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씨에게

Posted by 희씨
2018.10.29 14:25 EDITORIAL/문예 :: Literature





다자이 오사무씨에게,




당신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10, 당신의 생애를 요조라는 캐릭터에 투영해 집필한 <인간실격> 읽고

형언할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다 덤덤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당신의 수기는

태어나서 죄송하다, 당신 자신을 향한 인간실격의 선고로 끝을 맺었고,

어렸던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동질감과 이질감,

모순적인 감정의 동시성에 꽤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당신의 안타까운 생애를 엿보며 느낀 감정은 연민이기도, 출처 모를 공감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거기서 위로라는 것을 얻었습니다.

세상의 언어, 따스한 위로와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오히려 따뜻함에 쫓기기라도 하듯 매일같이 나를 죄여오던 우울과 불안은

역설적이게도 자기연민에 빠진 작가의 생을 활자로 간접 경험하는 것으로,

당신의 비극에 대한 야릇하고 절절한 공감으로 해소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두려워했던 세상의 합법,

그것에서 느껴지는 한없는 강인함이, 불가해한 구조가

사실 벗어날 없어 그저 수용해버린 나의 세계여서,

비합법의 바다에 뛰어든 당신의 용기를 나는 가지지 못해서,

그래서 감히 당신을 동경했습니다.

감히 당신의 비극으로 보잘것없는 우울을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세계의 궤도 밖에서 방황하던 나에게

당신이 허락한 유대는 실로 구원이었습니다.

당신이 당신과 같은음지의 사람 만났을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던 것처럼,

당신의 비합법에, 우울에, 무기력에, 비관에 내가 느꼈던 다정한 마음

당신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 정다운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길고 괴리를 성공적인 다섯 번째 자살 시도로 끝냈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세상을 부정하는 방식이었는지,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는지,

회피하는 방식이었는지, 타협하는 방식이었는지, 조롱하는 방식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비극 비도덕적 인생을 우울증 환자의

가소로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며

진실인양 치부하는 사람들을 가끔 마주할 때면

당신의 마음이, 극단적 선택이 아주 조금이나마 가늠이 갑니다.

당신의 시대에도 사람이란 별다를 없었겠지요.






당신은 많은 철학과 순수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전후 혼란을 겪던 20세기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도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까지도

현대인의 불안과 괴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같은 사람들에게도

당신은 우상의 존재로 아직까지 회자됩니다.

당신은 사실을 모른 세상에 등돌렸지만

이기적인 나는 사실이 그저 안타깝다가도 당신의 유명세를 다행이라 여깁니다.

당신의 글로 시대의 누군가와 연대할 있게 됨에,

그들과 공유할 있는 당신이라는 세계가 존재함에,

어른이 지금도 나는 괜히 아이처럼 가슴이 뛰곤 합니다.

가을밤 술에 취해 당신이 정의한 희극명사와 비극명사로 커다란 세상을 분류하며

당신에 대해 논하다가 사랑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남긴 낭만적인 대화에도 나는 감사합니다.






이후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접하며 자주 가슴이 뛰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당신을 너무 사랑합니다.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 질문에

다른 이름이 자연스레 입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하더라도

당신의 글이 나에게 주었던 위로와 공감의 크기는

평생 대체되지 않을 같습니다.






당신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당신은 항상 나에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동경의 대상이 것입니다.

당신에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 글의 형식은 2016 발간된 문예지 <자정작용> 서신과 답신 가상 편지 테마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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