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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소 주기율표상 97번째 원소인 버클륨(Bk)
UC 버클리
학생들에게 입학 전이나, 혹은 입학 후에 접하게 되는 학교에 관련된 것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중의 하나는 분명, 학교 이름을 딴 원소 기호인
버클륨(Berkelium)일 것이다. 또한, 버클륨의 합성
및 발견을 주도한 과학자, 글렌 시보그(Glenn.
T. Seaborg)의 이름 역시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원소
이름 외에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원소인 버클륨과 학교를 대표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시보그에 대하여 한번 다뤄보려 한다.
[2] 원소 주기율표
화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사전과 같은 원소 주기율표.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의 주기율표 사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마지막 줄의 원소들을 보자. 가장 많이 들어봤을 U(우라늄), Pu(플루토늄) 등을 포함한 원자번호 89번 악티늄(Ac)부터 103번 로렌슘(Lr)까지의 15개의 원소를 악티늄족(Actinoids)이라 부른다. 이 원소들 중 93번 넵투늄(Np)부터 103번 로렌슘(Lr)은 몇몇 공동발견을 제외하면 모두 이곳 버클리 캠퍼스에서 합성∙발견되었다. 그중에서 버클륨은 악티늄족에 속해 있는 97번 원소이다.
이 버클륨(berkelium, Bk)은 5번째로 발견된 트랜스 우라늄 원소이다. 원소 이름은 바로 버클리 캠퍼스에서 1940~1960년 사이에 버클륨을 포함한 무려 11가지의 트랜스 우라늄 원소들이 합성∙발견되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따라 지은 것이다. 트랜스 우라늄(transuranium) 원소란, 원자번호 92번 우라늄(U) 다음의 원소들을 가리킨다. 트랜스 우라늄 혹은, 초우라늄 원소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모두 방사성 원소로 반감기가 지구의 나이보다 짧아서 지구의 생성 당시 만들어진 것들은 모두가 붕괴되어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원소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합성되었기 때문에 다른 원소들과 구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3] 버클륨 원소의 화학적 정보. 원자번호와 전자배치,
가장 존재 비율이 높은 동위원소의 질량수 등을 나타냈다.
버클륨은 질량수가 235~254인 20가지의 버클륨 동위원소들이 알려져 있는데, 모든 동위원소가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은백색 방사성 금속 원소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핵반응으로 소량 생산되는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만들어진 양을 모두 다 합쳐도 겨우 1g을 약간 넘을 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버클륨은 버클륨보다 무거운 캘리포늄이나 아인슈타이늄 등의 합성을 비롯한 기초과학적 연구의 용도로만 쓰인다. 물론 버클륨은 중성자에 의해 핵 분열되므로 핵 연료로 사용될 수 있으나,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인, 임계질량이 생산되는 양보다 월등히 커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하여 핵연료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형제격인 원소인 이웃한 아메리슘(Am)이나 캘리포늄(Cf)은 기초과학적 연구를 위한 용도 이외에도 실생활에 쓰이고 있다. 질량수가 241인 Am은 화재경보기의 일종인 이온화식 연기 감지기에 사용된다. 241Am이 있는 장치에 연기가 들어오면 이를 감지하여 경보음이 울리도록 작동시키는 장치이다. 또한, 캘리포늄은 다른 방사선 항암치료에 이용된다. 미량의 252Cf를 암 조직에 이식시킨 후, 이에서 방출되는 중성자가 암 조직을 파괴한다. 자궁경부암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버클륨 및 방사성 원소들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과학자가 있다. 바로 글렌 시보그(Glenn. T. Seaborg, 1912~1999)다. 1934년 이후 중간에 맨해튼 프로젝트와 케네디 정부의 과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시기를 제외한다면, 사망한 해인 1999년까지 줄곧 이곳 버클리에서 연구에 매진한 과학자이다. 그는 1934년 UCLA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이후 버클리 대학원에서 당시 물리화학 교수인 길버트 루이스와 원자물리학 교수 어니스트 로렌스 밑에서 인공방사성 원소 및 물리화학을 공부했다. 3년 만인 1937년에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버클리에서 교수로서 연구 활동에 매진했다. 1941년 에드윈 맥밀런과 함께 원자핵 반응을 연구하면서 원자번호 94번인 플루토늄(Pu)을 최초로 만들어냈다. 이런 업적 때문에 그는 1951년 맥밀런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후 시보그는 UC 버클리의 2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1958–1961).
[4] 핵화학 연구진 시보그(가운데), 기오르소(오른쪽), 휴렛(왼쪽) 박사
방사성 원소와 핵화학 분야의 개척자였던 시보그는, 버클리에서 그의 주도로 다양한 방사성 원소의 합성과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의 주도적인 역할로 합성한 원소는 플루토늄 이외에도 9가지나 된다. 95번 아메리슘(Am)부터 퀴륨, 버클륨, 캘리포늄, 아인슈타이늄, 페르뮴, 멘델레븀, 노벨륨, 103번인 로렌슘(Lr)까지가 바로 그 원소들이다. 이러한 핵화학 연구 개척의 업적을 기려서,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L) 안 시보그의 동료였던 기오르소 박사 연구진은 106번 원소를 합성 및 발견한 뒤 그의 이름을 딴 시보귬(Sg)으로 명명하였다. 이것은 원소 기호 중에, 최초로 생존해있는 사람의 이름을 딴 원소가 되었다. 그의 방사성 원소 연구에 대한 기여가 워낙 크다 보니, 시보그의 연구소에 우편을 보낼 때 모두 그가 발견에 관여한 원소명으로 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Sg, Bk, Cf, Am(시보그, 버클리, 캘리포니아, 미국)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니 자못 흥미롭다.
[5] 길먼 홀 307호 연구실에서 토론중인 시보그(오른쪽)와 라티머(왼쪽)
또한, 시보그와 관련된 여러 유명한 장소들을 캠퍼스 내의 College of chemistry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플루토늄을 최초로 만들어낸 시보그와 맥밀런 연구진이 연구했던 그 연구실은 지금도 캠퍼스에서 볼 수 있다. Gilman Hall Room 307이 바로 그곳이다. Gilman Hall은 플루토늄의 발견을 시작으로 시보그, 맥밀런, 기오르소, 라티머 등의 과학자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화학 연구의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미국화학협회(ASC)가 10년 전인 1997년에 이 길먼 홀을 화학의 역사적인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6] National Historic Chemical Landmark로 지정된 길먼 홀
이처럼 UC 버클리에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들어봤을 버클륨과 이를 연구한 유명한 과학자인 시보그 교수. 대부분 잠깐이나마 접해봤을 테지만 막상 자세히 들어보지 못한 이 둘에 대한 간단한 사실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곳에서 탄생한 12개의 방사성 원소들. 학교 이름을 딴 버클륨부터 지역 이름을 따라 명명한 캘리포늄, 아메리슘 등을 앞으로 주기율표에서 봤을 때 보다 친숙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도 연구 업적들이 남아있는 시보그와 같은 과학자들의 숨결 어린 장소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캠퍼스를 거닐며 한 번쯤 로렌스 연구소나 길먼 홀과 같은 과학사적 의의가 있는 건물들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cover] - https://3c1703fe8d.site.internapcdn.net/newman/gfx/news/hires/2017/1-supercomputi.png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4/47/Glenn_Seaborg_-_1964.jpg/1200px-Glenn_Seaborg_-_1964.jpg
[1] - https://www.sciencepicture.co
[2] - http://www.mathtutordvd.com/public/Periodic-Table-of-the-Elements.cfm
[3] - https://www.britannica.com/science/berkelium
[4] - http://newscenter.lbl.gov/2011/01/12/ghiorso-tributes/
[5] - https://www.acs.org/content/acs/en/education/whatischemistry/landmarks/gilman.html
[6] - https://www.acs.org/content/acs/en/education/whatischemistry/landmarks/gilman.html
내용 참고: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1951/seaborg-bio.html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Glenn-T-Seaborg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7000&cid=58949&categoryId=58982
https://www.nps.gov/nr/travel/wwiibayarea/30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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