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RIALS/신입생이 되고 싶었던 편입생 - 完 -

신입생이 되고 싶었던 편입생 :: 序, 잊을만 하면 나오는 편입생 떡밥


잊을만 하면 나오는 편입생 떡밥.  학교를 자신들 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편가르기를 하며 텃세를 부리는 신입생들이 있는 반면, 왜 편가르기를 하냐고 그런 신입생들을 비난하면서도 신입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도태되어가는 편입생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런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나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 출신이 다르기 때문일까, 신입생 쪽에서는 자신들이 학교에서 거쳐온 과정에 비해 타 학교에서 과정을 마치고 들어온 편입생들이 훨씬 쉬운 방법으로, 꼼수 또는 부정한 방법을 통해, 학교에 들어와서 학교의 수준을 낮춘다고 비난한다. 여기에 맞서 편입생 측에서는 모든 편입생들이 그런 것이 아닌데 왜 일반화를 시켜 편입생들을 무시하냐며 되려 신입생들을 무시한다.  대립은 끝이 없고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중간 중간에 양쪽을 존중하거나, 아예 속성의 구분 없이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떡밥들은 필자와 버클리오피니언이 속한 UC 버클리 뿐만이 아닌 편입이 가능한 미국 내 각 대학교들,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계속해서 유효해왔던 요소들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떡밥이 우리 버클리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요,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를 가진 채 자신과 속성이 다른 사람들을 근거 없이 욕하고 있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우매한 인간들과 같은 학교 생활을 하고 있고, 또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은 아니다.  그들 자신도 대부분은 이런 의미없는 개싸움들이 의미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머리로만.  그렇다는 것은 그들도 머리로는 이해할지언정,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즉,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분란을 조장하곤 한다, 저 댓글들과 맨 위의 글쓴이는 동일인물

물론 신입생, 편입생들을 통틀어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논리 정도는 논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표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생각들을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않고도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거나, 또는 겁쟁이라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떡밥에 대해 알지언정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갈등이 가지는 위험성을 크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나도 같은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 떡밥을 언급한 것일까?

나는 어느 정도 그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면 그 의견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애초에 옳고 그름의 기준은 기껏해야 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평균값을 낸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자신만의 의견을 가지는 것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여기서 하나의 전제가 필요한 것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  이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개개인의 의견이 서로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러한 전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아마도 스스로의 것이라 믿고 있을 지식이나 의견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빠져들어 여과없이 선동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편입에 대한 이슈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듯 하다

이 글을 지금 읽고 있는 당신들이 만약 공부량이나 지적 수준을 기준으로 편입생을 무시하는 신입생들이라면 그대들에게 묻겠다.  편입생들을 상대로 같은 과목들을 들으며 경쟁하면서 그렇게 무시할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월등한 학교 성적을 유지하느냐고, 그 노력과 정성과 좋은 두뇌를 왜 고작 당신들이 무시하는 편입생들도 들어올 수 있는 학교에서 썩히고 있느냐고.  그리고 반대로 같은 입장의 편입생들에게도 묻겠다.  다들 나름대로의 사연이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편입을 결정했고, 또 그렇게 버클리에 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 사연이 집안의 경제적인 형편이든, 늦게 깨우친 배움의 필요성이든, 실용적으로 학벌을 꾸미기 위해서이든, 도피 유학이든 전혀 상관 없다.  확실한건 편입생들도 신입생들처럼 버클리를 다님으로써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학교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학교의 일부가 되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일반적으로 편입생들의 경우 신입생들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인데, 나이가 많아서 신입생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나이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세대간의 차이이지 (나도 그런 느낌을 가끔 받고는 한다) 신입생과 편입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서로에 대한 편견은 양쪽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니네들 둘 다 편가르기 하지마라

이런 유치한 이분법적 논리로 신입생과 편입생을 규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양쪽의 의견을 다 대변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내 자신이지만, 그러나 내 논리에 약점이 있다면 나는 버클리에서 신입생으로 1, 2학년을 보내진 않았으니깐 그걸 신입생들이 커뮤니티 칼리지 시절과 비교하라고 하면 일단은 편입생인 나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반대로 CC 2년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깐 신입생들도 할 말 없잖아?

아무튼 싸움은 싸움으로, 대립은 대립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연재글 시리즈는 버클리를 2년 째 다니고 있는 내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주변 버클리 사람들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편입생과 신입생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그릴 것이다.


사진 출처: http://identity.berkeley.edu/images/home-campanil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