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탄핵정국이라는 터널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만 같은데, 벌써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필자와 같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이미 재외선거 기간이 시작된 만큼 어느 후보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지 더욱 생각이 복잡해지는 시기이다. 어느 대선이 덜 중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적 스캔들을 겪고 난 직후라 모든 국민이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뜨거운 국민적 관심이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몰려있다. 각 후보가 내건 10대 공약 혹은 포스터뿐만 아니라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주요 대선후보 토론회까지 매일 새롭게 뒤바뀌는 실시간 검색어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각 후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이번 칼럼에서는 토론회 중 키워드를 통해 각 주요 후보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물론 토론회 밖에서 내건 수많은 공약이 많은 사람의 고심 끝에 나온 산물인 만큼 그를 통해 각 후보의 방향성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박한 토론회 생방송 상황에서 나온 발언만큼 각 후보의 평소 성격,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본다. 한 나라의 리더로서 대통령이 마주해야 할 수많은 예측불허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아갈 것인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순간들을 짚어보며 어떤 후보에게 표를 행사하는 것이 더 나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 ‘주적’
[1]
4월 19일 첫 주요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 단연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단어는 ‘주적’ 일 것이다. 유승민 후보의 ‘북한은 우리나라의 주적이냐?’라고 묻는 말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국방부가 생각해야 할 사안이지 대통령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라는 의견을 내보이면서 국민 사이에서도 누구 말이 옳은지에 대해 한동안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2]
4월 25일 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에 대한 설전이 오가던 중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서로에게 ‘이보세요’ 그리고 ‘버르장머리 없이’ 와 같이 상대 후보를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해 크게 논란이 되었다. 발언 직후 언론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2살 어리다는 사실을 주목하며 ‘버르장머리’ 발언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곧 주민등록 번호상의 나이만 차이가 날 뿐 실제로는 동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두 후보 간의 나이 차이가 얼마가 나던지는 크게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본다. 설령 두 후보 간 나이 차이가 10살이 있더라도 대선후보로 토론에 참석하는 만큼 동등하게 참여하는 타 후보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 두 후보가 서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ㅇㅇㅇ 후보님’의 호칭 대신에 ‘이보세요’라며 다그치는 투로 언성을 높인 문 후보나 그 말을 듣고 어른이 아이를 대하듯 ‘버르장머리 없이'라며 맞받아친 홍 후보나 어느 누가 더 잘못했는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대통령이라는 국가 정상의 자리에서 앞으로 수많은 다른 국가원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처럼 대선 토론회에서조차 상대 후보를 충분히 존중하지 못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앞으로 두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위기의 순간마다 어떻게 대처할지 심히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로 두 후보는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서는 최선을 다해 더욱 성숙한 태도로 상대 후보를 대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본다.
‘동성애’
[3]
4월 25일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군 동성애 사안과 연결 지어 ‘동성애를 반대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문 후보는 ‘반대한다'라고 답변한다. 이에 심상정 후보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1분 진술권 찬스까지 써가면서 분명하게 발언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고 성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민주주의'라며 앞서 발언한 문 후보에게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되어온 차별 금지법인데 그것보다 후퇴한 문재인 후보에게 유감을 느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사실 동성애 문제는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노골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불편함을 내비치는 사항이고 그래서 대선 후보들 역시 발언하는데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제일수록 대통령 후보자들이 먼저 사회적 토론을 이끌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했던 것 아닐까? 오랜 시간에 걸쳐 동성애자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은 분명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많은 동성애자가 본인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밝히며 그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우리가 더욱더 열린 토론을 통해 정체성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어준 성 소수자들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모든 국민의 권리를 동등하게 인정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날 날이 오기는 할까? 사회는 발전해 가고 있고 동성애 문제는 언제까지 발언을 아껴가며 마냥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대통령이 득표수로 결정되는 자리인 만큼, 아직 많은 사람이 불편해하는 동성애를 대선후보로서 인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 후보처럼 오히려 대통령 후보가 당당하게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명확하게 발언하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정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꿈꿔보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4월 25일 자 토론회에서 심 후보의 발언이 가장 중요했고 소중했다고 생각한다.
‘갑철수'
[4]
4월 23일 대선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하며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갑철수나 MB 아바타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지만, 본인에 대해 안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를 굳이 언급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론회 직후 ‘갑철수'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랜 시간 머물렀고, 결국 안 후보는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만 대중의 뇌리에 심어준 꼴이 돼버렸다.
안 후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본인을 칭하는 ‘갑철수' 나 ‘MB 아바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문 후보 측 캠프가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상기시키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발언 시간이 한정된 토론회에서 굳이 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판 특히 선거 도중에 네거티브 공세는 흔히 있었던 일이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불릴 만큼 선거전의 중요한 부분이고 마타도어가 되어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는 국민에게는 여러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진상 규명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안 후보 입장에서는 문 후보 측 선대위에서 지속적, 체계적으로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했다고 억울함을 설파하고 싶었겠지만, 각종 의혹이야 본인이 명확하게 진상 규명을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면서 상대 후보 캠프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할 것이라고 예상을 못 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그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사실을 밝히는 것만큼 의혹을 반박하는 깔끔한 방법은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안 후보는 토론회에 본인에 대한 네거티브 의혹들을 해명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난 00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잠잠해 저 가던 의혹의 불씨를 되살린다. 그럼 토론회를 보는 국민의 관점에서는 ‘왜 00이 아닌지' 찾아보거나 충분한 해명을 찾지 못한다면 ‘실은 00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의혹만 증폭되는 것이고 토론회 후 대중에 머릿속에는 ‘갑철수'라는 단어만 남은 것으로 보아 그는 최악의 수를 둔 게 되었다.
이처럼 4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토론회 속 대선 후보자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는 분명 토론회 속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아 이를 통해 각 후보자의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필자의 의견 역시 한 사람의 생각에 불과하기에 정확한 해석과 분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발언들을 마냥 가볍게 여길 수많은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곱씹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순간들이라고 믿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거일까지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짧은 준비기간에 대선이였던 만큼 우리도 후보들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상황을 주시해야할 것이다. 대선 후보자들의 행보에 이에 관심을 기울여서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최선의 후보에게 투표해 더 나은 우리 사회의 리더를 선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남은 토론회 일정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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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1]: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17BA3A58F81F3F27
[2]: http://newsimg.sedaily.com/2017/04/26/1OESQ0XUBU_1.jpg
[3]: http://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17/04/PS17042500975.jpg
[4]: 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7/04/24/cms_temp_article_24085157591756.jpg
[5]: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1&ie=utf8&query=%EB%8C%80%EC%84%A0%ED%86%A0%EB%A1%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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