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짜 자취 일기

Posted by 매크로잉크
2015.04.15 19:33 OFFICIAL PRESS/너저분한 자취 일기 - 完 -


지난 2주간 자취 경력 다년차인 필진들이 자취생들에게 꿀 정보를 주려 노력한 가운데, 자취 만 1년이 채 안된 필자는 공갈 조언을 남발하기보다 자취를 하며 느꼈던 점을 간략히 공유하고자 한다. 소재 고갈로 때우는 게 아니라는 점, 분명히 밝힌다.


1.     필자는 1년간 기숙사에 살다 자취방을 구해 나왔다. 이사하고 첫날 느낀 점은, 단 몇 발자국이라도 통학거리가 늘어나면 울 것만 같은 박탈감을 느낀다. 필자는 캠퍼스에서 5분거리 기숙사 동, 그것도 가장 가까운 건물에 살았는데, 들은 수업이 대게 캠퍼스 남쪽에 몰려 수업 5분전에 일어나도 지각하지 않는 기적을 자주 이뤄내곤 했다.

 

다만 문제는, 이사 후에도 버릇을 못 고치는 중이다. 필자는 그래도 캠퍼스 근처,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집을 얻었는데, 유독 이사를 하자마자 캠퍼스 최북단에 수업이 몰려 매일 홍해 가르듯 캠퍼스를 횡단한다.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면 1시간짜리 수업이 학교에서 제일 북쪽에 있는 건물에 (심지어 캠퍼스 밖에 붙어있는데다 오르막이다) 잡혀 걸어가면 30 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당연히 수업 30분전에 가방을 메야겠지만, 1년간 잘못들인 습관은 수업 시작 5분전이 되어서야 집을 나서게 만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강의실에 들어서면 수업의 절반은 지나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31번째 슬라이드를 노려보노라면 화는 나는데, 그 대상이 본인인지, 학굔지, 집인지도 헷갈린다. (이럴 때는 막연한 분노를 느낀다. 90분씩 통학하는 분들은 어찌 사시는지.)


 

2.     그래도 꾸역꾸역 집을 얻어 자취를 하는 이유는 바로 멋대로 사는 자유, 내 집이라는 안락함에서 오는 그 자유에 있겠다. 사실 기숙사에 살면서도 충분히 멋대로 산 필자지만, 항상 바글거리는 기숙사, 특히 필자가 어울리는 무리의 아지트로 전락해버렸던 필자의 방에서 나만의 집의 안락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사실 이 방은 필자가 아닌 친구 놈의 기숙사였는데, 멋대로 얹혀 살았다. 실제로 내 방이 아니었으니 나만의 집느낌이 들었다면 미친 거지 그게.) ‘내 집 장만은 모든 젊은이의 로망이 아니던가. 똑같이 세 들어 살아도 학교건물보다는 자취방이 더 안락하고, 내 공간이라는 애착을 품기가 더 쉽다.

 

게다가 혼자만의 공간이 마련이 돼야 공부가 되는 필자인지라 이사 후 내 집, 내 방, 내 책상이 마련되어서야 도서관 방황을 그만두었다. 기숙사에 살 적에는 심지어 다들 잠드는 새벽시간의 고요를 기다렸다가 급한 공부를 하던 필자다. (물론 이내 고요에 취해 잠들기 일쑤였다. 졸업학점이 낮다면 그건 기숙사 때문이다.) 학생에게 공부가 편해지면 생활만족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자취를 하면서 깨닫는다.

 

공부도 공분데, 노는 거도 편하다. 달랑 방 하나뿐이었던 기숙사에 살다 나와 거실을 처음 취한 필자와 하우스메이트들은 고민 없이 한가지 생각을 했다—“파티다!” 때는 바야흐로 계절학기를 듣던 여름, 필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흘 연속 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하우스 파티가 사실상 불가능한 기숙사에서 쌓인 욕구불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기에 몸으로 느껴지는 수명단축을 감수하며 벌인 짓이었는데, 한 번쯤은 무용담을 위해 해봄직했지 않나 싶다.

 

이런 사람 당신 대학가엔 없다


3.     딱 하나, 예비 자취생들에게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버클리 오피니언 애독자라면 2주전 소개된 라면요리 몇 개를 보셨으리라. 딱 그 정도만하면 자취 요리라이프는 성공이다. 주위에 주방 딸린 집만 얻어 나가면 쉐프 수준의 요리를 뚝딱해내리라 다짐하던 여학우들을 여럿 봤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필자의 라면이 객관적으로 더 낫다. 요리에 대한 로망을 무럭무럭 키우는 것에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주위에 그런 친구가 있다고 진수성찬을 맛볼 생각은 내려놓기를 바란다. (십중팔구 당신보다 요리 못할 거다.)

 

주저리 주저리 많이 새는 이야기지만, 줄이자면 필자의 자취경험은 즐거웠다. 기숙사 생활 역시 오랜 추억으로 남을 즐거웠던 경험이었지만, 굳이 1년 넘게 이어갈 이유는 찾기가 어렵다 할까. 완전한 독립을 하기 전 대학 때 해보는 자취, 최소한 필자는 알차다 생각한다. 필자가 여러 오픈 하우스를 다니며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던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취방을 구하고 계시는 학생들 또한 모두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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