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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동거는 결혼의 예행 연습이 될 수 없다

이번 여름, 대학로 길 모퉁이에 붙어 있던 한 문구가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살아보고 결혼 하자”라는 한 연극의 전면 광고 전단지였다.

http://blog.naver.com/comang2da/20041288248

현대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는 이전에 겪었던 수많은 변화보다도 큰 엄청난 사회, 문화적 변화의 충격을 경험했다.  불과 수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신개념 전자 제품들이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 잡는 동안 우리 삶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핵가족이 대세인  우리세대의 연애와 결혼은 우리 부모세대의 그것과 결코 같지는 않을 것 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바로 젊은이의 무분별한 동거 문화이다. 현대 사회의 날로 증가하는 이혼률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결여된 결혼은 마냥 행복한 미래가 아닌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케하고 있다. 한 세대 전 동거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정식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선택한 형태이었던데 반해, 오늘날의 동거문화는 살아보고 결혼하자 라는 일종의 결혼 예행 연습의 한 수단으로 동거 옹호론자들이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일단 살아 보고 도중에 마음이 바뀌었거나 마음에 안들면 그만 두겠다는 것 인가? 나는 동거가 결혼의 예행 연습 이라는 일부의 의견에 반대한다. 동거는 결코 결혼의 예행 연습이 될 수 없다. 아니, 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동거와 결혼은 외형적으로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선 일치하는 듯 하지만 그 본질에선 확연히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결혼은 많은 일가친척과 지인 앞에서 사랑서약을 하고 앞으로 서로를 아껴주고 존중하며 책임감있게 행동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인 반면, 동거는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동반하지 않는 당사자간의 일방적 편리에 의한 만남이기에 주변 가족들의 사랑, 믿음과 지지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동거가 마치 결혼 생활을 미리 경험 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그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 요즘, 나는 동거는 사회적 약속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동거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육아를 꼽을 수 있다. 남녀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다는 의미는 앞으로 태어날 한 생명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겠다는 신성한 의미 이기도 하다. 우리의 부모들이 그랬던것 처럼 우리 또한 아기를 낳고 그 아이가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되기 까지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양육하는 것이 정상적인 결혼을 통한 부모의 책임과 의무일 것이다. 이에 반해 결혼의 예행연습이라는 동거는 결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길 만한 육아와 가족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결혼 생활을 하다가 보면 때로는 살아야할 이유 보다는 헤어져야할 이유가 더 많아 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럴 때 마다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짐했던 사랑서약을 기억하고 본인들을 엄마 아빠라고 불러주는 자녀들을 생각하며 누군가의 부모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배우자로서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결혼을 쉽게 깨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거는 두 사람을 묶어줄 어떠한 법적,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다. 당사자간의 일시적 합의와 편의에 의해 가볍게 맺어진 관계이기에 헤어짐 또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 둘만 좋다면, 둘만 행복하다면, 어차피 감당해야 할 상처도 본인들이 스스로 감당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면 이게 왜 문제일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무인도에 둘만 살고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때론 사람들은 비논리적 이중잣대로 상황과 사람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와 무관한 타인의 동거는 이해하지만 내가족과 배우자가 동거 경험이 있다면 감추고 싶은 그런 논리. 본인들의 행동에 떳떳하다면, 왜 결혼을 할 때 자신의 동거 사실을 숨기는 것이며, 왜 본인에게만 한없이 자비로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일까? 혼전 동거를 통하여 이혼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이미 우리에 앞서 동거문화가 일상화된 다른 나라에서의 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는 혼전동거를 통하여 이혼율을 낮추는 것을 기대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 예행 연습을 할 만큼  서로를 사랑하지만  경제적 이유를 포함한 여러 조건들이 여의치 않아 결혼대신 동거를 한다는 것은 결혼을 함으로써 오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회피하는 행동이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오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자기 합리화이다. 그러므로 한 순간의 쾌락과 만족, 편리를 위해 동거를 선택 하는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며 신성한 결혼에 대해 성숙한 한 이성인으로서 부디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