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의 이중잣대가 그리는 비극 [객원필진 이충원]

Posted by 스프링데일
2010.11.15 23:13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장애인들은 단지 우리가 잠시 마음이 따뜻해지려고 읽는 기삿거리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서 프로쿠르스테스는 사람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혀 그 몸이 침대보다 크면 도끼로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의 크기에 맞게 늘린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한 음악인을 학력위조 혐의로 몰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논리” 라는 도끼로 그 음악인을 잘라내려 한 사건이 있었다.  자신들의  “정의”라는 기준으로 상대방의 그것과 다를 경우에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 중심적이고 주관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함으로써 생겨나는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그들만의 민주화를 이루었고, 그러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 혹은 야만적인 국가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민주화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는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그리고, 사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하기 전과 같이 부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강한 소수가 사회를 주도할 경우에는 불평등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는 모든 그 사회,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모든 국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에는 흠이 하나 있다.  사회 소수자에 대한 문제가 그것이다.  인종, 민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다문화주의가 중요시 되면서, 사회는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들에 대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런 대책들이 더욱 더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논란들 중에서 장애인 차별 문제는 아마도 사회라는 것이 처음 나타냈을 때부터 존재해왔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언제나 소수였던 장애인들은 다수의 비장애인들에게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핍박과 인권의 탄압을 받아왔다. 충분한 민주화가 진행된 현 시점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혜택을 받고 있지만, 필자는 그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자인 장애인들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며 납세 활동 등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  필자는 방학이 되면 서울에서 지내면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 최근에 느끼는 것은 적어도 서울에서는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나 저상버스 같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정작 그런 시설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두려움과 접근성에 대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반증한다.  만약 자신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그 가파른 계단들을 오르내리는 리프트를 타본다고 가정해보자.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다가 행여 중간에 멈추기라도 한다면, 그 불편하고 아찔한 순간들을 견딜 수 있겠는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그 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고쳐질 때까지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것인가? 

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붐비는 교통량 때문에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는 대한민국 버스기사들이 과연 미국의 버스기사들처럼 버스를 잠시 멈추고 장애인 승객을 위해 무거운 휠체어를 버스 위로 올려주고 안전장치를 직접 다 착용시켜준 후에야 출발하는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또 버스의 다른 승객들이 “아, 저 장애인은 왜 또 기어 나와서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나” 와 같은 말과 무언의 적대적 시선을 줄 때에 장애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 밖에도 장애인들에 대한 이동권 문제는 많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유도장치의 관리 소홀 때문에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나 휠체어가 지하철역에서 미끄러져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던 장애인들을 탓해야 하는 것인가? 서울시 이외의 지역에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복지를 나라를 겉으로 치장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늘어가는 외국인 방문자들 때문인가? 아니면 장애인들을 자신들의 기준이라는 잣대에 가져다 대는 것인가?

장애인 인권문제에는 이동권 이외에도 교육권, 장애인등급제, 시설문제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때때로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불법 집회와 투쟁을 마다하지 않고, 사회에 이런 문제들을 알리고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시도들은 이런 문제들이 그들의 가장 기초적인 삶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현재의 한국 사회에 팽배한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사회인식을 올바르게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장애인들에 대해 지나친 시혜와 동정을 표한다.  많은 사람들은 기사에 나오는 장애인 학교 성폭행 사건, 장애인 사고, 또는 장애인의 이야기들을 접하며 눈물을 흘리고 그들을 동정한다.  정치인들의 공약에도 곧잘 들어가는 것들이 장애인 복지에 대한 개선안들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장애복지법을 만들고, 보건복지부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복지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비장애인들이 그들만의 잣대로 판단하여 시행한 정작 장애인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엉뚱한 복지를.

장애인들은 단지 우리가 잠시 마음이 따뜻해지려고 읽는 기삿거리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그들은 동정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어쩌면 그들이 대부분의 비장애인들보다 자신들의 삶에 대해 훨씬 행복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들은 동등하게 다 누려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경험이 없는 비장애인들이, 불편함의 정도라는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평등하고 야만적인 행동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약 243만 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어있다.  국민들을 위해 정책을 만들거나 계획할 때,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장애인들과의 소통의 장을 더욱 많이 만들어 장애인 복지에 대해 좀 더 효율적인 예산정책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대한민국을 살기 불편한 나라로 꼽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객원필진 소개: 이충원
이 글을 쓴 이충원 씨는 현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현재 학교 내에있는 최대 한인 클럽중 하나인 CKS (Committe for Korean Studies)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열명 이상의 스탭과 수십명의 고정 멤버로 이루어진 CKS는 독도 영유권 문제, 정부 정책 논의,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대한민국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슈들이나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매주 금요일 토론회를 열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 소수자에 대한 학습의 일부로서 대한민국 사회 내의 장애인 복지에 대한 학습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The purpose of CKS is to increase the awareness and knowledge of Korean culture, history, and issues to the stud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and its surrounding communities. The organization was established in 1986 as an attempt to create a modern Korean history course at UC Berkeley. The organization focuses on studying and examining Korean and Korean-American history in addition to actively researching various political issues and engaging in political activities around campus.

CKS 웹사이트: http://www.berkeleyc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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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배려해준답시고 그저 맹목의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행위가 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걸 깨달았으면 합니다.
    • 안녕이야기
    • 2010.11.16 00:55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도대체 무엇이 한국과 미국의 관점차이를 야기하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하신대로, 미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전동계단을 내려서 태우기 위해 몇분을 지체하는 광경을 종종 봅니다. 승객들중에 그 부분에 불평하는 사람들은 한명도 없고요. 한국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모습인것 같습니다.

    남자를 키로 평가하고 여자를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 장애인을 보며 눈살찌푸리는 사회, 마치 우량인들만 인정하려하는 시도라고 해야될까요? 물론 미국에서도 어느정도의 차별은 존재하겠지요.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될까요.. 하루빨리 바람직한 인식이 자리잡는 한국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 Facist
    • 2010.11.16 17:56 신고
    나 가진 재물 없으나
    - 송명희 시, 최덕신 곡 -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 Facist
    • 2010.11.16 18:01 신고
    송명희 시인은 장애인입니다. 이분은 기독교인이지만 종교를 떠나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 시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2. 요청하신 리뷰에 관한 글을 저희 홈페이지 컬럼란에 기고해드렸습니다. 먼곳에서 고국의 장애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것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리뷰 http://www.jnettv.co.kr/news_sub_list.php?id=8
    • 냉철한 비판 감사드립니다 :) 이충원 씨 본인에게 어서 말씀드리고 싶군요!
    •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데 리뷰까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보면서 더 많이 배웟네요 요즘 워낙에 관심이 많이 가는 부분이라.. 감사합니다
    • 이소라
    • 2011.02.14 13:43 신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충원 회장님 ㅋㅋㅋ
    CKS는 Committee for Korea Studies 예요 Korean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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