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나는 어른일까?

Posted by 희씨
2017.09.27 19:22 EDITORIAL/문예 ::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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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란 참 신기하다.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이 주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만화는 어렸을 때의 내가 보고 이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뜻이 되어 다가온다. 전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표면상의 뜻만 이해하고 넘겼던 대사에서 커다란 울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많은 어른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인 듯, ‘키덜트 (Kidult)’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어렸을 적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많다. 아이를 뜻하는 단어, 키드 (Kid)와 어른을 뜻하는 단어, 어덜트 (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겉은 자랐어도 마음만은 아이였던 때와의 고리를 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대표하기에 아주 적절해 보인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종종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과연 사람은 언제쯤에나 자신이 어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까? 인생의 어느 기점, 어떤 특징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걸까? 넘어가는 달력에 따라 늘어가는 나이는 내가 성인이라 외쳐도, 아직은 채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정신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 나는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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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의 저자 역시 아직 어른의 기준을 고민하며 성숙의 단계를 겪고 있는 30대의 방송 작가이다. 그녀가 집필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일본 애니메이션 <보노보노> 속의 캐릭터들과 그들의 생각, 그리고 대화에서 우리의 삶과 닮은, 또는 우리보다 더 성숙한 모습들을 발견한 작가의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는 데에 필요한 깨달음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어른이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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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마음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씩 품고 사는포로리, “진심을 못된 말과 못난 행동으로밖에 표현할 줄 몰라도 우정과 사랑 앞에서만큼은 진지해지는너부리, 그리고 끊임없는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나를 아끼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는소심하지만 정 많은 보노보노. 이 캐릭터 중 적어도 하나는 당신의 모습을, 또는 본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을 것 같기에, 작가의 이야기 몇 개와 필자의 개인적인 공감을 나눠보고자 한다


#나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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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변하기 마련이지만

강처럼 점점 흘러가는 게 아니야.

낙엽처럼 점점 쌓여가는 거야.

우정도 낙엽처럼 점점 쌓여가는 것” (pg. 239).


       책에서 작가가 다룬 다양한 주제 중에 필자가 가장 공감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주제는 바로 친구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어른이 되는 길을 걸어가면서 필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을 넘어서 졸업생이 된 지금까지 인간관계는 항상 어려웠고 점점 까다로워진다. 매일 학교에 가면 만나게 되는 같은 얼굴과 같은 수의 친구들에서 시작해, 이젠 서로 옷깃 한번 스쳐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넘치는 사람의 홍수 속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도 감당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원하는 사람만 골라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적어지고, 필요 때문에 만나야 하는 어색한 관계들과의 시간 후에 숨통을 트여주는 존재가 친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는 더욱 친구가 소중해진 듯하다.

       하지만 점점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있는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할 나이가 되어가면서, 친구 관계 역시 인간관계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대가 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는 드물고, 나 역시 친구로서의 본분을 다해야만 관계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진정한 친구에 대해 고민할수록, 과연 나는 어떤 친구일지 역시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던 중 작가의 재미있는 질문을 맞닥뜨렸다. “나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마음 맞는 친구와 트러블이 생길 때, 내 마음이 충분히 헤아려지지 못하고 오해가 생긴 듯할 때, 사실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정말 나랑 비슷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나를 참 잘 이해해 줄 텐데.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더 골똘히 생각해보면, 애초에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난다. 서로 관심만 가지고 누구 한 명 먼저 다가서서 나랑 친구 하지 않을래?”라는 말을 할 용기를 못 낼 텐데 어찌 친구가 되겠는가. 어렵사리 친구가 된다 해도 서로 불만을 마음에만 쌓아두고 표현하지 못해 점점 불편해지다가 언젠간 멀어지고 말겠지.

       작가가 설명하는 좋은 친구가 되는 기준 역시 흥미롭다. 작가는 내가 과연 좋은 친구일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먼저 내가 가지고 싶은 친구의 모습과 내 모습이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비교해보라고 얘기한다.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먼저 나는 친구를 잘 이해해주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나한테만 맞춰달라며 어리광을 피우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에게 감정 표현이 솔직한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부터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이겠다. 애초에 친구 사이라면 이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해 이해하며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보단,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성장을 기다려주는사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이미 한 경험을 친구가 인제야 겪고 있다고 다 아는 척, 친구에게 상처가 될 조언을 주는 것보다는, 그저 지켜보며 그 상황을 모두 헤쳐나가 경험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곁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편이 훨씬 좋은 친구일 테니 말이다.

       친구 관계는, 전체적인 인간관계와 더불어 항상 어렵다. 하지만 평생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을 잘 맞춰가며 잘 관리한다면 오랜 시간 동안 인생의 소중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을 함께 해줄 사람이다. 앞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돼줄 좋은 친구 관계 형성과 유지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누군가 알려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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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른이 되면 누군가 됐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아직 안 됐다면 안 됐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pg. 133).


       어른스러운 인간관계 속의 내 모습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나를 평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주민등록증을 당당히 내보이고 술을 마시러 다니고, 영화관에서 보호자 없이 성인 영화를 볼 수 있고, 버스 요금부터 놀이공원 자유 이용권까지 성인 요금을 내는 나는 어엿한 성인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인이 된 사람은 어른인 걸까? 중학생 때의 나는 6년 후에 내가 굉장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고, 고등학생 때의 나는 3년 후에 내가 조금은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겉모습만 좀 늙고 자랐을 뿐 6년 전의 나로부터 조금 성장한,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봉우리 같다.

       어른이 되는 기준은 뭘까. 책에서 작가가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끝에 내놓은 기준은 재미없는 삶을 살아내는 힘과,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다. 이처럼 슬프지만 공감 가는 기준이 또 있을까? 더 이상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기준을 재미로 두지 않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앞세울 때 비로소 어른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재미없다고 그만두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도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때, 그때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꿈이 없는 삶”, 혹은 더 이상 변화가 없는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어른이 됐다 할 수 있겠다. 꿈은 꾸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비록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도, 꿈을 꾸는 와중엔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의 행복을 원동력 삼아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꿈조차 꿀 수 없이, 그 모든 상상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그 현실에 순응해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면, 아주 많이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매일 보내게 된다면, 그땐 본인이 어른이 됐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무엇 하나에 질리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불명확한 시간 동안 해내는 것은 엄청난 의지와 끈기, 그리고 책임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무게를 커다란 대가 없이, 정해진 월급을 꼬박꼬박 타며 견뎌내는 것은, 어느 무엇도 아닌 바로 어른의 자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나에겐 선택권이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양에 한해선 재미있어 보이고 관심이 가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할 수 있었고, 듣다가 버티기 힘들 것 같으면 기간 내에 그 과목을 버리고 다른 과목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회 초년생이 돼버린 지금은, 직장에서의 선택 하나하나와 행동 하나하나가 다음 직장의 선택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여태까지 바라보고 달려온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길에 발을 들일만큼 원동력은 덜하고, 매일 학생들에게 같은 꾸중을 하고 학생들로부터 같은 공격을 당하고 학생들과 같은 간식을 먹는 비슷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견뎌본다. 그 대가로 월급을 받고 경력이 쌓이다 보면 선생님으로서 더 발전해있을 내 모습을 기대하며 버텨본다.

       30대 중반의 직장인도 고민하는 어른의 기준.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든 나로서는 내가 진정한 어른으로 향하는 길의 시작에 발을 디뎠다고만 생각하고 싶다. 투정일지 몰라도, 본인은 아직 진지한 것보다 즐거운 삶이 더 좋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에 더욱 열중해 사는, 그런 어른이로 남고 싶다. 조금 더 자라고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나면, 그때서야 하루하루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이만큼이나 더 어른이 되었구나” 하며 대견해하고 싶다.


#마치며


       23년의 삶을 살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나 자신을 하루하루 새롭게 이해하고 있으며, 과연 언제에서야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될까 하는 의문은 계속된다. 앞으로 한참은 끝없는 질문과 약간의 깨달음의 연속인 삶을 살아야 성장하겠지. 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이런 시기를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은 어른이 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을 살아간다.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들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다운 어른이 돼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몇 년 후, 혹은 몇십 년 후, “어른이 됐다라는 결론을 내릴 나 자신에게, 미리 수고했다라고 전해주고 싶다.




출처:

: 김신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2017).

이미지:

[cover] http://cafe.naver.com/musicstar2/16221205

[1]: http://photagram.org/tag/%EC%B9%B4%ED%8E%98%ED%8C%8C%EC%8A%A4%ED%85%94%EB%B8%94%EB%A3%A8

[2]: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aNo=001&sc.prdNo=266743152&bid1=NMB_PRD&bid2=bSelect&bid3=book_together

[3]: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6042

[4]: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942692&memberNo=618343&mainMenu=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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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선
    • 2017.10.02 00:38 신고
    최고최고예요~~♡♡♡
    • 김민정
    • 2017.10.02 23:04 신고
    이야~~너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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