당시 여덟 살이었던 조카는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뛰다가 넘어지기 일쑤였고, 까진 무릎을 부여잡고 엉엉 우는 조카를 달래 주는 것은 귀국했을 때의 일상 하나였다. 그래, 여덟 살은 고작 길에서 넘어진 것만으로도 엉엉 울만큼 아파할 나이였다. 그럼, 고작 아홉 살이었던 아이는 그때 얼마나 아팠을까. 가해자들이, 꽃은커녕 아직 싹조차 틔우지 못한 어린 생명을 살해한 그들의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반드시 받기를 기도하는 것만이 내가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은 주범에게 징역 20, 공범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는 것에 그쳤다. 무기징역조차도 가볍게 느껴질 만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판결이 확정된 것은 판결 당시에 주범이 아직 미성년자여서 소년법에 의한 처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소식을 들었을 , 장난삼아 아이를 살해한 그들과 고작 안경을 뺏기 위해 피기를 살해한 로저가 겹쳐 보였던 것은 왜였을까.  


     대한민국은 UN 아동권리 협약에 비준하여 19 미만의 미성년자들에게 소년법을 적용한다. 소년법에 의하면, 19 미만인 민사상 미성년자가 저지른 어떠한 범죄에도 사형 또는 종신형을 선고할 없으며, 일반 범죄에 최대 15년의 유기징역을, 특처법을 위반한 흉악범의 경우에 최대 20년의 유기 징역만을 구형할 있다. 또한 소년범들은 소년 감경제도와 보호처분을 통해 유기 징역을 선고받더라도 소년부 송치로 전환될 있으며, 최대 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더라도, 5년이 지나면 가석방의 대상이 있다. , 어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그들의 수감 태도에 따라 고작 5 만 사회로 복귀할 있다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 일반 범죄에 대한 유기 징역의 상한선이 30, 특처법 위반의 경우에는 50년인 점을 고려한다면, 소년범들이 받는 형량이 너무 가볍게 느껴질 있다. 왜냐하면 소년법은 교화 중점을 두어 아직 미성숙한 가해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있지만, 문제는 바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통계를 살펴보면 미성년자의 범죄율은 하락 추세에 있지만, 흉악성은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2018 대검찰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8 미만 소년범에 의한 전체 범죄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지만, 폭력범과 특처법 위반, 성범죄 강력 범죄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미성년자 범죄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만 14세 미만으로 형사적 처벌을 전혀 받지않는 촉법 소년의 범죄는 전년 동기대비 7.9% 증가했으며, 이 수치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재범률 통계를 보면 매우 심각하다, 2015 기준 전체 소년범죄자 중에서 재범자 비율이 68% 절반 이상을 훌쩍 넘어섰다. 재범률은 매해 상승하고 있으며 2010년과 비교했을 7% 상승했다. 같은 해에 성인 범죄자를 포함한 전체 범죄자 재범자 비율은 21.4%로써,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소년범의 재범률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있다. 지표만 보자면 취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1]




    여러 가지 사회적 요소들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겠지만소년법의 낮은 처벌 수위 역시 나날이 높아져가는 이러한 수치들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소년범에 의한 몇몇 강력범죄에서그들이 받게  처벌을 무시하고 훈장처럼 생각하며 메신저로 주고받았던 대화나, SNS에서 피해자를 조롱했던 모습들을 보았을 그들이 스스로 저지른 범죄와 그에 따른 처벌의 무게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있다어차피 미성년자라서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있으며범죄를 다시 반복하게 하는 원인  하나가 되고 있음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소년법의 낮은 처벌 기준과 수위가 불러일으키는 가해자들의 이러한 태도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라는 점이다나이의 특성상미성년자가 일으키는 범죄의 대부분은 같은 또래의 미성년자가 피해 대상이 되기 쉽다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인성이 미성숙하다면피해자들의 정신 역시 마찬가지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범죄에 의한 충격이 트라우마가 되기 쉽고이것은 피해자들의 남겨진 인생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악몽이 될 수 있또한피해자가  범죄의 상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소년범의 형이 짧기 때문에 가해자가 그전에 사회로 복귀함으로써 생기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역시 미성년 피해자가 지고 가야 할 짐이 된다실제로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는 미성년자 가해자가 살인성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아예 불기소 처분을 받은 비율은 2015 기준 무려 37%, 기소하더라도 소년 보호 송치와 약식 벌금형 선고에 그치는 것은 34% 달했다당장 내일이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할  있다는 이야기다가해자에게 베푸는 국가의 자애로움이마찬가지로 또래 미성년자에 불과한 피해자에게는 국가의 잔인함일 뿐이다. 앞선 수치들을 보았을 때도, 또 피해자를 위해서라도소년법상 특별 보호 대상의 연령은 낮추고, 낮은 구형 기준은 높이며처벌의 형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슈퍼에서 초콜릿   훔친 아이를 절도죄로 처벌하여 범죄자로 낙인찍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인간이기에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어리기에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해질 수도 있다성인이 저지른 잘못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몫이지만미성년자가 저지른 이러한 잘못들은 성인으로서 관대하게 대처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또한정신적 미성숙을 이유로 미성년자에게 참정권을 주지는 않으면서잘못에 대해서만 성인과 같은 기준에서 처벌을 하는 것은 분명 불공평한 일이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회복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은 예외적으로 엄벌에 처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문제는 기준이다어디까지가 관용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잘못이고 어디까지를 엄벌이 필요한 ‘ 구분 지을  있을까.





[2]



     첫째, 잘못은 우발적으로 시작된다. 누구도 잘못하기 위해 계획하지 않는다. 택배기사를 가장하여 박스까지 들고 앞에 있다가, 흉기로 가정주부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행위는 죄인가, 잘못인가? 당연히 죄다. 누구도 우발적으로 택배 기사를 흉내 내며 박스를 들고 있지 않는다. 계획성은 악의를 엿볼 있는 중요한 지표중 하나이다. 악의를 담은 행동을 우리는 실수나 잘못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둘째, 잘못을 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죄의식과 두려움이다. 동급생 여자아이를 피투성이로 만든 후에 SNS 자랑스럽게 올리는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항조차 하는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이들과 자신보다 한참 어린아이를 유괴하여 살해한 사람이 본인의 행동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는가? 죄의식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타인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울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을 법이라는 시스템으로 교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셋째,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실수를 반복하면 실력이라는 말도 있듯이,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와 같은 잘못들은, 생계형 범죄를 제외한다면, 지갑을 집에 두고 오는 것처럼 자잘한 실수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충분히 인지한다면 다시 반복하지 않을 있다. 예를 들어, 어릴적에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대는것과 같은 잘못들을 저지르고 혼난 후에 보통은 이러한 잘못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행동에 대한 후회나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처럼, 단순 엄벌이 소년 범죄에 대한 예방과 교화를 끌어낸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당연한 소리다. 예방과 교화는 사회적 제도와 장치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형법은 가해자에 대한 응보와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소년 흉악범들 때문에, 전체 청소년들의 인성 수준이 폄하되고, 일반화되어 그들이 저지른 잘못 비해 과한 처벌을 받는 상대적 피해를 보아서는 당연히 되겠지만, SNS 발달로 나날이 소년들에 의한 모방 범죄율이 높아지고, 범죄의 잔학성에 따라 영웅시되기도 하는 요즘, 이런 때에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관용을 유지하며 아무런 기준 없이 기회 부여를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이 법을 우습게 알고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있다. 소년이기에 관용할 있는 잘못과 나이와 상관없이 엄벌이 필요한 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계획범죄와 국민 정서에 어긋난 강력 범죄, 그리고 심각한 재범자에 대해서는 지금의 소년법 이상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해자와 사회 정서를 위해서라도, 그러한 소년범들은 사회로부터 보다 오랫동안 (혹은 영구히) 격리되어야 한다. 교화에 대한 논의는 후에 국가적인 교정 체계의 수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청소년에 의한 강력범죄 뉴스를 접하는 것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읽을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지난 동안 흐릿해져 가던 로저가 다시 앞에 나타나곤 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깨끗한 옷을 입고 안락해 보이는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다. 피로 얼룩진 피기의 안경을 손에 . 그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미지 출처

[1] http://www.sisanews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0

[2] https://fr.pngtree.com/freepng/hands-handcuffed_5576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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