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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콜라보 인 더 한칼

지하철 풍속도



한국 남성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겨울 한국에 방문 하였을 때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1호선을 탈때마다 저는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추워서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만지며 손을 넣고 있었던 저는 지하철로 밀려 들어가는 인파에 휩쓸려 손을 뺄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할 수 없어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옆의 여성의 안녕하지 못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여기서 손을 뺐다간 더더욱 안녕하지 못할 것 같아 안녕하지 못한 채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성추행에 무죄 추정 원칙은 없고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무죄 증명을 이루어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대로 제가 무언가 실수를 해서 성추행 범으로 몰려 미국에 있는 부모님이 출두하시는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것 같아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제 둔부에도 무언가 감촉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남자가 안녕하지 않을 자유가 없어서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안녕하지 못한 상황을 친구에게 알려보려 주머니속 휴대폰을 꺼내보고 싶었지만 앞사람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감에도 손을 쓸 수 없는 안녕하지 못한 상황은 목적지인 종각역에 도착 할 때까지 지속 되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물어보니 이런 안녕하지 못한 상황을 피하려면 손을 미리 빼고 도수체조를 준비 하라는 안녕하지 못한 지침을 알려 주었습니다. 개봉역에서 종각역까지 못해도 40분이나 되는 시간을 손을 들고 벌을 서라니 두 손조차 자유없는 남성에게 안녕하지 못한 지하철 문화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연합뉴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8년전 고등학생때 한국에서 거주했을 때는 몰랐었던 시선강간이란 개념 때문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객차안의 의자에서도 제 앞에 여성 분이 있다면 혹여 그들의 수치심을 유발할까봐 저의 눈 둘 곳을 몰라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예전 동물원에 들어가 고릴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특수 안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만, 지하철 내에서 그런 안경을 쓸 수 없어서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송중기 같은 남성들의 시선에 대해선 눈빛 임신이라는 개념도 있던데 이것이 왜 저와 보편적인 남성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지 송중기, 강동원의 눈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 눈빛까지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는 나의 친구들과, 크게는 한국에 거주하는 남성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많은 여성들이 절대 다수의 선량한 남성들을 잠재적 성 범죄자로 여긴다는 것이 참으로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방문 시에는 이런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 없이 안녕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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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년 여름 한국에 방문 하였을 때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한산한 늦은 오후의 4호선을 탔을 때 저는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던 날씨와 작렬하는 태양열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여보자 꺼내 입은 짧은 바지와 반팔에도 불구하고 안녕할 수 없었습니다. 지하철에 탑승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섣부른 걱정과 남다른 잔소리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더워서 옷을 짧게 입겠다는 것인데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어디 여자가 저렇게 속살을 내놓고 다녀와 같은 안녕하지 못한 말을 들으며 졸지에 몸을 함부로 하고 몸가짐을 헤프게 하는 여자 취급을 당하는 바람에 속이 상해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여성 여러분 저희는 도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는 로봇까지 등장하는 근대적인 요즘 시대에 저희는 아직도 남성들의 성적 요구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우리의 신체를 가리며 시커먼 히잡을 두르고 다녀야 되는 겁니까? 여성들의 가벼운 옷차림을 보고 그 여성들의 성격마저 가벼울 거라고 믿으며 가벼운 눈동자를 돌려대고 가벼운 손을 놀려대는 남성들에게 위협을 받는 안녕하지 못한 사회 의식 때문에 얼마나 더 안녕하지 못하게 살아야 합니까. 여성들이 조신하고 얌전하게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나머지 살을 가려주는 옷을 입으며 더워도 덥다 하지 못하고 답답해도 답답하다 하지 못하는 길동이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덕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의협뉴스


애초에 공중밀집장소추행이라는 범죄 자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몸이 드러난 옷을 입었다고 해서 손잡이 대신이 돼주겠다는 뜻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건지 이해가 안돼 안녕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다 보니 만지게 된 곳이 엉덩이이고 중심을 잡기 위해 휘적거리다 보니 팔이 스치게 된 곳이 가슴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억울하고 원통하면 차라리 마주보고 서서 다니면 저절로 손 관리가 제대로 될 텐데 무얼 위해 앞뒤로 포개진 채로 지하철을 탑승하면서 여성들의 예민함을 탓하는지 답답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물론 그런 여성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을 남자들을 위해 몸을 보이고 짧은 의상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여성들도 시원하고 싶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여성들은 최대한 날씬해 보이고 싶고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체형 커버를 해주는 옷이 짧은 바지나 치마이기에 선택하는 것이지 드러난 다리를 만져달라 조르는 것도 남성들을 애태우려는 것도 아니기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앞으로는 의상 선택으로 남성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의 근원 취급을 받지 않기를 바라며, 아쉽게도 의상에 상관없이 성품으로 조신한 여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 시대가 올 때까지는 쭉 안녕하지 못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